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시늉만 낸 공기업의 ‘정상화 이행’ 방안

한국마사회 노사가 ‘방만경영 정상화 이행을 위한 단체협약과 규정 개정안’에 30일 서명했다. 퇴직금 가산제를 없애고, 경조사비를 줄이는 등 직원 복지 혜택을 축소하기로 노사가 합의한 것이다. 그동안 공기업은 산더미 같은 빚을 지면서도 직원들에 대한 터무니없는 복지혜택으로 사회적 비난 여론이 끊이지 않았다. 마사회 노사의 이번 합의는 정부 공기업 개혁의 첫 결과물이 나왔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합의 내용에는 정부가 공기업 중점관리 사항으로 지목한 사항이 상당부분 포함됐다고 하나 많이 미흡해 보인다. 우선 노사 합의로 없애거나 줄이기로 했다는 항목을 보면 오히려 더 기가 막힌다. 노사는 가족 한 사람당 30만원씩 지급하던 건강검진비와 자녀 영어캠프 비용 지원 등을 폐지했다. 또 명절과 생일 등에 지급했던 지원금 12만~15만원을 10만원으로 일괄 축소 등이 포함됐다. 그렇다면 회사가 그동안 임직원 가족들 병원비와 과외비 등 지극히 사적인 부분까지 챙겨줬다는 말이 아닌가. 그나마 지금이라도 개선키로 한 것은 다행이나 왜 공기업을 신의 직장이라 하고, 경영이 방만하다는 소리가 나오는지 알 만하다.

복지비용을 대폭 줄인다지만 이런 정도로 ‘방만경영 정상화 이행’이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마사회는 이번 ‘정상화 조치’로 한 사람당 사내 복리후생비가 919만원에서 547만원으로 41%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을 함께 내놨다. 수치만 보면 경영정상화가 상당히 진전되고 있는 것 같지만 결국 ‘시늉내기’에 불과할 뿐이다. 과도한 임금체계, 인력자원의 과다 배치 등 경영 전반에 과감히 손질해야 할 곳이 한 둘이 아니다. 마사회의 개혁의지를 탓하는 게 아니라 대부분 공기업이 그렇다는 얘기다.

감사원이 지난해 KBS의 경영 실태를 감사한 결과, 억대 연봉을 받는 1급 이상 직원 10명 중 6명이 무(無) 보직 상태라고 한다. 또 2급 이상 간부들이 전체 직원의 57%에 이르는 전형적인 역피라미드 인력구조다. 비용을 줄이고 개혁을 하라고 했더니 하위직만 줄이며 시늉만 낸 결과다. 개혁이 될 리 없다.

공기업은 경쟁은 없으면서 권한은 막강해 경영이 방만해지기 십상이다. 정부는 부채가 과다한 18개 공공기관에 대해 사업조정, 자산매각 등을 통해 2017년 부채 증가 규모를 당초 목표에서 42조원 줄인 43조5000억원으로 낮추기로 했다. 공기업 개혁이 제대로 되려면 더 강도가 높아야 한다는 것이다. 역대 정부의 공기업 개혁 실패는 ‘낙하산’ 탓이 크다. 박근혜 정부는 그 전철을 밟아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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