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한인회장들이 바라는 세계한인회장대회는

“일회성 이벤트 벗어나 논의 결과 정책에 반영해야”

해마다 열리는 세계한인회장대회는 각국의 한인회장과 임원 300여 명이 모국에 모여 한인사회 현안과 동포 네트워크 활성화 방안 등을 논의하는 가장 비중 있는 재외동포 행사로 꼽힌다.

재외동포재단 주관으로 2000년에 시작된 이 대회는 각국에서 온 한인사회 대표들이 서로 교류하고 모국 정부와 대화하는 소중한 자리지만 규모와 위상에 비해 내실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각 지역 한인회 대표들은 “현안 토론이 형식에 치우쳐 있고 지속성이 없다”며 “실질적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정순 미주한인회총연합회 회장은 “초청을 하니까 참석은 하는데 뭔가 딱히 할 일이 없어 낭비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아쉬움을 표시했다.

이 회장은 “일회성 이벤트로 끝내지 말고 한인회장들이 주요 사안을 놓고 토의하고 그 결과가 정책에 반영될 수 있는 능동적인 대회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30여 년간 다양한 한인단체에서 활동해온 고창원 독일 뒤셀도르프 한인회 회장은 “새롭게 도출되는 내용 없이 매년 같은 내용이 반복돼 실망스러운 부분이 있다”면서 “사정이 어려운 한인회가 많은데 한인회장들이 고가의 호텔에서 숙식하는 돈으로 차라리 한인사회를 돕는 일을 하는 것이 효율적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꼬집기도 했다.

홍일송 미국 버지니아 한인회 회장은 “한인회장대회는 한국의 정책결정자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면서도 “대회의 안건이 한인회장들이 아닌 주최 측 판단에 의해 인위적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실제 필요로 하는 토의가 이뤄지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대적 흐름을 반영하기보다는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로 한인사회의 주인인 재외동포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구체적인 개선 방안도 제시됐다.

이경종 러시아·CIS한인회총연합회 회장은 “행사 기간 포럼이나 학술대회를 열어 세계 각국의 한인 대표들이 공감대를 넓혀나갈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동우 대양주한인회총연합회 회장은 첨단기술공장, 판문점, 천안함 전시관 등을 견학하는 일정을 제안했다.

황찬식 재중국한국인회 회장은 중국 한인사회가 동포(조선족)과 재외국민으로 이원화돼 있는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지역별 대표자 행사로 대체해 각국에서 자율적으로 행사를 열도록 지원하는 방안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놨다.

2014년 세계한인회장대회의 공동의장을 맡은 임도재 아프리카중동한인회총연합회 회장은 “올해 대회에서는 해마다 정부에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재외동포청’ 신설 문제를 직접적으로 논의해보려 한다”면서 “이 문제에 대해 한인사회가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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