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요커가 응답한 90’s 패션…K-패션 지금이 가장 핫하다”

자유분방한 ‘그런지 패션’ 재해석
全소재 본딩 처리로 구조감 살려
작년보다 바이어들 뜨거운 반응

K팝 열풍 이어 한류 패션도 관심
메이저 브랜드 도약 욕심 내야죠

유독 눈보라와 혹한이 기승을 부리던 지난 2월의 뉴욕 패션위크. 올해로 아홉 번째를 맞는 ‘콘셉트 코리아 F/W 2014’가 열리던 미국 뉴욕 링컨센터의 ‘더 살롱’은 밖의 날씨가 무색할 만큼 열기로 가득했다.

예상인원 500명을 넘어 700여명의 패션관계자가 몰리면서 입추의 여지가 없었다. 이번 콘셉트 코리아에는 이석태, 최복호, 고태용, 박윤수 등 총 7개 팀의 국내 디자이너가 참여했다. 바이어는 물론 업계 관계자, 현지 언론에서도 호평이 쏟아져 한류를 실감케 했다. 컬렉션을 마치고 귀국한 이석태 디자이너를 지난주 신사동의 작업실에서 만났다.

▶응답하라 1994…90년대 패션 재해석=이석태가 뉴욕에서 선보인 2014 F/W 컬렉션 ‘This is That’은 90년대의 자유분방한 ‘그런지 패션’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국내에서는 작년 인기리에 방영됐던 케이블 드라마 ‘응답하라 1994’로 90년대 스타일이 집중을 받았지만, 패션계에서 90년대는 80년대를 이은 또 하나의 레트로로 이미 많은 디자이너들이 작업했던 테마다. 

이석태가 뉴욕에서 선보인 2014 F/W 컬렉션‘ This is That’은 90년대의 자유분방한‘ 그런지 패션’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이석태는 힙합과 레이어링으로 대표되는 90년대 패션을 본인 특유의 건축적이고 구조적인 스타일로 풀어냈다. “원래 구조적인 작업을 많이 했다. 콘셉트 코리아로 뉴욕에 진출하면서 가장 잘하는 것으로 승부를 보고 싶었다”는 이석태는 특히 이번 컬렉션에서 전체소재를 본딩(bondingㆍ원단을 두 겹 이상 겹쳐 접착한 기법) 처리해 구조감을 더욱 살렸다.

실제 반응은 어떠했을까. “작년 컬렉션 때는 레이디 가가한테서 연락이 왔었고, 올해는 바이어들한테서 즉각적인 반응이 왔죠. 작년보다 올해가 훨씬 피드백이 많습니다”라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지금은 패션 한류 100%=정말 한류를 실감하느냐는 질문에 이석태는 주저치 않고 답했다. “지금 가장 핫한 것이 바로 ‘K-패션’이죠. 선배님들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고생하시던 것에 비하면 환경이 완전히 달라졌어요.”

이석태가 파리에서 유학하던 1990년대 초만 해도 한국은 분단국가, 가난한 나라, 아시아의 변방국이었다. 졸업하고 프랑스 브랜드 ‘소니아리키엘’에 입사했을 당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일본인이지?”였을 정도로 패션계에서 한국은 존재감이 없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당연했다. 당시 해외시장에 진출했던 진태옥, 이신우, 장광효 디자이너는 패션 역량 그 자체로 평가받기 어려웠다. 오히려 국가 이미지 때문에 핸디캡을 지고 활동해야만 했다. 

이석태 디자이너의 작품 일부.

환경은 좋아졌지만 아직 한국은 세계 패션시장에서 ‘눈에 띄는 신인’ 정도다. 패션사적으로 보자면 ‘컬렉션’이 탄생한 런던, 그것을 꽃피운 파리, 상업과 예술의 조합으로 돌풍을 일으킨 밀라노, 대중적ㆍ상업적 색채로 부흥을 일으킨 뉴욕 등 세계적 메이저 패션시장의 흐름이 있다. 이후 벨기에와 일본이 차례로 조명을 받았다. 지금 차세대 주자로 관심을 받는 것이 한국이다. K-팝 등 한류가 아시아를 비롯한 세계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에 바이어와 해외 언론들이 주목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석태는 “여기서 주류로 발돋움하려면 글로벌 스타 브랜드가 나와줘야 합니다. 일본의 ‘콤데가르송’처럼요”라고 말했다. 한 브랜드만이라도 메이저 시장에 정착하면 나머지 브랜드들도 그 흐름을 탈 수 있다는 분석이었다. 디자이너로서 그 자리가 욕심나지 않을까. “제 브랜드가 그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어요. 하지만 욕심낸다고 될 일이 아니죠. 그저 묵묵히 하던 일을 계속할 뿐입니다.” 선한 웃음이 돌아왔다.

▶디자이너보단 건축가를 롤 모델로=디자이너들에게 가장 중요한 영감의 원천, 그의 뮤즈는 다름 아닌 ‘일상’이었다.

기독인인 그는 뉴욕 2014 S/S 컬렉션 땐 “건축가의 버린 돌이 집 모퉁이 돌이 되었나니”라는 구약성경의 시편 구절에서 ‘버린 돌’의 영어식 표현 ‘REJECTED’를 테마로 선정하기도 했다.

그에게 있어 롤 모델이 되는 디자이너는 누굴까. 이브생로랑과 샤넬 등 아방가르드한 디자이너를 꼽았다. 하지만 그보다 그가 더 좋아하는 예술가는 바로 건축가였다.

“옷도 사실은 건축입니다. 패션 디자인도 인체를 싸고 있는 공간을 디자인하는 것입니다”라는 그가 가장 좋아하는 건축가는 자하 하디드, 렘 쿨하스, 안도 다다오다. 특히 자하 하디드에 대해서는 ‘건물이 갖는 모든 상식을 파괴했기 때문’에 존경한다고 했다. 건물을 지탱하는 기둥도, 층도 없이 모든 공간이 통일되는 건축화법이 매력적이란다.

오는 3월 열리는 2014 F/W 서울 패션위크는 그가 존경하는 자하 하디드가 건축한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다. “공간과 제 컬렉션이 만나 어떤 모습으로 될지… 저도 떨리고 궁금합니다”라는 그의 말처럼, 뉴욕에서 각광받은 그의 컬렉션이 서울에선 어떤 모습으로 표현될지, 만날 날이 기대된다.

이한빛 기자/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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