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과제 대충돌

[헤럴드경제=하남현 기자] 규제개혁이 정부 정책의 핵심으로 자리잡으면서 박근혜 정부가 연초 국정과제의 중점으로 삼았던 ‘비정상의 정상화’와 충돌하는 양상이 빚어지고 있다. 각 부처가 일괄적으로 연내 10%이상의 규제를 줄이기로 한 가운데 비정상의 정상화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규제 신설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규제 철폐에 총력전을 기울이겠다고 선언한 상황에서 비정상의 정상화는 후퇴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31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비정상의 정상화 단기과제 중에는 미용실, PC방, 사무실에서 사용하는 소규모 액화석유가스(LPG) 사용시설도 한국가스안전공사의 완성검사를 받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LPG 검사제도 개선방안이 담겨있다.

LPG 관련 사고ㆍ인명피해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대중의 이용 빈도가 높은 미용실, PC방과 같은 시설이 안전 사각지대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문제는 국민의 안전을 증진시키려는 이같은 방안이 결과적으로 규제를 더하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금년 내 10%, 박근혜 정부 임기기간까지 20% 이상의 규제 감축을 목표로 삼은 정부의 규제완화 방침과는 배치된다.

비정상의 정상화 일환인 경제민주화와 규제 완화 간 상충양상도 빚어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자상거래ㆍ포털분야 및 상조회사 불공정행위 개선을 비정상의 정상화 과제로 삼고 올해 중점 시책으로 삼았다. 이 역시 해당 업계에는 규제가 추가되는 사안이다.

대표적인 규제산업인 금융 분야에서도 규제 완화 바람이 불면서 금융 소비자에 대한 보호벽이 헐거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비정상의 정상화 과제 중에는 보이스피싱, 파밍 등 금융사기 근절 목표가 담겨 있다.

규제 개혁 열풍 속에 비정상의 정상화 대책에 담겼던 국민안전, 경제민주화, 소비자보호 정책이 뒷전으로 밀릴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김동연 국무조정실장은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비정상의 정상화 역시 규제 개혁과 마찬가지로 차질없이 추진하고 그 과정에서 꼭 필요한 착한 규제가 있다면 추가할 계획”이라며 “다만 규제를 더하는 만큼 나쁜 규제를 없애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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