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평짜리 내 상가 찾아주오”…70대 할머니의 ‘시위 사연’

평생모은 1억원으로 점포매입후
대형레스토랑 임대제의 거절하자
대기업측서 점포 무단점유 영업

2년여간 법적투쟁 끝 승소 불구
통로 없어 재산권 행사 불가능
항의 안먹히자 한파속 ‘1인 시위’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뉴코아 아울렛 1층 푸드코트에는 2.6평(8.6㎡)짜리 작은 점포가 있다. 하지만 오가는 고객들은 이 점포를 볼 수 없다. 대형 프랜차이즈 패밀리레스토랑 매장의 벽이 이 점포를 에워싸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8일 오후 헤럴드경제가 찾은 현장에는 노모(74ㆍ여) 씨가 일주일째 칼바람을 맞으며 1인 시위를 하고 있었다. 할머니는 이 점포의 주인이다. 서울 명륜동 성균관대 앞에서 하숙을 하며 평생 모은 1억2000만원으로 이 점포를 매입했다. 직접 영업을 할 기력은 없지만 임대를 하며 노후에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그동안 누구도 영업을 해 본적이 없다.

노 씨가 이 상가를 분양받은 후 이랜드의 패밀리레스토랑 애슐리는 푸드코트의 분양상가 점포주들에게 임대계약 체결을 제안했다. 노 씨에 따르면 당시 애슐리 측이 제안한 임대료는 월 10만원. 당시 건물 내 거의 모든 점포가 폐업 상태라 200여 점포주들은 이 제안을 수용했지만 노 씨는 거절했다. 평생 모은 돈으로 마련한 점포를 그렇게 헐값에 임대할 수는 없었다.

그러자 애슐리는 지난 2009년부터 이 점포를 무단점유하고 영업을 시작했다. 애슐리 측은 “분양상가관리단과 계약을 했으니 무단점유인지 몰랐다”고 말했지만 노 씨 측은 “2년간 단 한 번도 임대료를 낸 적이 없는데 이상하단 생각조차 안했단 말이냐”고 맞섰다. 결국 2년여간 송사 끝에 지난 2012년 수원지법은 노 씨의 손을 들어줬고, 애슐리는 “노 씨 점포의 진입통로를 마련하겠다”는 명분으로 6개월간 자진폐업 후 공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완공 후에도 노 씨는 이 점포에서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 애슐리가 노 씨의 점포 전면과 고객들이 이동하는 통로까지 모두 점유한 것. 애슐리가 마련해 준 통로는 비상구와 연결된 복도뿐이어서 상가만 돌려받았을 뿐 재산권을 행사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노 씨 측은 즉각 항의했지만, 회사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며 이 같은 주장을 일축했다. 이랜드 측은 “입주 당시 이 건물은 황폐한 상태였고 적정선에서 임대료를 제시했다”며 “영업을 중단하고 공사했기 때문에 우리도 피해가 막심하다”고 하소연했다.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뉴코아 아울렛 1층 푸드코트에는 할머니가 1억2000만원을 주고 마련한 작은 점포가 있다. 이 점포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애슐리 뒤쪽으로 돌아가거나, 비상구를 통하는 방법뿐이다. 칠순의 할머니는 이곳에서 일주일이 넘게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중원구청 등에 “타인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이런 공사를 어떻게 허가할 수 있느냐”며 민원을 제기했지만, 해당 부서는 “애슐리 측이 건축법에 따라 피난통로를 확보해 줬으니 재산권 침해에 대한 사항은 민사소송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공허한 대답만 반복했다. 구청 측이 말한 피난통로는 비상구를 통해 노 씨의 점포로 들어가는 복도를 말한다. 중원구청 관계자는 “현재 노 씨의 점포에는 통로가 하나밖에 없기 때문에 제대로 된 상행위를 하기에 불리한 점이 많고, 재산권 손해를 보고 있는 것은 맞지만 애슐리 역시 6~7개 점포를 모두 포기하고 통로를 만들어 줬으니 서로 피해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미 2년여의 송사로 심신이 지친 노 씨는 또다시 소송을 할 힘이 없다. 애슐리 측이 ‘해당 점포를 사겠다’ ‘다른 좋은 자리에 점포를 내주겠다’는 등의 제안을 했지만 모두 거절하고 1인시위를 택했다. 노 씨는 “점포를 5000만원에 사겠다고 하는 데 터무니없는 가격”이라며 “다른 자리에 점포를 내주겠다고도 하는데 내 점포를 두고 왜 다른 곳에서 장사를 해야 하느냐”며 울분을 토로했다.

영하 10도의 날씨에도 할머니의 시위는 계속됐다. 노 씨는 “다른 사람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이런 영업을 허락한 구청도 야속하다”며 “죽을 각오로 버티겠다”고 말했다.

서지혜 기자/gyelov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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