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 “3D프린터 창업 · 대중화 우리손으로”

국내 캐드시장 1위업체 노하우 집약
수백만원대 외산 프로그램 대체 포부

“3D 프린터는 알아도 ‘3D 모델러’가 무엇인지는 모르는 사람이 많습니다. 하지만 3D 프린터로 자신만의 물건을 만들어내려면 반드시 3D 모델러라는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설계도를 먼저 그려야 하죠. 바로 그 3D 모델러의 대중화에 앞장서고 싶었습니다.”

3일 서울 금천구 가산동에서 만난 박승훈(56·사진) 인텔리코리아 대표는 지난달 내놓은 3D 모델러 ‘캐디안 모아이 3D(CADian MoI 3D)’의 개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3D 모델러는 제품의 3차원 설계도를 제작하는 일종의 ‘3차원 캐드(CADㆍ컴퓨터 지원설계)’ 프로그램이다. 3D 프린터로 물건을 출력하려면 먼저 3D 모델러로 그린 자세한 입체 설계도를 3D 프린터에 입력해야만 한다. 즉, 3D 모델러 없이는 마치 도깨비 방망이처럼 여겨지는 3D 프린터도 ‘무용지물’이라는 이야기다.

다른 사람이 이미 만들어놓은 설계도를 이용할 수도 있지만, 그럴 경우 저작권 침해라는 문제가 생긴다. 특히 자신만의 아이디어를 3D 프린터로 구현하려는 창업가나 중소기업은 3D 모델러를 이용한 아이디어 구체화 작업을 필수로 거쳐야 한다.

하지만 현재 3D 모델러 시장은 고가의 외산 프로그램이 장악, 자본이 부족한 개인사업자가 자유롭게 꿈을 펼치기에는 어려운 실정이다.

박 대표의 도전 역시 이런 상황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시작됐다.

박 대표는 “3D 프린터가 화제가 되기 시작한 2년 전부터 ‘3D 프린터로 창업하고 싶은데 값싸고 배우기 쉬운 3D 모델러 프로그램이 없느냐’는 문의가 회사로 쇄도하기 시작했다”며 “급기야는 3D 프린터를 수입하거나 제작하는 업체 관계자까지 찾아와 ‘3D 프린터는 가격이 낮아지고 있는데 외산 3D 모델러는 수백만원이 넘어 판매가 힘들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고 말했다.

1993년 국산 캐드프로그램 ‘캐디안(CADian)’을 개발, 전 세계 캐드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글로벌 기업 오토데스크의 ‘오토캐드(AUTO CAD)’를 국산화한 경험이 박 대표를 자극했다.

박 대표는 지난해 초 ‘3D 모델러의 대중화’를 새로운 목표로 세우고 한 해 매출(50억원)의 12%가량을 차지하는 약 6억원을 투입, 3D 모델러 개발에 착수했다. 그 결실로 1년여 만에 ‘캐디안 모아이 3D’가 탄생한 것.

‘캐디안 모아이 3D’ 기본 가격은 29만원으로 경쟁 외산 프로그램보다 17배 정도 싸지만 성능은 그에 못지않다. 국내 캐드시장 1위 업체의 노하우가 고스란히 담겼기 때문이다. 외산 프로그램과의 호환성도 좋아 부득이하게 복제품을 사용하던 사용자도 아무 문제 없이 프로그램을 교체할 수 있다.

박 대표는 제품을 내놓는 데 그치지 않고 3D 모델러 사용자 교육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2월부터 시작되는 인텔리코리아의 3D 모델러 무료교육은 이미 만원이다.

박 대표는 “컴퓨터 사용이 어려운 은퇴 후 창업자나 보다 전문적으로 3D 모델러를 다루고 싶은 이들을 위해 3D 프린터 업체와 연계한 무료 교실을 운영, 국내 3D 프린터산업의 저변을 넓힐 계획”이라고 했다.

이슬기 기자/yesye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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