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김치’ 보단 ‘매화’

[헤럴드경제=오수정 인턴기자]2월 임시국회 첫날인, 3일 오후 3시께 여의도 국회 본청앞 계단. 매서운 1월의 ‘여의도 칼바람’ 앞에서, 여야 국회의원들이 손을 맞잡았다. 지난 연말 예산안으로, 올해 초엔 정당공천 폐지 문제로 격렬한 몸 싸움을 불사하며 목청을 높이던 국회의원들이 옆 사람과 손을 맞잡고 어깨까지 손을 추어 올렸다.

국회의원들이 모여 단체사진을 찍은 것은 1948년 5월 31일 제헌국회 이후 66년 만에 처음이다. 이날 사진 촬영은 국회가 제헌국회 기념 조형물 제막식 추진 과정에서 의원 단체사진이 제헌국회 달란 한장 뿐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정진석 사무총장이 주도했다. 이날 찍은 사진은 의원회관에 전시되고, 국회 헌정기념관에는 헌정자료로 보관된다.

역사적인 이날 안타깝게 촬영을 놓친 의원들도 적지 않다. 정세균 의원은 사진 촬영 직전 열린 본회의엔 참석했지만, 생방송 출연 탓에 사진 촬영엔 응하지 못했다. 이날 검찰로부터 20년의 중형을 구형받은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도 자리에 없었다. 이외에도 해외에 머무른 의원들도 사진에 남지 않았다. 국회의원 300명 가운데, 이날 참석한 의원은 282명이다. 촬영엔 정 사무총장 등 7명의 차관급(1급)이상 국회 공무원들도 참여했다. 19대 국회를 대표하는 289명이 역사로 기록된 것이다.

촬영 현장은 추운 날씨완 별개로 훈훈했다. 가장 뒤늦게 휠체어를 타고 현장에 도착한 이상민 의원에게 이용섭 의원은 기꺼이 본인이 앉았던 제일 앞자리 좌석을 양보했다. 사회자가 ‘사진 촬영 의미를 말씀드리겠다’고 말하자, 여야 의원들 공히 “날씨 춥다!”, “그런건 다 알아”, “에이 그건 좀 빼고”라 말하며 다들 웃었다.

사실 이날 촬영 장소인 국회 본청 계단은 ‘화합과 상생’보다는 ‘대치와 몸싸움’의 현장이었다. 두 달 전만 해도 새누리당은 이곳에서 ‘대선불복’ 규탄대회를 민주당은 ‘헌법불복’ 규탄대회를 각각 열었다. 실제 ‘피 튀기는’ 사태도 벌어졌다. 지난해 민주당 강기정 의원과 청와대 경호실 직원간 몸싸움이 벌어진 장소도 이곳이다.

이날 국회 의원들이 셔터를 누를 때 외친 단어는 ‘매화’였다. 사회자는 “김치라고 하기는 좀 그렇지 않느냐”며 웃었다. 매운 ‘김치’보단 예쁜 ‘매화’가 나아 보임직도 하다. 입춘을 하루 앞둔 이날 남부지방엔 ‘봄의 전령’ 매화가 꽃망울을 터트렸다. 여야 국회의원들이 이번 단체사진을 계기로 상생과 화합의 꽃망울을 터트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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