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록밴드 로코 프랑크 “음악으로 한일 관계 치유될 수 있다고 믿어”

[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록 음악의 진가는 공연장에서 발휘된다. 무대 위에서 라이브로 펼쳐지는 록은 음반이라는 틀 속에 박제된 음악으로 느낄 수 없는 강렬한 에너지로 관객들의 심장 박동 수를 올린다. 음악 시장에서 록이 비주류일지언정 공연장에서 만큼은 최고의 분위기를 이끌어내는 이유는 그 원초적인 에너지 때문이다. 고로 록밴드에 대한 평가는 라이브에서 판가름이 난다.

일본의 록밴드 로코프랑크(Locofrank)는 얌전하게 공연을 관람하기로 유명한 일본인들조차도 슬램(관객들끼리 격렬하게 신체를 부딪치는 일)과 헤드뱅잉을 하게 만드는 ‘기적’을 발휘하는 ‘천상 로커’다. 정규 4집 ‘스탠더드(Standard)’를 한국에 발매한 로코프랑크는 지난달 29ㆍ30일 이틀에 걸쳐 내한 공연을 치르며 공연장을 슬램의 바다로 만들었다. 음악은 만국 공통어임을 실감하게 만드는 순간이었다. 지난 달 31일 오후 로코프랑크의 멤버 키노시타 마사유키(보컬ㆍ베이스), 모리 유스케(기타ㆍ보컬), 사사하라 타츠야(드럼ㆍ코러스)를 서울 서교동 올드레코드 사무실에서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밴드 옐로우 몬스터즈의 드러머 최재혁이 통역으로 참여했다.

일본의 록밴드 로코프랑크가 한국에 정규 4집 `스탠더드(Standard)`를 정식으로 발매했다. 왼쪽부터 모리 유스케(기타ㆍ보컬), 키노시타 마사유키(보컬ㆍ베이스), 사사하라 타츠야(드럼ㆍ코러스). [사진제공=올드레코드]
일본의 록밴드 로코프랑크가 한국에 정규 4집 `스탠더드(Standard)`를 정식으로 발매했다. 왼쪽부터 모리 유스케(기타ㆍ보컬), 키노시타 마사유키(보컬ㆍ베이스), 사사하라 타츠야(드럼ㆍ코러스). [사진제공=올드레코드]

마사유키는 “이번이 세 번째 내한 공연이었는데 우리의 앨범과 음악을 숙지하고 공연장을 찾아오는 팬들이 많아지는 것을 느낀다”며 “한국에 정식으로 정규 4집을 발매하고 치른 공연인 만큼 지난 공연에 비해 의미가 남달랐다”고 소감을 밝혔다.

지난 1998년 오사카에서 결성된 로코프랑크는 지금까지 미니앨범 3장, 정규앨범 5장을 발표해 모두 일본 내에서 10만 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며 멜로코어 신의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로코프랑크는 지난 2006년 자신들의 레이블 ‘773Four RECORDS’를 설립해 음반 발매와 매니지먼트까지 직접 참여하며 레이블을 일본 대표 펑크 레이블로 성장시키기도 했다. 인디 레이블의 정신이 자본으로부터 독립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스스로 레이블을 설립해 활동해 나가는 로코프랑크는 인디 정신을 가장 잘 실천하고 있는 밴드인 셈이다. 


타츠야는 “메이저든 인디든 특정 레이블에 소속돼 있으면 활동에 필연적으로 레이블의 입김을 받게 된다”며 “메이저를 비롯해 많은 레이블들이 좋은 조건을 내걸며 러브콜을 보냈지만 어렵더라도 우리의 생각대로 음악을 만들고 싶어 직접 레이블을 설립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과거 일본에서 인디는 메이저 데뷔 전에 거치는 일종의 마이너리그라는 인식이 강했으나, 인디 레이블에도 레전드급 톱스타들이 많이 소속돼 있고, 메이저 레이블에도 인지도가 낮은 뮤지션이 소속돼 있는 등 그 경계가 모호해졌다”며 “인디와 메이저의 차원을 넘어 자체 레이블 설립은 우리만의 활동 방식을 영위할 수 있는 방식”이라고 덧붙였다.

로코프랑크에 한국에 발매한 정규 4집은 지난 2010년 일본에서 발매된 이들의 대표작으로 ‘크로스오버(CROSSOVER)’ ‘골드 마인(Gold mine)’ ‘호프(Hope)’ 등 11곡이 담겨 있다. 이 앨범을 통해 로코프랑크는 3인조라는 가장 기본적인 라인업으로 스래시 메탈(빠르고 강한 사운드를 강조하는 록)을 방불케 하는 연주 위에 유려한 멜로디를 싣는 자신들의 음악적 정체성을 확실히 드러내 보여줬다. 해외 진출을 의식한 듯 영어 가사로 노래를 부른 것도 특징이다.

마사유키는 “‘표준’이라는 의미를 가진 앨범 타이틀 ‘스탠더드’처럼 이 앨범은 로코프랑크의 모습 그 자체를 잘 보여준다”며 “어린 시절 비틀스와 엔카(일본의 전통 가요) 등 좋은 멜로디를 가진 곡들의 세례를 받았기 때문에 강력한 록을 표방하지만 동시에 마음을 울리는 멜로디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1981년 생 동갑내기인 세 멤버들은 밴드 결성 이후 단 한 번도 교체 없이 유지되며 탄탄한 팀워크를 보여주고 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멤버 교체가 유독 잦은 편인 록 음악계에서 이 같은 팀워크는 매우 이례적인 모습이다.

유스케는 “로코프랑크에는 리더가 따로 없고 멤버들 모두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조율해나간다”며 “멤버들 모두 고교 시절부터 친구라는 이유도 있지만, 멤버들 간에 적당히 싸우고 뒤끝 없이 화해해야 밴드도 건강해진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한국과 일본은 과거사 문제를 둘러싸고 외교적으로 불편한 관계에 놓여있다. 특히 아베 신조 총리가 역사왜곡과 우경화 행보를 이어가면서 불편한 외교관계는 동북아 전체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로코프랑크는 이 같은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활발한 문화교류가 양 국의 관계를 복원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타츠야는 “내한 공연에서도 느꼈지만 음악은 국적과 언어를 초월하는 소통의 열쇠”라며 “좋은 음악은 틀어진 관계를 치유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확신하며, 로코프랑크의 음악도 한국과 일본의 관계를 치유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마사유키는 “지난 30일 우리와 음악 스타일이 다른 이승환과 함께 공연한 것은 매우 신선한 경험이었다”며 “걸그룹 카라와 싱어송라이터 타루 등 함께 무대에 서보고 싶은 한국의 아티스트들이 많다. 앞으로 더욱 자주 한국에서 팬들과 만나고 싶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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