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 명품백 사랑 때문에…야생 비단뱀의 수난

성장주기 길고 사육 힘들어
불법 포획 뱀피 암시장 극성


세계인의 명품 사랑에 ‘파이톤’(Pythonㆍ비단뱀)이 눈물짓고 있다. 핸드백과 구두, 벨트 등에 쓰이며 독특한 무늬로 사랑받는 파이톤 가죽(뱀피) 수요가 급증하면서, 밀수도 덩달아 크게 늘고 있다.

31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느슨한 단속을 피해 불법적으로 거래되는 파이톤 가죽은 유럽에서만 한해 10억달러(1조625억원) 어치 수입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동남아시아에서 유럽으로 합법적으로 수입되는 파이톤 가죽은 한해 50만개로, 주로 패션 명가 이탈리아와 독일, 프랑스로 들어간다.

지난 2005년만해도 파이톤 가죽 수입양은 35만개, 수입액은 1억유로(1461억원) 정도에 그쳤지만 최근 몇년새 상승세를 타고 있다.

비욘세, 앰버 허드 등 유명 스타들이 개 당 700만원을 훌쩍 넘는 파이톤백을 걸치고 거리로 나서 파이톤백의 대유행을 이끌면서, 비단뱀피 수요는 그야말로 폭발적으로 늘었다.

그동안 세계에서 가장 큰 뱀에 속하는 비단뱀인 그물모양 비단뱀과 버마왕뱀은 성장 주기가 길고, 사육하면 번식이 어려워 비경제적이란 점에서 사육 기피 동물이었다. 하지만 최근 수요 증가와 함께 중국, 베트남 태국 등의 뱀 농장에선 비단뱀 사육이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더불어 야생 뱀 포획을 줄이려는 국제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뱀피 불법 암시장은 급성장했다.

비단뱀 보호를 위해 조직된 단체인 파이톤보호협력과 세계자연보전연맹은 비단뱀 농장에 대한 감시를 강화해 거래의 투명성을 높여야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장 크리스토프 비에 세계자연보전연맹 사무차장은 “서식지 보호와 불법 거래 중단 등을 통해 시급한 야생 비단뱀 보호 문제에 주의를 확실히 기울여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뱀 농장에 대한 감독 강화, 인도적 도축 기술, 유전자나 동위원소 테스트 등을 통해 뱀피가 농장에서 사육된 것인지, 야생 뱀피인지 가려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통해 불법적으로 포획된 야생 비단뱀이 농장 사육으로 ‘세탁’되는 일이 없도록 방지해야한다는 것이다.

구찌의 모회사 케링 관계자는 “구찌의 경우 파이톤 액세서리 수요가 특히 아시아에 늘고 있다. 비단뱀과 생태계를 위험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게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베트남으로 사육 뱀피와 함께 위기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에 따른 야생 뱀피를 모두 구입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해당 지역사회의 일자리를 보장하고 뱀 서식지의 파충류 보호를 위한 목적이라면서 “오늘날 뱀피의 출처를 완전하게 알 방법은 없다”고 덧붙였다.

한지숙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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