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서 남주나’ 착한 드라마의 진가 보여줬다

[헤럴드경제=서병기 기자]30일 종영한 MBC 주말극 ‘사랑해서 남주나’는 자극과 강도가 약하지만 공감가는 이야기로 잘 마무리됐다. 가족간에 생긴 상처와 갈등을 현실성 있고 그리고 치유와 해소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도 이 드라마가 은근히 인기를 끌어온 비결이다.

불륜 그 자체가 아닌 외도가 가정을 어떻게 파괴하고, 또 그것이 자식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섬세하게 그리며 여타 드라마와는 다른 깊이 있는 시각과 건강한 메시지로 사랑을 받았다.

이 드라마는 시대의 화두인 황혼로맨스에 주목하며 진정한 사랑의 의미도 되짚었다. 50회 까지 가면서도 곁가지로 새지 않고 최종회에서 힘든 수술을 받은 현수(박근형 분)와 순애(차화연 분)가 가족들의 축복 속에 결혼식을 올리며 해피엔딩을 맞는 모습은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왜냐하면 두 사람은 서로 사랑했지만 자식들로 인해 이별을 택한 끝에 이뤄낸 결실이었기 때문이다.고운 마음으로 사랑을 가꾸고, 또 시련을 극복한 끝에 온 가족의 축복을 이끌어낸 아름다운 황혼 로맨스라 할만 했다.


인생의 무게가 느껴지는 박근형-차화연의 황혼 로맨스는 평소 드라마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노년의 사랑의 감정을 잘 그려냈다. 서로를 배려하며 잔잔하게 다가가는 중년의 로맨스는 실제 새롭게 사랑을 시작하는 중년들에게는 좋은 참고서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박근형은 기흉 수술을 받고 퇴원길에 곧장 순애(차화연)와 함께 한 추억이 있는 남산으로 향했다. 그리고는 순애가 걸어둔 자물쇠를 소중히 쓰다듬으며 “어디에 있든 내 마음은 여기 순애 씨하고 함께 있을 거요”라는 말해 순애보 사랑을 보여주었다.

박근형은 젊었을 때 바람을 펴 딸들에게는 죄인이라 표현을 잘 못한다. 하지만 솔직한 사랑의 감정이 자식 앞에 용감하게 서게 만들었다. 박근형과 차화연의 순수한 마음이 결국 자식들의 마음을 녹여낼 수 있었다. ‘사랑해서 남주나’는 노년의 사랑도 설렐 수 있음을 보여주며 불화했던 가족과 원만히 지내고 행복하게 사는 법을 생각하게 했다.

예쁜 사랑을 만들어간 서지석과 홍수현 부부, 많은 일이 있었지만 사랑과 배려와 의리로 극복해낸 이상엽-신다은 커플, 유호정-김승수 부부의 교과서적인 사랑, 어버지에 대한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새롭게 사랑을 찾은 한고은, 밉지 않는 속물 강석우, 현실적인 서동원-노나라 부부, 기업 CEO지만 인간미와 상식이 있는 최정우-유지인 부부 등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는 공감할 수 있어 좋았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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