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앙굴렘 만화전서 입증된 문화예술의 힘

프랑스 앙굴렘 국제만화 페스티벌에서 우리 만화가들이 기획 전시한 ‘지지 않는 꽃’이 현지인은 물론 국제사회에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번 기획전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실상을 알리는 20여편의 작품이 전시됐다. 16세 소녀를 강제로 끌고가 일본군의 성 노리개로 삼았던 반인륜적 행태를 처음 접한 유럽인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을 것이다. 불과 나흘간의 짧은 기간이었으나 전시회는 대성황이었다. 70평 남짓한 공간에 연인원 2만여명의 인파가 몰려 폐장시간을 연장하는 일도 있었다. 일부 관람객은 끝내 눈물을 참지 못했으며, 전시장 벽에는 격려의 메시지가 가득하다고 한다. 한 컷의 만화를 통해 역사를 만나고 그 이면의 아픔을 함께 느꼈던 것이다. 붓은 칼보다 강했다.

하지만 끝까지 역사를 부인하려는 일본의 집요한 방해 공작은 그야말로 가관이었다. 개막에 앞서 열릴 예정이던 우리 작가들의 사전 설명회가 돌연 무산됐다. 조직위 측은 “불필요한 논쟁을 피하기 위한 조치”라고 해명했지만 국제여론을 의식한 일본 측의 압력과 로비가 작용했던 것이다. 일본은 이번 페스티벌 최대 스폰서 중 하나다. 더욱이 일본 만화가들은 위안부가 강제 연행이 아니라는 왜곡된 작품을 내걸다 ‘정치적 의도’를 문제삼은 주최 측에 의해 강제 철거되는 수모를 당했다. 위안부 존재를 부정하는 유인물이 전시장에 뿌려지는 일도 있었다.

역사를 부정할수록 일본은 국제사회에서 더 궁지에 몰릴 수밖에 없다. 최근 일본 정치인과 일부 재미 일본단체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글렌데일의 위안부 소녀상 철거를 강력하게 요구한 일이 있었다. 하지만 에드 로이드 미국 연방 하원 외교위원장은 오히려 글렌데일 소녀상을 찾아 참배했다. 특히 그는 “일본의 전쟁 범죄는 학교에서 배워야 할 역사”라고 강조했다. 미국이 과거 노예와 아메리카 원주민들에게 어떤 일을 했는지 역사를 통해 배운 것처럼 일본의 전쟁범죄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역사는 숨긴다고 해서 결코 달라지거나 없어지지 않는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올해는 세계1차대전이 발발한 지 100년이 되는 해다. 역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면 불행한 과거는 언제든 반복된다.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아베 정권의 신사참배와 교과서 왜곡 등 노골적인 역사 부정을 우려하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그런 점에서 문화 예술은 역사 바로 알리기에 매우 효과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번 앙굴렘 페스티벌에서도 충분히 입증됐다. 정부와 정치권의 적극적인 지원과 문화 예술인의 분발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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