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연방제로 바꾸자”…러, 내정간섭 ‘꼼수’ 제안

동부지역 친러 영향력 강화 의도
미-러 “외교적 해결 필요성 합의”
구체적 방안엔 이견 “계속 논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사태 해법으로 제안한 ‘우크라이나 연방제 구성’의 배경과 속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크림반도 합병에 이어 우크라이나를 연방제로 만들어 친러시아 세력이 많은 하리코프와 도네츠크 등 동부 지역에 대한 정치ㆍ경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와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3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미국과 러시아 간 외무장관 회담에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정치ㆍ군사적 중립성’을 위해 러시아 뿐 아니라 미국, 유럽연합(EU) 등 어떤 블록에도 속하지 않는 비동맹 원칙을 명시한 헌법 개정을 제안했다. 양측은 외교적 해결 필요성에는 합의했지만, 구체적 방안에는 이견을 노출했다.

이날 러시아가 제시한 외교 해법은 ▷우크라이나의 비동맹 원칙 ▷우크라이나 지역들이 동일한 대표성을 갖는 연방제 구성 ▷러시아어 제2 공용어 채택 ▷개헌 뒤 지자체 선거 실시 ▷불법 무기 몰수와 키예프 주요 건물과 거리에서 시위대 철수 ▷크림의 주민투표 결과 존중 등이다.

러시아는 크림자치공화국이 러시아 귀속 주민투표를 실시하기 엿새 전인 지난 10일에도 우크라이나의 ‘포괄적인 헌법 개혁’을 요구한 바 있다.

현재 우크라이나는 대통령이 지자체 수장인 주지사를 임명하는 권한을 갖고 있다. 푸틴은 연방제 개헌을 통해 주지사를 주민투표에 의해 뽑고, 지방으로 조세권을 이양하는 한편, 주민이 뽑은 주지사에게 경제와 교육ㆍ외교 정책을 독자적으로 수립할 수 있는 폭넓은 권한을 주자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우크라이나 동부를 비롯해 친러시아 세력이 많은 지역에선 친러 인사로 구성된 지방정부가 과세 등 지역 업무를 총괄하며 국가 외교 현안에서 거부권까지 행사할 수 있게 된다.

공교롭게도 러시아의 이같은 외교적 해법인 제시된 이날 우크라이나 동부 도시 하리코프에선 약 4000명의 주민이 동남부 지역 주(州)들의 자치권 확대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고, 또 다른 동부 도시 도네츠크에선 1000명이 모여 지위 결정을 위한 주민투표 실시를 요구했다. 푸틴의 배후 조종이 의심되는 대목이다.

FT는 “동부에선 환영하겠지만, 수도 키예프의 우크라이나인들은 독립 22년 역사의 젊은 국가를 약화시키고 러시아 영향력을 강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 공용화 추진의 경우에 대해서도 서부에선 옛 소련시대로의 회귀를 염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1998년부터 3년간 주 우크라이나 미국 대사관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스티븐 파이퍼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러시아는 효율적 정부에는 관심없다”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내정 간섭 기회를 만들고 싶을 뿐”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우크라이나 외교장관은 이 날 성명을 내고 “교훈조와 최후통첩 같은 말은 러시아가 자신의 행동에 대해 어떠한 통제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것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완전히 굴복시키고, 분할하고, 파괴하고자 한다”면서 “연방제, 러시아어 공용화, 주민투표 등은 우크라이나인의 관점에선 러시아의 공격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지숙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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