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투기대회 로드FC의 ‘반일 마케팅’이 씁쓸한 이유

[헤럴드경제=조용직 기자]국내 유명 종합격투기대회로 통하는 로드FC는 오는 9일 코미디언 윤형빈(34) 씨의 격투기 데뷔전을 메인이벤트로 내세운 14번째 대회를 서울 방이동 서울올림픽홀에서 개최한다.

대회 운영사가 경기력 중심으로 대진 순서를 짜지 않고 이벤트성 경기를 가장 최후에 배치하기란 상당히 이례적이다. 윤 씨의 경기에 대한 팬들의 관심과 기대가 전형적인 대진 순서까지 뒤흔들 만큼 지대했음을 방증한다. 더욱이 대회사가 정통노선을 표방해왔던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윤 씨는 이번 대회에서 일본 아마추어 슈토 1전 경험의 신예 타카야 츠쿠다와 대결한다. 코미디언이란 직업의 윤 씨, 그리고 한일전. 이 2가지 요소는 분명 흥밋거리이긴 하지만 지금처럼 대중의 큰 관심을 약속해주는 것은 아니다. 대회사가 이를 활용해 대회 직전까지 발휘한 프로모션이 십분 발휘된 결과로 보는 게 더 타당하다.

이 프로모션의 키워드는 바로 ‘극일(極日)’이었다. 아니, 실은 ‘반일(反日)’에 가까웠다. 윤 씨는 여성 파이터 임수정이 일본 버라이어티 쇼에서 실력을 숨기고 나온 아마추어 파이터 출신 연예인에게 린치를 당한 사실에 분개해 이번 경기에 나서게 됐다고 밝혔다. 윤 씨는 타카야에게 승리하면 임수정의 대리복수가 된다고 생각하고 있는 듯 하다.

코미디언 윤형빈 씨의 ‘왕비호’ 캐릭터 시절 출연 장면에 대해 흉보고 있는 타카야. 시켜서 한 걸 수도, 자발적으로 한 걸 수도 있다.

축구 한일전 A매치에서 ‘독도를 강탈하려는 일본을 이기자’는 구호를 외친다면 FIFA의 강력한 제재를 받게 된다. 이번 대회에 FIFA와 같은 주관기관이 있었다면 이같은 프로모션은 절대로 허용되지 않았을 것이다.

타카야의 반응은 오로지 한 가지로 요약된다. “격투기에 모든 것을 걸고 지금도 땀흘리고 있는 파이터들을 위해서 ‘개그맨 신분이라는 이유’만으로 메인이벤트 경기에 나서는 윤형빈을 이기고 싶다.”

스포츠는 엔터테인먼트다. 하물며 신종 스포츠인 종합격투기 대회에서 너무 점잖은 척, 진지한 척 할 필요는 없다. 표를 팔고 시청률을 내기 위해선 민심을 들었다 놨다 적당히 펌프질하는 기술도 필요하다.

하지만 허용 수위라는 게 있다. 지금 이 시간에도 타카야와 윤 씨의 대결 관련 인터넷 기사에는 타카야에 대한 악플이 달리고 있다. 왜 그가 임수정에게 린치를 가한 일본 연예인 대신 욕설을 들어야 하며, 인종차별적 모욕까지 감수해야 하나. 저쪽의 아베 씨 욕하기도 바쁜 세상이다.

승패는 쉽게 예상하기 어렵다. 코미디언 이승윤은 지난 대회에서 입식격투기 경험이 풍부한 박종우와 대결했다 이렇다할 힘을 못써보고 TKO패 했지만, 이번엔 대회사에서 윤 씨를 위해 아마추어 1전 경험에 불과한 타카야를 섭외하며 전력 밸런스를 맞췄다. 윤 씨는 학창시절 주먹으로 날렸고, 이번 대회를 앞둔 훈련에서도 기성 선수 버금가는 기량을 쌓았다고 전해진다.
윤 씨와 타카야 둘중 누가 이기든 패자에게도 비난과 조소대신 격려의 박수를 보내는 것이 옳다고 믿는다.

[email protected]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