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기업계 돈 써도 우린 해외로 ‘Go, Go’

[헤럴드경제=이슬기 기자] 악기업계가 해외출장 채비에 분주하다. 영창뮤직과 삼익악기, 다이나톤 등 국내 주요 악기업체의 해외영업부서와는 통화조차 불가능할 정도다. 지난 26일 막을 내린 세계최대 악기 박람회 ‘남(NAMMㆍNational Association of Music Merchants)쇼’에 이어 올 3월 과 10월에 각각 열리는 독일 ‘뮤직메쎄(Musikmesse)’, 중국 ‘상해 뮤직쇼’ 등 굵직한 해외 전시회가 줄지어 개막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30일 악기업계에 따르면 영창뮤직, 삼익악기, 다이나톤, 엔젤악기 등 국내 주요 악기업체들은 해외 전시회 준비에 분주하다. 미주, 유럽, 중국 등 각 대륙의 딜러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만큼 해외거래망 확보와 신제품 홍보를 할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

악기업계 한 해 해외영업 실적을 결정짓는 ‘전시회 전쟁’의 첫 신호탄은 지난 23~26일 미국 캘리포니아 애너하임에서 열린 남쇼가 쐈다. 올해 남쇼에는 전 세계에서 1500여개의 악기업체와 8만2000여명의 참관객이 참여했다. 새해 첫 해외 전시회인 만큼 경쟁사의 글로벌 전략이나 신제품을 확인하려는 업계 관계자들이 대거 몰린 것.

국내 악기업체인 영창뮤직은 부스 참가비용 등으로만 약 13만달러(약 1억4000만달러)를 지출하며 미국행을 택했다. 영창뮤직이 진행하는 단일행사 비용으로는 가장 큰 액수다. 현지 파견인력의 체류비용 등을 합하면 이 액수는 두 배 가까이 불어날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지난해 열린 미국 캘리포니아 애너하임에서 열린 ‘남(NAMMㆍNational Association of Music Merchants)’쇼의 영창뮤직 부스 전경.

영창뮤직은 자사의 전자악기 브랜드 ‘커즈와일’의 홍보를 위해 자사 명예기술고문과 구글 기술이사직을 맡고 있는 레이몬드 커즈와일(Raymond Kurzweil) 박사까지 초청했다.

영창뮤직과 국내 악기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삼익악기와 매출규모가 100억원대에 불과한 다이나톤, 교육용 악기 전문업체인 엔젤악기 등 소규모 악기업체들도 역시 자체적으로 비용을 부담하며 남쇼에 자리를 마련했다.

영창뮤직 관계자는 “지난해 기준 3개 해외 전시회 부스 참가비용으로 총 41만달러(약 4억4000만원)을 썼다”며 “현지 파견인력의 체류비용 등 기타비용까지 합하면 훨씬 많은 돈이 들지만, 해외시장 개척을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엔젤악기 관계자 역시 “교육용 악기를 생산ㆍ판매하고 있어 해외 전시회와 연관성이 떨어져 보이지만, 국내시장이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러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필요성이 높아졌다”며 “약 3년 전부터 해외 전시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실제 영창뮤직은 올해 남쇼를 통해 지난해보다 54%가량 늘어난 신규 해외 거래선을 확보했다. 전 세계 51개국 영창뮤직 해외 딜러를 부스로 초청, 제품 설명회와 세미나를 연 결과다. 엔젤악기도 해외 전시회 참여 이후 리코더 5~10개에 불과하던 해외 주문량이 비약적으로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현 영창뮤직 영업본부장은 “전시회 참가와는 별도로 대륙별 해외딜러 단체 모임과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해외영업에 더욱 박차를 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악기업계의 이같은 해외영업 강화는 국내 악기시장의 지속된 불황에서 비롯됐다. 삼익악기는 90년대 전성기를 구가하며 매출 2000억원을 기록한 적도 있지만, 최근 시장 침체로 1500억원대까지 매출이 하락했다. 영창뮤직도 수년째 당기순손실을 면치 못하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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