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화상경마장 논란 300일…갈등 여전, 지자체 ‘개입근거 없다’ 뒷짐

마사회와 주민 갈등은 그대로, 서울시와 용산구는 뒷짐, ‘용산 화상경마장 논란’ 결론은?

서울 용산구 주민들이 용산역 마권장외발매소(화상경마장)의 원효로 확장 이전을 반대하며 마사회와 갈등을 빚은 지 25일로 300일째를 맞지만 여전히 문제 해결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양측 협상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마사회가 상인과 동대표 등을 상대로 본격적인 설득 작업에 나서면서 화상경마장 논란은 주민 간 갈등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한 달여 전 이전 반대 입장을 밝힌 서울시와 용산구는 “더는 개입할 근거가 없다”며 중재 역할을 꺼려 갈등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입점 찬성” 플래카드 걸려… 새 주민조직도 등장

24일 마사회와 화상경마장 입점저지 주민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 등에 따르면 지난 10일 경마장 이전에 반대하는 한 시민단체 회원이 ‘화상경마장 환영’이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찢어 경찰 조사를 받았다.

‘인근 상인 일동’ 명의로 작성된 이 플래카드는 곧 철거됐지만 그 자리에는 ‘대책위가 지방선거에 출마하려고 마사회에 반대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는 내용의 플래카드가 다시 걸렸다.

이 플래카드 역시 같은 명의로 작성됐지만 정작 이 플래카드를 자신이 걸었다고 나서는 상인은 없다.

최근에는 화상경마장 입점 예정지 주변 4개동의 통장 노인회장 등 단체장 50여명이 대책위의 대표성을 문제 삼으며 주민대책 상생연합회(이하 상생연합회)를 결성하고 마사회와 협상을 시작했다.

이들은 지역 단체들에 보낸 진정서에서 “몇몇 학교 관계자들의 의견만으로 지역 주민 전체의 이익이 침해되는 것을 묵과할 수 없다”며 “대표성 있는 우리 연합회가 마사회와 대화에 나설 것”이라고 썼다.

마사회 관계자는 “상생연합회에서 마권 장외발매소 입점이 지역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들이 주민을 대표해 협상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며 “대책위와 별도로 상생연합회와도 협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사회 물량 공세로 갈등 조장… 주민 이간질”

대책위는 이 같은 갈등 양상이 마사회의 물량 공세 탓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대책위와 협상은 뒤로한 채 나머지 주민들을 상대로 호의적인 여론을 조성함으로써 주민들을 이간질하고 대책위를 고립시키려는 ‘꼼수’라는 주장이다.

대책위 관계자는 “최근 마사회장이 직원들에게 홍보성 여론조사를 지시했다는 사실이 언론에 의해 밝혀졌고, 마사회 직원들이 상생연합회 동대표를 만나 물적 지원을 약속하고 대보름 윷놀이대회에 수십만원을 기부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상생연합회에 참여한 한 주민 대표는 “마사회 측에서 계속 만나자고 연락을 해와 본부장인가 하는 분을 따로 만나 설명을 들은 것은 사실”이라며 “우리 동 대표만 만난 것 같진 않았고 다른 동 관계자도 만나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마사회 관계자는 “순수한 의미의 여론조사를 추진했지만 대책위가 반대해 중단했다. 윷놀이대회에 직원들이 갔지만 후원금은 들은 바 없고 떡 같은 먹을거리를 사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서울시 · 용산구 “중재? 지자체 일 아냐”

천막농성이 한 달을 넘어서면서 주민 간 갈등도 커지고 있지만 중재 역할을 해야 할 서울시와 용산구는 뒷짐만 지고 있다.

시와 용산구는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지난달 23일 ‘용산 장외 마권발매소를 서울 외곽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견해를 내놓았지만 이제 더 이상 개입할 근거가 없다며 선을 긋고 있다.

시 관계자는 “용산 마권 장외발매소 이전은 지방자치단체에서 관여할 수 없는 국가 사무이기 때문에 입장 발표만 한 것이며 우리가 행정적으로 조치할 수 있는 것 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최진성 기자/ip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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