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알바’ 3년새 8배 급증

베이비부버 은퇴·저성장 여파
아르바이트 구직자도 ‘고령화’
희망 업종 1위는 고객상담

“사장님, 물건들 봉투에 좀 넣어주세요.”

서울 시내 한 편의점에서 온종일 계산대를 지키는 문권영(가명ㆍ60) 씨가 하루 중 가장 많이 듣는 단어는 ‘사장님’이다. 머리가 희끗희끗해지기 시작한 문 씨의 겉모습에 손님들은 당연히 그가 이 편의점의 주인일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문 씨는 손님들이 의례적으로 건네는 이 호칭이 불편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이제 일을 시작한 지 막 한 달이 지난 ‘새내기 아르바이트생’이기 때문이다.

젊은 세대가 주로 담당하던 아르바이트 일자리에 중ㆍ장년층이 몰리고 있다. 우리 경제의 전반적인 저성장 흐름에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와 고령화가 맞물리면서 과거 ‘용돈 벌이’ 정도로 치부되던 아르바이트시장이 중ㆍ장년층에 새로운 고용 창출의 장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18일 아르바이트 구인ㆍ구직포털 알바천국이 집계한 2013년 아르바이트 동향 자료에 따르면 60세 이상 구직자가 등록한 이력서는 최근 3년 사이 8배로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2010년 288건에 불과하던 60대 등록 이력서는 2011년 598건, 2012년 1606건, 2013년 2469건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같은 기간 40대와 50대 구직자가 등록한 이력서도 큰 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40대는 2010년 9444건, 2011년 2만76건, 2012년 3만5373건, 2013년 3만7582건으로 많아졌고, 50대는 2010년 2944건, 2011년 5970건, 2012년 1만3100건, 2013년 1만4068건으로 증가세를 나타냈다.

이런 아르바이트 구직자의 고령화 추세는 2010년대 초반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알바천국의 신규 가입자 연령대를 분석한 결과, 60대 이상 가입자 수는 2007년에 비해 2012년 7.9배 증가했고, 50대 가입자 수도 7.5배 늘어나 아르바이트 구직자의 고연령화가 뚜렷했다.

아르바이트시장에 새롭게 진출한 중ㆍ장년층의 선호 업종은 서비스 업종이었다.

지난해 알바천국에 이력서를 등록한 50세 이상 구직자가 희망하는 업종 1위는 고객 상담이었으며 대형마트, 운전직, 사무보조, 포장ㆍ조립, 전화주문ㆍ접수, 물류ㆍ창고관리, 보안ㆍ경호ㆍ경비, 음식점, 백화점 아르바이트 등이 그 뒤를 이었다.

특별한 기술이 없이도 사람을 대하는 연륜을 활용하면 좋은 업무 성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알바천국이 이러한 추세에 맞춰 운영하고 있는 ‘중ㆍ장년 채용관’도 점차 활성화되는 분위기다. 중ㆍ장년 채용관은 40세 이상 아르바이트생을 선호하는 일자리만을 모아놓은 곳으로, 18일 기준 7만410건의 채용공고가 등록된 상태다.

이슬기 기자/yesye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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