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상의 정상화 규제 추가 불가피하지만…규제완화 열풍에 막혀

[헤럴드경제=하남현 기자] 지난해 경찰관 두 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구 액화석유가스(LPG) 폭발가스 이후 LPG 안전에 대한 규정이 너무 허술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특히 주로 영세업소가 LPG를 사용하는 현실에서 영업장 면적이 100㎡ 이하인 사업장은 정기 안전 검사 대상에서 빠져있었다.

이에 정부는 미용실, PC방과 같은 소규모 사업장에 대해서도 LPG검사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비정상의 정상화’ 과제 중 하나로 꼽혔다.

올바른 정부의 대책으로 여길 수 있지만 문제는 규제가 더해진다는 것이다. 정부가 규제비용총량제 도입 등을 통해 올해 10% 이상 규제를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상황에서 규제를 추가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지적이 관련업계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이처럼 각 부처에서 비정상적인 상황을 정상으로 돌려놓겠다며 추진중인 각종 대책이 범정부적인 규제 완화 바람의 역풍을 맞이하고 있는 사례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최근 컨테이너 하역요금 신고제를 인가제로 전환하는 방침을 발표했다가 졸지에 규제완화를 거스르는 부서로 낙인찍혔다. 시장가격을 통제하기 위해 정부가 개입하는 새 규제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해수부는 자율제로 운영되는 신고제 속에 ‘단가 후려치기’ 등 과당경쟁으로 낮은 하역요금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또 당국에 신고한 요금과 실제로 받는 요금을 달리하는 등 시장질서가 교란된 상황이어서 비정상적인 관행를 바로잡지 않으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해수부 관계자는 “인가제로 전환하는 것을 ‘규제가 아니다’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규제혁파’라는 분위기 때문에 도매금으로 넘어갈 것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농림축산식품부도 최근 공포된 ‘인삼산업법 시행령’을 통해 홍삼,백삼 등 인삼 검사를 인삼검사소 또는 법에 의해 지정된 검사기관에서 실시토록 했다. 안전성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지만 농민들의 불편을 초래하는 새로운 규제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비정상의 정상화 주요 과제 중 하나인 경제민주화 역시 규제완화 과정에서 움추러드는 분위기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위원회가 가진 482개 규제를 규범과 규제로 분류하고 불필요한 규제를 폐지키로 했다. 이를 위해 ‘규제적정화작업단’이라는 이름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사실상 규제 혁파 대상에 일부 경제민주화 규제까지 포함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규제 개혁에 저항하면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박근혜 대통령이 엄포를 놓았고 이에 각 부처가 규제 정비 작업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규제를 포함한 비정상의 정상화 시책이 뒷전으로 밀리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이 과정에서 국민안전이나 경제민주화 관련 규제를 받아야 하는 업계 등 이해당사자가 규제완화 분위기에 편승해 ‘착한 규제’도 도매금으로 넘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사적인 민원이 규제 완화로 탈바꿈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용덕 서울대 행정대학원 명예교수는 “규제에 얽힌 경제ㆍ사회적 이해관계를 제대로 파헤쳐야 불필요한 규제를 제대로 걸러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정부 고위 관계자는 “비정상의 정상화도 주요 국정과제인만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규제를 새로 넣어야 하는 조항이 그리 많지않아 규제 개혁과 함께 추진하는 데 큰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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