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캐리의 ‘亂’…고금리 ‘F5(터키ㆍ브라질ㆍ인도ㆍ인도네시아ㆍ남아공)’ 표적 되다

미국 ‘천동설’이 본색을 드러내자 신흥국에 ‘달러 캐리트레이드’ 청산 공포가 엄습하고 있다. 미국 ‘천동설’은 지구 중심 우주관에 빗대어 미국이 신흥국 금융시장을 배려하지 않고 자국의 경제 회복을 이유로 추가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에 나선 것을 꼬집은 말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는 지난달 29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자산매입 규모를 추가 100억달러 줄여 총 650억달러로 축소했다. 하지만 이날 회의 이후 내놓은 성명에서 신흥국 등 글로벌 금융시장 안정과 관련한 언급은 일체 하지 않아 신흥국 금융시장을 요동치게 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3일 “시장이 ‘달러 캐리’의 난을 경계하고 있다”면서 “테이퍼링 취약 5개국(Fragile Five:브라질, 인도, 인도네시아, 터키, 남아프리카공화국)이 달러 캐리 청산의 표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달러 캐리 트레이드는 미국 ‘스미스 부인’으로 대변되는 개인 투자자들이 저금리의 달러를 빌려 고금리 신흥국에 투자하는 것을 말하지만, 역으로 신흥국 현지 기업들도 싼 달러화를 빌려 기업 경영 자금으로 활용해 온 측면이 있다. 그러나 미국의 출구전략으로 ‘달러 캐리’ 자금이 일시에 본국으로 귀환할 경우 신흥국에게는 동시다발적인 경제 재앙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시장은 특히 브라질 현지 기업들의 달러 차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취약 5개국 중 해외 차입금이 4791억달러(약 519조원)로 가장 높기 때문이다.

그동안 브라질 기업들은 자금 조달 비용을 줄이기 위해 싼 금리로 달러화를 빌려 헤알화로 바꿔 기업 자금으로 써왔다. 하지만 달러가 강세로 돌아서면서 헤알화 가치가 급락하자 달러 차입 원리금이 급팽창하는 위기에 처했다.

실제로 브라질 헤알화 가치는 지난해 15.11% 떨어졌다. 지난달 FOMC회의가 열리기 하루 전날인 지난달 27일에는 헤알화가 달러당 2.426헤알로 마감해 5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특히 미국은 브라질이 자금을 빌린 국가 중 2위로, 차입금은 968억달러(약 105조원)에 달한다. 브라질 경제 규모가 세계 7위이고 남미 최대 경제 대국인 점을 감안할 때, 브라질이 달러 강세로 자금 조달에 차질이 생길 경우 세계 경제가 또 한 번 곤두박질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다른 취약국들도 예외는 아니다. 미국에 서 빌린 자금이 각각 인도(647억달러), 터키(281억달러), 인도네시아(126억달러), 남아공(99억달러)에 달해 강(强)달러에 따른 금융 부담이 커질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취약 5개국이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유럽의 재정위기국인 PIIGS(포르투갈, 이탈리아,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과 같은 신세에 처할 수 있다”고 전했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

▶달러 캐리트레이드=금리가 낮은 미국의 달러화를 빌려 금리가 높은 신흥국에 투자하는 현상을 말한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미국 등 선진국이 정책금리를 제로수준으로 인하하자 달러 캐리의 대명사인 ‘스미스 부인’들이 앞다퉈 달러를 빌려 고금리 신흥국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캐리 자금은 기본적으로 고수익을 좇아 이동하는 핫머니 성격을 띠고 있어 달러가 강세로 돌아서거나 해당 국가의 투자유인이 사라지면 언제든지 투자국에서 발을 뺄 수 있다. 달러 캐리 자금이 일시에 대규모로 유출되면 투자대상국은 환율폭등(통화가치 하락), 외환보유고 급감, 주가폭락, 물가 급등, 경상수지 적자 확대 등 경제 전반에 걸쳐 후폭풍을 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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