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 박영훈> 문과생의 비애

[헤럴드경제=박영훈 기자]정부의 정원 감축을 동반한 대학구조 개혁안이 전체적인 대학 구조조정이 아닌 사실상 인문계(문과생) 비인기 학과 통폐합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의 구체적 가이드라인이 없어 각 대학으로선 취업이 잘되지 않는 비인기 학과를 중심으로 정원을 줄이거나 학과를 통폐합하는 쪽으로 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미 여러 대학에서는 취업률이 낮은 인문사회계열 학과를 축소하거나 통폐합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학생들의 이공계 기피현상은 심해지고 있지만, 정작 인문계의 위기는 더 심각하다. 대학구조개혁도 이공계보다는 인문계가 타깃이다.

인문계 문과생들은 취업하기도 쉽지 않다. 문과생이 이과생보다 대학진학은 어렵지만, 취업률도 낮다는 속설은 통계적으로도 입증됐다. 신학용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문과학생들의 지난해 입시 경쟁률(2.19대1)은 이과학생 경쟁률(1.57대1) 보다 1.4배 높았다. 일반 고등학교 문과생 중 서울대에 진학하는 학생은 잘해야 1~2명 수준에 불과했다.

반면 높은 입시 경쟁률에도 불구하고 취업률은 오히려 문과 학생들이 이과학생들에 비해 크게 낮다. 공대 졸업 학생들이 예전부터 인문계 학생보다 취업률이 높았지만 그 격차는 2010년에 크게 벌어졌고, 현재 이공계 학생들이 15% 가까이 취업률이 높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실제 국내 삼성, 현대차, SK, LG그룹의 지난 하반기 대졸 신입공채를 조사한 결과 선발된 5명 중 4명이 이공계인 것으로 나타나는 등 이공계와 인문계 출신의 취업률에 차이가 큰 것이 현실이다. 이처럼 취업에서 이공계 출신이 훨씬 우대받고 있고, 은퇴한 이후에도 재취업은 훨씬 수월하다. 임금 역시 이공계 출신이 인문계 출신보다 많이 받고 있는게 현실이다. 경영학 전공 경영진 밑에서 공대 출신 직원이 일한다는 얘기는 옛말이 됐다.

일선 학교에선 인문계는 진학이 어렵고, 취업도 안된다는 인식이 만연하다. 국가경쟁력을 위해 많은 이공계 우수 인재를 양성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이것이 인문계 퇴보로 이어져서는 안된다. 산업분야 복융합화와 맞물려 학문간 융합도 중요시되는 게 세계적 추세다. 학문의 균형적인 동반 발전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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