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마트 이용호 MD “‘가격폭락 보스톤 어민 울상’ 기사가 랍스터대전 단초”

[헤럴드경제=오연주 기자]‘노르웨이 고등어, 베트남 쭈꾸미, 미국산 활(活)랍스터…’. 이 수산물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이용호(37·사진) 롯데마트 수산팀 MD가 유통업계 최초로 들여온 상품이라는 점이다. 지난해 대형마트의 ‘랍스터 대전’을 이끈 그는 베테랑 수산 MD로, 히트상품 제조기로 통한다.

이 MD가 수산물 분야를 맡은 것은 지난 2008년이다. 지금은 수산물 전문가가 됐지만 처음 수산팀 MD를 시작할 때만 해도 초보 중의 초보였다. 


그는 “조금이라도 알았다면 그렇게 안 파고들었을텐데 아예 모르니까 더 열심히 공부하게 되서 오히려 약이 됐다”며 “노량진수산시장에 가서 생선을 종류별로 다 사서 구워먹으면서 하나씩 공부하듯이 맛을 봤던 기억이 난다”며 웃었다. 생선회 쪽을 담당할 때는 평생 먹을 회는 다 먹었을 정도로, 평소 좋아하지도 않던 회를 입에 달고 살았다.

호기심을 강조하는 이 MD가 미국산 랍스터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도 우연한 계기였다. “미국 보스턴 어민들이 랍스터 가격폭락으로 울상이라는 기사를 본 것이 시작입니다. 국제전화비가 30만원이 훌쩍 넘어갈 정도로 하나씩 알아보다보니 ‘이거 되겠다’는 확신이 생겼죠.”

당시 주류였던 캐나다산 랍스터에 비해 미국산 랍스터는 가격경쟁력이 높고 상품성도 충분했지만 폐사 가능성 여부를 체크하는 ‘프로틴 블러드 테스트’를 하지 않아 대형마트 유통이 어렵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이에 이 MD는 직접 미국 산지에 방문해 이 테스트를 거쳐 폐사율이 낮은 우수한 상품만을 선별 후 항공 직송하는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지난해 5월 첫 선을 보인 미국산 활 랍스터는 그야말로 대박이 났고, 다른 업체들까지 속속 1만원 안팎의 랍스터를 선보이면서 대형마트간 ‘랍스터 전쟁’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올해 설 대형마트에 랍스터 선물세트가 등장할 정도로 대중적 인기를 얻은 랍스터는 이제 대형마트에서 갈치만큼 잘 팔리는 상품이 됐다. 


그는 “무엇이든 첫 시도를 할 때는 안될 거라고 하는 분들이 많은데, 어려웠던만큼 성공했을 때의 보람이 더 크다”며 “랍스터의 사례도 그렇지만 생물 위주인 고등어 시장에 노르웨이 냉동 고등어를 선보였을 때도 안될거라고 했는데 지금까지 인기리에 판매중”이라고 덧붙였다.

어획과 채취에 주로 의존하는 수산물은 하루 앞을 내다보기가 힘들기 때문에 MD 업무도 쉽지 않다. 달밝기, 조금, 사리 등 어업에 영향을 미치는 것들을 꼼꼼하게 살피는 것은 물론, 새벽에 시작되는 경매부터 밤새 물류사고는 없는지까지 체크하다보면 밤에도 그의 휴대폰은 쉬지 않고 울리기 일쑤다.

이 MD는 “상황별 시나리오를 만들어 대처하는 것이 힘들지만 그만큼 역동적이어서 재미있다”며 “올해는 호주, 북미 등 수산물 미개척지 개발을 위해 더 부지런히 뛰어다닐 계획”이라고 말했다.

oh@heraldcorp.com

사진=안훈 기자 rosedal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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