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비의 강건화가 경쟁력”…‘철강본원’ 명예회복 담금질

[광양=박수진 기자] 포스코 광양제철소 4고로 출선구(쇳물이 나오는 구멍). 섭씨 1500도에 달하는 쇳물의 열기가 온몸을 덮쳤다. 집진기가 고로에서 나온 가스를 빨아올렸지만 거대한 연기를 모두 삼키지는 못한다. 철기시대를 사는 인간이 만든 ‘화산(火山)’은 꼭 필요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가장 위험한 걸작이다.

5개 고로에서 연간 1800만t의 조강능력을 갖춘 광양제철소에서 제4고로는 하루에만 1만5000t 이상을 생산할 수 있는 ‘에이스(Ace)’다.

지난 2010년에는 하루 1만5613만t을 생산하는 세계 신기록도 세웠다. 생산량이 많을수록 위험가능성도 높아지게 마련이다. 그래서 4고로에서는 광양제철소의 위험관리 능력이 가장 빛을 발한다.

대규모 장치산업이 장년기에 접어든 국내 현실에서 ‘안전’은 이제 결코 간과할 수 없는 핵심 경영과제다. 포스코는 국내 장치산업의 맏형답게 이 부문에서도 가장 앞서가고 있다.

광양제철소의 안전경영 전략은 ‘설비 강건화’다.

지난 2007년부터 고로는 물론 제철소 내 설비들의 ‘건강’을 지키고 대형 장애를 예방하기 위해 각 부서가 협업해 개수나 예방조치가 필요한 사안들을 선제적으로 발굴하고 있다.

설비기술부를 중심으로 제선, 제강, 열연, 냉연 등 각 부문에서 파견된 팀리더급 실무진 50~60여명이 2주에 1회씩 ‘설비강건화 멘토링’모임을 열고 과제 발굴에 힘쓰고 있다. 이제까지 도출한 과제만 약 798건에 달한다.

4고로의 경우 최근 열풍로(코크스의 연소를 위해 공급되는 열풍이 가열되는 곳)의 돔형 지붕을 교체했다. 4개의 열풍로가 각각 지붕이 따로 있고 연락관으로 서로를 연결했던 기존 구조에서, 열풍로 두 개가 하나의 지붕을 사용하도록 바꿨다.

연락관 주변에 응력(물체가 밖으로부터 가해지는 힘에 저항하여 본디 모양을 그대로 지키려는 힘)이 집중돼 마모나 부식 가능성을 높여서다. 부식으로 연결부위가 손상되면 자칫 폭발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포스코 광양제철소 제선부 원료공장 직원들이 현장밀착형 설비 유지관리 활동을 통해 현장 설비의 본원경쟁력을 강화하고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데 힘쓰고 있다. [사진제공=포스코]

한영민 광양제철소 설비기술부 매니저는 “고열의 쇳물을 다루고 대형구조물이 많은 설비 특성상 제철소 내에는 늘 대형 장애의 발생위험이 상존해 다양한 예방활동 강화가 필요하다”며 “멋 부리지 않고 설비의 기본으로 다시 돌아가 철강 본원의 경쟁력을 강화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설비 강건화 덕분에 지난 2009년 이후 5년간 광양제철소의 설비장애율은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2009년 0.25%에서 지난 1월 기준 0.07%까지 뚝 떨어졌다. 설비장애율 0.01%포인트 하락은 연간 6억원의 비용절감 효과를 낳는다.

김형준 설비기술부 부관리직 차장은 “광양제철소의 설비 고장률은 타사와 비교하면 매우 낮은 편”이라며 “설비관리인력이 다른 회사의 절반 수준인데도 고장이 적은 것은 그만큼 예방활동에 힘써왔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지난 14일 취임 후 곧장 광양제철소를 찾은 권오준 회장도 “안전 및 설비사고, 환경 리스크를 제로화해 포항과 광양 제철소를 세계 최고의 원가 및 품질 경쟁력을 갖춘 초일류 생산현장으로 거듭 태어나도록 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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