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상기후 대응 안전기준 준비해야

서울 벚꽃 개화시기의 바로미터인 종로 서울기상관측소 벚꽃이 지난달 말 꽃망울을 터뜨렸다. 서울 벚꽃이 3월에 개화한 건 1922년 관측 이래 처음이다. 이른 개화로 여의도 벚꽃축제는 예정보다 9일 앞당겨 3일 시작한다. 때 이른 초여름 날씨에 산수유 매화 개나리 진달래가 앞뒤 없이 피어나 꽃구경 명소에는 상춘객이 넘쳐난다. 지난달 울진의 낮 최고기온이 섭씨 27.2도를 기록했고, 서울은 23.8도까지 올라가 3월 기온으로는 107년 만에 최고를 경신했다.

그러나 봄꽃의 화사함을 마냥 즐길 수 없는 것은 이상기후가 몰고 올 어두운 그림자 때문이다. 올해는 특히 중국 네이멍구(內蒙古) 지역에 53년 만에 최악의 가뭄이 발생해 봄철 황사가 빈발할 것으로 보인다. 네이멍구자치구 기상국은 “대부분 지역의 강수량이 1㎜에도 못 미치는 심한 가뭄이 이어지고 있으며 이는 1961년 기상관측 이래 3월 강수량으로는 가장 적은 양”이라고 밝혔다.

중국의 황사는 동북아 공동의 문제여서 도시 간 협력을 통해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서울시가 중국 베이징시와 미세먼지를 비롯한 대기 질 관련 문제에 공동 대응하기로 한 것은 그래서 의미가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3일 베이징시를 방문한다는데 의례적 만남이 아닌 장기적이고 실질적인 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성과로 이어지길 바란다.

이상기후에 대한 심각성은 유엔 정부간기후변화위원회(IPCC)가 지난달 말 채택한 보고서에도 잘 나타난다. 보고서는 20세기 말보다 기온이 4도 이상 올라가면 열대와 온대지역의 밀과 쌀, 옥수수 생산이 격감하는 등 세계적 식량 위기가 닥치고, 수자원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는 등 분쟁위험도 크게 높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기후변화에 따른 충격에 대응하기 위한 비용은 개발도상국들에만 한정해도 연간 최대 100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후변화가 몰고 올 파장은 사소한 것에서 거대한 것까지 매우 광범위하다. 연초에는 100년 만의 폭설이 강릉의 도시 기능을 마비시키고, 경주 리조트를 덮쳐 꽃다운 청춘의 목숨을 앗아갔다. 이상고온 현상은 4~6월 많이 발생하는 식중독 환자를 크게 늘린다. 물고기의 집단 폐사를 불러오는 녹조현상도 만연해 피해 반경이 커진다.

기후변화는 예측을 불허하지만 사전 대비는 인간의 몫이다. 기상당국과 환경 전문가 등 관계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이상기후에 대처하는 새 안전기준을 마련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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