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鄕判 폐지보다는 밀착 차단 대책을”

‘황제 노역’ 후폭풍으로 법원의 ‘지역법관제(향판)’ 폐지 논란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폐지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제도 자체에 대한 폐지보다, 지역 토착세력과의 밀착을 근절할 근원적인 대책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대법원은 향판제에 대한 문제보다는 개인적 비리에서 이 문제를 출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2004년 도입된 향판제에 대한 폐지가 초점이 아니라 개인 비리를 예방할 보완책이 지금은 중요하다는 것이다.

대법원이 향판에 대해 ‘폐지’보다는 보완에 초점을 두고 있는 것은 ‘법조일원화’라는 사법부 개혁정책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역법관제를 아예 없앨 경우 자칫 그 불똥이 법조일원화로 튈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법조일원화란 2023년부터 법조 경력 10년 이상의 검사나 변호사 등을 법관으로 임용하는 제도로, 이들은 각 지역에 내려가 은퇴 시까지 그 지역 법원에서 근무하게 된다.

이 제도는 양승태 대법원장이 평생법관제와 함께 추진하고 있는 사법개혁정책의 핵심 중 하나다.

선진국처럼 해당 지역의 전문 법관을 양성하겠다는 것이 목적으로, 제도가 안착할 때까지 현행 지역법관제를 보완, 유지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법원 내부의 전반적인 의견으로 형성돼 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경우 뉴욕주의 판사는 은퇴할 때까지 다른 주로 옮겨가지 않으며, 프랑스도 파리에 있는 법관이 다른 지역으로 배치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는 게 법원의 설명이다. 때문에 우리나라도 해당 지역의 물가 등 경제적 사정에 밝은 전문적인 법관에 의한 판결이 가능한 시점에 대비해 지역 법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국 법관 인사를 중앙에서 하는 나라도 우리나라와 일본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사법권 인사의 독립과 향후 법조일원화에 대비한 노하우 전수 등을 고려하더라도 현행 제도를 유지하는 게 필요하다는 게 법원의 논리다.

지난 28일 대법원 전국수석부장판사회의에서 ‘제도의 폐지’보다는 지법부장ㆍ고법부장ㆍ법원장 보임 등 단계별 의무 순환근무 방안을 놓고 더 많은 얘기가 오간 것도 이런 입장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하지만 현행 향판제의 허점은 분명히 적지 않고, 이를 이참에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다.

서울중앙지법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그러나 “미국과 같은 연방제 국가의 경우 연방법원의 법보다 주 단위의 법이 더 강해 토착세력과의 유착 등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돼 있는 데 비해 우리나라의 경우 향판의 문제는 순환근무 이외에는 딱히 규제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법조계 한 인사는 “향판제를 유지하려면 지역 토착세력과의 밀착을 차단할 근원적인 대책 마련이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상현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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