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열의 지식탐험]우리에겐 솜사탕처럼 달콤한 중언부언이 너무..

우리에겐 솜사탕처럼 달콤한 중언부언이 너무 많다

알록달록 하고 부풀어 보이지만 인간은 그걸로 허기를 면해 본 적이 결코 없다. 중독되고 질릴 수는 있어도…

내가 오랫동안 서적 유통을 하면서 때로 많이 아쉬웠던게, 자칫 독자가 요구하는 대로 팔다보면 결국 나자신은 솜사탕 장수밖에 안된다는 것.(내가 솜사탕 장수를 비하한다는 뜻이 아님을 모두 이해할 것이다)

솜사탕은 어디에나 존재하고 어느 사회에나 일정 정도 있다.

하지만 그 비율이 문제다.

지나친 일반화인지 몰라도, 우리 출판계에는, 나아가 우리 문화계에는 솜사탕이 너무 많다. 형형 색색의 달콤한 중언부언…. 신문, 방송등 언론이 앞장서서 국민을 초등학생 정도로 몰아가고 있다. 책마저도 베스트셀러를 넘어서 스크린 셀러가 되어가고 있다. 연속극을 보고 거기 나온 책에 자극을 받아서 책을 산다. 책읽기가 목적이 아니라 주인공과 자기 동일시를 위해 책을 사는 것이다. 여기에 소위 PPL로 제공되는 책은 1억 정도의 돈을 내야 한다고 한다. 이건 책이 아니라 아예 블록버스터이며, 우리시대가 낳은 미친짓이다.

자본주의 사회 즉 상품 유통이 전일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사회에서는 어른이 되어서 솜사탕이나 들고 있는 것을 무척 남사스럽게 생각하는 사람을 위한 또 다른 솜사탕도 있다. 무의미의 의미를 추구하거나, 뭔가를 해체한답시고 실재를 관념적 언어의 솜사탕으로 만들어버린 허풍선이 지식이 존재한다. 이것은 성인 지식인용 솜사탕인 셈이다. 인간과 사회, 역사와 철학, 자연과 우주를 논하는 것 같지만 실체적 지식은 없고 한 때의 유행이 되고 말 언어유희만 늘어놓는다. 쓴 맛나는 관념 유희의 솜사탕이라고 할까? 성인용 솜사탕엔 자기계발 솜사탕, 종교 솜사탕, 인문학 솜사탕등 나름 다양한 버전이 있다. 왜? 돈이 되니까.. 장사가 되니까….

이런 사회에서 스스로 성찰하지 않는 한 영원한 지적 유아상태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솜사탕을 많이 먹다 보면 이빨이 썩어서 제대로 된 음식을 먹기 힘들어 진다는 것. 이들은 오히려 음식을 비난한다. 너무 딱딱하다고.. 자신의 이빨이 썩은 것은 생각하지 못한다.

여기서 벗어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할까? 때론 너무 단단하고, 지루하고, 쓰고, 아프고, 힘들기까지 해도 견뎌야 할 필요가 있는 양식이 있다. 이가 썩기 전에 일찍 시작하면 좋다. 지루하게 매일 꼭꼭 씹어먹는 밥도 씹다보면 단맛이 난다. 전혀 보상이 없는 게 아니란 얘기다. 오히려 단단한 이빨과 튼튼한 턱이 갖춰지면, 곱씹어서 우러나오는 오묘한 맛을 느낄 수가 있다.

이게 내가 과학 혹은 과학적인 지식을 좋아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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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열/출판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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