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에 푹 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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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루 예술원 서훈정 원장(왼쪽)이 제시카에게 판소리를 소개하고 있다.

제시카가 판소리의 매력에 푹 빠졌다.

헐리웃 배우로서 뮤지컬과 연극무대에도 섰던 제시카로서는 제대로 물 만난 ‘K타운’ 나들이다.

눈 부시게 맑았던 지난 금요일 오전, 제시카가 미주 판소리의 대가, 연운 서훈정 명창이 있는 LA ‘다루 예술원’을 찾았다.

서훈정 원장은 한국의 이일주 명창의 제자이자 전북 무형문화재 2호 ‘심청가’의 전수자로 남가주 지역에서 10여 년을 소리꾼 양성에 힘써 왔다. 현재 ‘한국전통문화 예술원’(박창규 이사장) 산하의 국악교육기관인 ‘다루 예술원’와 공연팀 ‘해밀’을 이끌고 있는 미주 국악계의 보석 같은 존재다.

LA한인타운 올림픽 블라버드에 위치하고 있는 ‘다루 예술원’은 한국의 멋과 향이 흐르는 곳이다.

1층과 2층은 한국의 전통차를 즐길 수 있는 ‘카페 다루’가 있다. 이곳은 전통 국악 공연을 비롯해 다양한 재즈, 크로스오버 등 다양한 뮤지션들의 공연이 열리는 예술인들의 아지트로 인기가 높다.

3층에 있는 ‘다루 예술원’에서는 판소리와 민요, 가야금, 거문고 등을 배울 수 있는 스튜디오가 마련되 있다. 이곳은 공연팀 ‘해밀’의 연습장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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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훈정 원장을 기다리는 동안 찻집 ‘다루’ 구경에 정신 없는 제시카. 벽을 장식하고 있는 다도 세트가 한 눈에 들어온다.

“시부모님들이 계시는 중국에 갔을 때 동양의 차 문화를 접해보긴 했다. 하지만 이렇게 예쁜 찻잔에 마시지는 않았다. 이곳은 무척 고풍스러운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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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시카(왼쪽)이 서훈정 원장으로부터 다도를 배우고 있다.

한국어를 잘하는 영화배우 제시카를 보자마자 ‘교육열’이 불타오르는 서훈정 원장은 현장에서 ‘다도’와 ‘판소리’ 수업을 제안한다.

“다루 예술원이 추구하는 바가 한인들 뿐만 아니라 주류사회에 한국의 전통문화를 알리는 것이다.외국인이 배워 주위에 알리는 것 만큼 좋은 방법이 어디 있겠나”

제시카 또한 ‘판소리’가 배우들의 발성에 좋다는 소리에 두 눈을 반짝인다.

제시카를 위해 평소 아끼던 귀한 차를 내어 놓는 서훈정 원장.

피를 맑게 하는 ‘연잎차’, 찻잔 안에서 붉은 꽃을 피우는 ‘찔레꽃 차’, 약재를 이용한 ‘이슬차’는 달콤한 끝 맛이 일품인데 간의 열을 내리고 기분을 차분하게 하는 아로마 효과가 있다고 설명한다.

제시카: 다도에 특별한 의미가 있나? 차를 마시는데 왜 법도가 필요한가?

서훈정: 차를 마시는 행위에서 멋과 풍류를 즐기고 서로 존중하자는 의미다. 차를 대접하는 자와 손님간의 예의범절은 관계를 돈독하게 하고 차를 우려내고 기다리는 가운데 흐르는 고요함과 평온함을 즐겨보라

‘다루 예술원’으로 자리를 옮기자 ‘해밀’에서 거문고를 연주하는 김시현 씨가 반갑게 제시카를 맞는다. 가야금보다 묵직한 저음이 매력적인 거문고는 자태 또한 멋지고 연주하는 모습도 가야금과는 다른 멋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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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시카(오른쪽)이 김시현 씨로부터 거문고를 배우고 있다.

제시카: 악기의 생김새가 너무 마음에 든다. 소리는… 잘 모르겠다.

김시현: 가야금은 바이올린을, 거문고는 비올라를 생각하면 쉽다. 거문고는 주로 풍류를 즐기는 남성들이 연주했는데 힘있는 소리가 너무 매력적이라 전공하게 됐다.

암호같이 생긴 국악 악보와 한국 전통 음계인 ‘황.태.중.임.남’이 신기하기만 한 제시카. 대학에서 동양학을 전공한 재원답게 열공하는 모습에 모두가 흐뭇하다.

●제시카: 대학에서 한국영화를 공부할 때 ‘서편제’를 본 적이 있다. 무척 인상적인 영화였고 영혼을 쏟아내듯 부르는 노래에 어쩐지 가슴 아팠던 기억이 난다.

마치 ‘서편제’의 한 장면처럼 북을 놓고 마주 앉은 스승과 제자. 서훈정 명창과 제시카의 모습이 꽤 그럴 듯 하다.

●서훈정: 판소리는 서양의 1인 뮤지컬 같은 것이다. 보통 한 이야기를 소릿꾼이 완창하는 데 7~8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호흡은 숨을 누르듯 내지르는 것이 기본이다. 준비됐나?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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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시카: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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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훈정: 와. 소리를 낼 줄을 안다. 잘한다.(웃음) ‘소맹이 사옵기는 황주 도화 동이 고토옵고’

제시카: 소맹이….동이… 고토…??? 발음이 너무 어렵다 (웃음)

속성으로 이루어진 수업이긴 했지만 판소리의 매력에 푹 빠진 제시카. 서 원장도 열심히 최선을 다해 수업에 임한 제시카의 태도에 만점을 준다.

“정말 동양문화를 전공한 배우라서 인지 예술에 대한 끼와 소리에 대한 재능이 있다. 원한다면 언제라도 부담 없이 와도 좋다. 제자로 받아주겠다”

언젠가 무대에서 스승 서훈정 원장의 북에 맞춰 춘향가를 부르는 제시카의 모습. 상상만 해도 즐겁다. “아이러브 제시카, 아이러브 K타운!!”

하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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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루 예술원 무료 워크샵

한국전통문화 예술원 산하 ‘다루 예술원’에서 오는 2월 27일부터 29일까지 무료 워크샵을 연다. 판소리, 가야금, 거문고, 전통 무용 등 한국 국악에 관심이 있거나 배우기를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또한 연운 서훈정의 판소리를 중심으로 한 해금, 대금, 가야금, 거문고, 장구 등의 국악공연과 피아노, 오카리나, 하모니카, 기타 등의 연주가 함께 이루어지고 있는 크로스오버 뮤직 그룹 ‘해밀’도 만나 볼 수 있다.

▲주소:1543 W. Olympic Blvd. #318 LA, CA 90015, ▲문의:(213)478-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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