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금인하 압박 조건 만족…‘33요금제’ 나오나

[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가입자당 통신요금은 올랐다. 통신사들의 투자액은 줄었다. 남은 건 통신요금 인하다. 2013년 실적 발표를 마무리한 통신 업계가 또 다시 등장한 ‘요금인하’ 바람에 떨고 있다.

지난 29일 LG유플러스를 끝으로 막을 내린 통신 3사의 지난해 실적 발표는 CAPEX(설비투자) 축소와 ARPU(가입자당 매출) 상승으로 요약된다.

지난해 2조7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망 고도화를 위해 투자했던 SK텔레콤은 올해 2조3000억원대로 크게 줄인다. 4분기 적자 전환으로 ‘비상경영’을 선포한 KT도 반전의 실마리를 투자 축소에서 찾았다. KT는 올해 지난해(3조3125억원)보다 6000억원가량 적은 2조7000억원만 투자에 쓰겠다고 약속했다. 그나마도 기지국 신설이나 통신망 확충 같은 외부 공사보다는 시스템 고도화 등 내부 투자에 집중할 방침이다. LG유플러스 역시 지난해 1조5679억원을 CAPEX로 집행했다고 밝혔다. 2012년 대비 6.7%가 줄어든 수치다.

반면 가입자당 매출, 즉 ARPU는 크게 늘었다. LG유플러스의 4분기 ARPU는 3만5388원, SK텔레콤은 3만5650원으로 집계됐다. 그나마 거듭되는 가입자 이탈과 실적 부진에 속타는 KT마져도 ARPU만큼은 3만2000원을 훌쩍 넘었다. 다들 지난 2012년도와 비교해 몇 천원 씩 오른 것이다.

이 같은 통신 3사의 경영 실적 흐름은 ‘요금인하’를 주장하는 시민단체, 그리고 정치권으로부터도 주목받고 있다. “섯부르게 요금을 내리면 미래 투자 재원이 사라진다”는 업계의 저항 이유는 궁색한 변명으로 치부받기 딱 좋은 현실이다.

전응휘 녹색소비자연대 상임이사는 최근 통신요금 원가공개와 관련한 법원의 판결 직후 “이통업계에서는 투자비 증가와 요금인하로 힘들다고 하소연인데 그렇다면 마케팅 비용으로 사용되는 2조원 가까운 돈은 어디서 나오는 것인가”며 “이 돈 역시 고객들에게 돌아간다고 하지만 공평하게 돌아가지 못하는 이익이라면 기본료를 대폭 인하하던지 안 쓴 사람에게 안 받고 많이 쓴 사람에게 더 많이 내게 하도록 요금체계를 바꾸는데 힘써야한다”고 목소리를 높혔다.

2월 ‘단통법(단말기유통법)’ 처리를 노리고 있는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이 법을 발의한 조해진 새누리당 의원은 “찬차만별로 왜곡된 보조금으로 인한 소비자 차별이 정상화되고, 이동통신 시장의 경쟁이 건전화돼 소모적인 보조금 경쟁에서 본원적인 서비스, 요금경쟁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근본 목적이 ‘요금인하 압박’에 있음을 강조했다.

이 같은 상황은 통신사들이 끈질긴 저항 끝에 ‘기본료 1000원 인하’로 백기 투항했던 2011년도와 비슷한 모습이다. 당시 정부는 매해 매출과 이익이 치솟고 있던 통신사들에게 ‘고통분담’ 차원에서 요금 인하를 압박했고, 결국 ‘35요금제’를 ‘34요금제’로 바꾸는 전리품을 챙긴 바 있다. 반면 통신사들은 다음 해 영업이익이 수천억 원 줄어드는 고통을 감내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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