SK 최악의 경우 ‘총수 4년 공백’..투자보다는 ‘안정’

[헤럴드경제=김윤희 기자]오는 31일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구속수감된지 꼭 1년째되는 날이다. 대기업 총수가 1년간의 구속생활을 한 것은 최 회장이 처음이다.

지난 28일 서울중앙지법의 형사합의 30부가 최 회장의 횡령의혹 사건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된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에게 징역 3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면서, 최 회장의 상고심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1ㆍ2심의 징역 4년형이 그대로 확정되면 최악의 경우 총 4년의 총수 부재 사태가 올 수 있다. ‘부진불생(不進不生ㆍ앞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죽는다)’을 내걸던 최 회장의 공격적 경영방식도 당분간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전망이다.

실제로 최근 SK그룹은 지난 10여년간 보인 공격적 경영을 배제하고, 안정을 추구하는 소극적 경영에 안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4일 서울 여의도KT빌딩에서 열린 수출투자고용확대를 위한 간담회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참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특히 최 회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하던 해외자원개발 사업은 답보상태에 빠져있다. 최 회장이 브라질, 호주 페루 등을 직접 돌며 ‘고공전’을 펼쳤왔지만 구속 수감 이후 이렇다 할만한 진척이 없다. 북미 셰일가스를 LNG로 액화시켜 국내에 도입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에너지 반출에 대한 미국내 부정적인 여론과 높은 운송비에 따른 수익성 저하 등을 이유로 도입 여부가 확정되지 못하고 있다.

SK 관계자는 “대규모 투자가 소요되고 위험요소가 높은 사업이어서 최고 경영진의 신속한 의사결정이 중요하다”며 “국가적 사업인만큼 총수의 대외적 활동도 중요한데 현재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투자와 고용도 올해 답보상태에 머물 전망이다. 투자는 지난해와 비슷한 16조원 안팎, 고용은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소폭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불확실한 경영환경 탓도 있지만 총수 부재 속에서 공격적인 투자계획을 세우기 어렵다는 것이 SK 측 설명이다.

그동안 공격적인 M&A를 통해 성장동력을 얻어온 SK가 올해 새로운 사업에 진출할 지 여부도 미지수다. 1994년 한국이동통신 인수, 1999년 신세기통신 인수, 2011년 하이닉스 인수 등 승부수는 현재 SK그룹을 받치는 큰 축이 됐다. 그러나 올해 SK는 미래에 대한 투자보다는 기존 사업 정비, 구조조정에 치중하는 모습이다.

SK수펙스추구협의회는 이같은 최 회장의 경영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각 회사들의 자율책임 경영을 강화하기로 했다. SK이노베이션은 석유개발사업 투자를 진행하고 전자신소재 사업 투자를 강화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도 내년까지 1조8000억원을 최첨단 공장에 투자한다. 그러나 재계 관계자는 “그룹 전체를 총괄하는 대규모 프로젝트에는 어떤 개별 CEO도 총대를 메는 사람이 없다. 주위 반대를 무릅쓰고 뚝심있게 추진하는 사업은 당분간 SK에서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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