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저트도 ‘명품시대’

롯데百 주니어스 ‘조기품절’상태
10만원 케이크 부담없이 지불
고가제품 매출 전체 절반차지

한개 4,000원짜리 초콜릿도 인기
‘가격저항’ 경제학 용어마저 무색
‘맛’에 지갑여는 소비트렌드 변화


지난 주말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지하 1층 식품매장. 얼마 전 이곳에 똬리를 튼 주니어스를 비롯해 40192롤 매장은 이른 저녁인 오후 5시쯤에 벌써‘ 반 휴점’ 상태였다. 주니어스에서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오리지널 케이크는 이미 거의 대부분 동이 나 늦게 매장을 찾은 손님들은 할 수 없이 빈손으로 돌아가기 일쑤였다‘. 조기 품절’ 사태는 이날 하루뿐이 아니다. 롯데백화점이 디저트존을 구성한 첫날인 지난 11일엔 일부 품목의 경우 오후 4시께부터 품절 되는 등 최근까지‘ 조기 품절’ 사태를 겪는 날이 수두룩하다.

‘10만원 케이크’ 전성시대가 열리고 있다. 2~3만원만 해도 비싸다고 했던 게 엊그제이건만 벌써 백화점과 유명호텔에선 5~6만원, 심지어 10만원이 넘는 케이크가 넘쳐나고 있다. 소비자들도 거리낌없이 ‘케이크’ 하나에 10만원짜리 수표를, 한 조각에 1만2500원의 거금을 내놓는다. ‘입에서 살살 녹는 달콤함’에 얇은 지갑은 대수도 아니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소공동 본점의 케이크 가격대별 매출 구성비는 지난 2010년까지만 해도 고가 케이크는 단 1.5%에 지나지 않았다. 불과 4년전까지만 해도 고가 케이크는 언감생심 꿈도 꿀 수 없었던 셈이다. 하지만 지난해엔 고가 케이크의 매출 비중은 26.2%로 뛰어 오른 데 이어, 올 3월 현재는 54.3%로 전체 케이크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저가 케이크가 설 자리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셈이다.


현대백화점 역시 4~5만원 이상의 고가 케이크 매출은 올 들어 3월 26일까지 전년동기 대비 18.3% 증가했다. 2~3만원대의 케이크 매출이 6~7% 한 자릿수 늘어난 것에 비하면 약 3배 이상 매출이 증가한 셈이다.

‘맛’과 ‘가격’에 중독된 한국사회는 ‘가격저항’이라는 정통 경제학 용어마저 옛말로 돌려 놓고 있다. 백화점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2~3년간 값비싼 수입 디저트류가 많아지면서 케이크에 대한 가격저항도 함께 없어졌다”고 말했다.

한 개에 4000원이 넘는 초콜릿, 500원짜리 동전보다 약간 큰 것 하나에 2000원이 넘는 마카롱, 한 개에 4000~4500원 하는 토로로 등이 도처에 넘쳐나면서 값에 대한 개념까지 없어졌다는 것이다. 실제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고가 디저트류는 3월 현재(26일 기준)들어 20.7% 고신장한 반면, 저가류는 10.8% 신장하는 데 그쳤다.

현대백화점의 경우에도 한 줄에 1만8000원하는 몽슈슈는 하루 평균 600개씩 판매되며 월 매출 4억원을 기록, 입점 두 달 만에 압구정본점 식품 브랜드 중 매출 1위에 오르기도 했다.

황슬기 롯데백화점 식품MD팀 CMD(선임상품기획자)도 “빵과 디저트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높아지면서 기존에 화장품과 명품지갑 등의 소품으로 느끼던 작은 사치를 디저트를 통해 즐기려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10만원 케이크의 전성시대의 대표주자는 단연 ‘오바마 케이크’로 유명한 주니어스가 꼽힌다. 조각 형태로만 팔지만 가장 기본형인 오리지널 한 조각이 9500원, 가장 비싼 블루베리 치즈케익이 1만2500원인 점을 감안하면, 한 판에 15만원 정도하는 셈이다. 비싼 몸값을 자랑하지만 평일 기준으로 하루 평균 250만원의 매출을 올릴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는 기존 케이크에 비해 무려 배 이상의 매출이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서도 지난 15일 오픈 이후 하루 평균 400만원가량의 매출을 올리는 ‘대박 상품’으로 등극했다. 고객들의 반응이 뜨겁자 현대백화점은 4월 1일엔 목동점에도 팝업스토어 형태로 추가 오픈할 예정이다.

서울신라호텔과 그랜드하얏트 서울 등 호텔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그랜드 하얏트 서울 관계자도 “4~5만원 하는 케이크도 보통 저녁에는 다 소진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며 “발렌타인데이나 크리스마스 같은 때에는 예약을 하지 않으면 살 수 없을 정도다”고 설명했다.

롯데백화점 황 CMD는 “10만원대 케이크의 경우 해외에서 직접 경험하거나 블로그 등을 통해 해당 브랜드를 접해본 고객들이 한국에서 현지의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부담없이 지갑을 열고 있다”고 말했다.

한석희·손미정 기자/hanimom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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