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노사 이면합의 철폐가 공기업 개혁의 출발점

정부가 2일 내놓은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 이행계획’은 과거 구호에 그쳤던 개혁의 목표를 수치화해 공공기관의 구조조정을 독려할 토대를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 계획대로라면 빚이 많은 18개 공공기관이 신도시 개발이나 발전소 건설을 늦추고, 소유 토지나 사옥, 해외 유전 지분 등을 팔아 2017년까지 40조원가량 빚을 줄이게 된다. 지금 공기업 부채는 정부 예산의 1.4배 규모(493조원)다. 영업이익으로는 이자조차 못 갚는 지경이니 부채 감축의 강도를 높이는 것은 필수다. 정부는 또 방만경영 해소를 위해 38개 공공기관의 올해 복리후생비 규모를 작년 대비 1600억원(23%) 줄이기로 했다. 직원 1인당 지원금액이 지난해(628만원)보다 144만원 감소하는 셈이다.

하지만 이런 청사진이 실행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고 예기치 않은 부작용도 우려된다. 우선 공기업 노조가 새 경영평가를 비롯한 정부의 정상화 대책 전반을 거부하고 결사투쟁을 선언한 상황이다. 이들은 공공기관 부채의 원인이 역대 정부의 전시성ㆍ선심성 사업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4대강과 경인운하, 세종시와 혁신도시, 임대주택, 해외자원개발 등 예전 정권이 추진한 국책사업이 근본 원인이라는 것이다. 정부가 노조의 주장에 합리적 대안을 내놓지 못한다면 철도파업 사태에서 보듯 소모적 갈등이 상당기간 지속될 수밖에 없다. 부채 감축에 자구노력을 보이는 공기업에 대해서는 증자, 요금 현실화 등 재정건전화를 위한 지원이 병행돼야 하는 이유다.

18개 공공기관의 자산매각안도 도상 계획이라는 느낌이 든다. 코레일 용산부지나, 한전 삼성동 사옥 등이 희망 가격대로 팔린다는 보장은 전혀 없다. 또 가스공사나 석유공사의 해외 자산을 정부가 정한 1차 일정인 3분기까지에 맞춰 매각하려다 자칫 헐값 매각 논란을 불러올 수도 있다. 민간자본 유치도 옥석가리기가 필요하다. 해외 자원 확보가 설립 목적인 에너지 공기업의 경우 자원개발과 운영을 민간에 넘겨주면 장기적인 수익성 확보에 한계가 생긴다.

방만경영 해소 방안 중 많은 부분은 노사 간 단체협약 사안이어서 실제 추진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우려된다. 또 낙하산 사장들이 선임된 공공기관들이 과거 노조와 체결한 이면합의 내용과 그 합의를 개선하기 위한 대책이 언급되지 않은 점은 문제다. 공공기관의 정상화는 공기업을 ‘공공의 적’으로 보고 돌팔매질만 해서는 곤란하다. 공기업의 순기능을 살리고 체질을 개선하는 중장기 청사진 마련에 중점을 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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