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록 칼럼]절망과 환희

한 해의 시작인 음력 정월 초하루를 일컫는 말로 설날이라고 하는데 일제시대 양력설 1월1일을 신정이라 부르는 것에 대비되어 생긴 설날의 이칭, 오늘날 우리가 부르는 구정이다. 설날은 우리 최대의 명절이다.

설날 제사는 차례, 어른 찾아 뵙고 인사 드리는 것은 세배, 아이들 입는 새 옷은 세장, 설날 음식과 떡국은 세찬, 설날 즐기는 놀이는 윷놀이, 널뛰기, 연날리기 등, 설날 이른 아침 조리를 사서 벽에 걸어 두는 것을 복을 담는다 하여 복조리, 설날은 묵은 해를 보내고 새해의 첫 날을 맞아 새로운 몸가짐으로 집안 화평과 복을 기원하며 세찬과 세주를 마련하여 조상님께 차례를 올리고 모두 새 옷으로 단장하고 웃어른들을 찾아 뵙고 인사하며 덕담을 나누는 민족 최대의 명절이다.

우리의 설날은 일제 강점기의 일본제국주의 탄압, 개발독재시대에는 너무 가난했기에 정부의 반강제적 정책으로 수난을 당했다. 지금은 새해 첫날인 1월 1일을 신정, 한 해의 공식 시작일로 여기며 우리의 일상을 시작한다. 구정은 우리 민족의 전통 미풍양속관례대로 우리 문화의식과 혼을 고유의 미학으로 발전 계승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날이 되었다.

우리의 설날은 절망과 환희가 엉켜 있다. 지난 세월 너무도 가난했기에 힘이 없어 나약했기에 우리의 한탄은 하늘을 향해 울부짖게 하는 울음, 피눈물이 한데 엉킨 찢긴 가슴, 아픈 곡으로 퍼져 나갔었다. 살을 에는듯한 강추위와 꽁꽁 얼어붙는 차가운 맨 땅에서도 생명을 이어가는 인동초처럼 실낱처럼 피어 오르는 소망 안에서 우리의 설날에 피 끓는 가슴을 쥐어짜며 빠져들었던 깊은 절망은 우리의 영혼을, 보잘것없는 작은 몸둥아리를 피골이 상접한 것 같은 육체로 만들어 갔었다. 그러나 다시금 살아 숨쉬는 인동초의 생존의 환희처럼, 우리의 삶이 환희가 싹트고 있다.

설날의 우리의 절망이 기쁨으로 바뀌어 가는 데는 아픈 우리의 지난 세월이 있다. 절망이 기쁨으로, 기쁨이 미칠듯한 황홀경의 환희로 뒤바뀌는 데는 또 다른 많은 세월과 변화무쌍한 내면의 갈등, 혼돈, 번뇌, 불안, 자폐, 증오가 지배해 왔었다.

설날은 우리가 혼자가 아니라는 것, 누군가와 함께 한다는 것, 사랑하는 가족과 친지 그리고 웃어른들과 친구들과 지인들, 이 나라 민족이 함께 한다는 것을 깨우쳐 주는 인간성 회복의 날이다.

세계는 지난 2008년 미국의 투자은행 리먼브라더스의 파산사태로부터 촉발된 금융위기로 많은 변화와 혼돈의 시대에 들어섰다. 세계는 여전히 가진 자들의 시대에 지배되고 있다. 지난 1월 스위스 휴양지 다보스포럼은 이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럴듯하게 균형된 자유와 번영, 양극화 해소, 평화와 공존을 부르짖지만 소수의 가진 자들의 탐욕의 전시장, 각축장으로 투영되고 있을 뿐이다.

인류의 조상인 현생인류인 호모사피엔스의 땅 아프리카는, 옛날의 풍요와 공존의 땅, 아시아는 지금 가난과 이념, 과거 서방의 식민지 찬탈과 깊은 수렁 같은 후유증으로 인한 저개발과 못남으로, 독재와 중우정치의 폐해로 지금까지도 고통 받고 있다. 희망의 땅, 브라질을 비롯하여 아르헨티나 등 남미국가들의 현실은 더욱더 비관적으로 치닫고 있다. 세계의 평화, 번영, 자유를 위하는 서구 열강들과 자유선진대국의 외침은 공허할 뿐이다.

새 정치를 부르짖는 가칭 안철수 신당, 새정치신당은 존재감조차 없는 민주당과 하등 다를바 없지만, 이 땅의 집권여당 새누리당은 있으나마나 하는 당으로 수모조차 인식하지 못한 채, 벌거숭이 임금님당으로 전락한 지, 국민들 뇌리 속에 인식된 지 오래 된다. 박근혜 정부는 고심만 할뿐, 노심초사만 한 채 현실 문제에 급급하고 있다. 왜일까? 국가와 민족의 생존, 번영, 자유, 인권, 통일 그리고 한민족과 한국인의 존재가치에 대해 고민조차 하지 않으려는 듯한 행위들에 우리 모두는 분노하는 절망의 몸짓으로 외치고 있다.

타는 목마름으로 절규와 행동하는 양심의 몸짓으로 타오르는 환희의 격정적인 순간을 이 땅에서 우리 모두 설날아침에 함께 하기를 기도하고 있다. 우리의 절망과 환희는 우리 안에 있다. 우리의 깨우침과 기도가 우리 모두 함께 하는 존재감 위에 우리의 희망의 미래가 있다.

우리 모두는 행복해져야만 한다. 더 이상 슬퍼할 수도, 절망에 빠질 수도 없다. 우리 모두 함께 작은 설렘으로 시작하는 환희의 순간을 갖자. 구정 새해는 이런 삶을 꿈꾸는 첫 날이 되도록 기도하고 기도하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작은 설렘이 이는 기쁨, 작은 황홀감에 빠져들 듯한 환희가 찾아드는 구정 새해처럼 한 해를 잉태하는 우리 모두의 소망을 빌어 본다.

김재록/㈜인베스투스글로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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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약력

(사)남북어린이어깨동무 공동감사

전 CLSA투자증권 투자은행부문 아시아 회장

전 한국투자금융협회(전 한국증권업협회) 이사

전 아더앤더슨그룹(안진회계법인, 아더앤더슨GCF, 아더앤더슨코리아) Managing Partner

전 기아경제연구소 이사

전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대통령후보 전략기획 특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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