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 “동북아평화, 가스라인서 시작될 것”

지난달 ‘가스텍 2014’서 기조 발제
가스거래 허브 구축 필요성 역설

러시아 최대 국영 가스기업 가즈프롬의 알렉산더 메드베데프 부회장, 게이스케 사다모리 국제에너지기구(IEA) 에너지시장안보국장 등 러시아, 일본, 중국, 미국의 에너지 업계 최고위층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동북아 천연가스 시장의 미래에 대해 토론을 벌인 한국의 외교관이 있다. 지난달 24~27일 서울에서 열린 ‘가스텍(GASTECH) 2014’ 국제회의의 기조 발제를 맡은 오성환〈사진〉 외교부 에너지안보과장이다.

가스텍은 전 세계 가스산업 부문 최정상급 수준의 국제회의로 이번 서울 회의의 개막 전날인 23일에는 부대행사로 동북아 5개국과 IEA의 고위급 가스 전문가들이 만나 동북아 천연가스의 가격 저감을 위한 협의를 가졌다. 천연가스 산업은 에너지 산업 중에서도 정치적 고려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분야로 모든 결정이 이들 최고위층에서 이뤄진다.

러시아 전문가였던 그가 에너지 분야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2008년. 당시 중국과 일본, 한국의 초미의 관심을 끌었던 러시아 극동 파이프 라인 전략에 대한 논문을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저널에 실으면서다.

그는 “중동에 대부분 에너지 수요를 의존하고 있는 한국으로선 천연가스 개발을 핵심으로 한 러시아의 극동 개발전략은 천재일우의 좋은 기회”라고 강조한다. 북미의 셰일가스 혁명과 더불어 우리나라 에너지 도입선의 다변화를 달성하고 낮은 가격에 천연가스를 도입할 기회라는 것.

그러나 그는 이 같은 변화가 쉽게 달성된다고 보지 않는다. 본래 천연가스 시장은 판매자 중심의 시장(Seller’s market)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러시아가 중국라인, 사할린 라인, 북한 통과라인 등 파이프라인 노선 방향을 두고 한ㆍ중ㆍ일 등 주변 수요국을 경쟁시키며 높은 가격을 불러왔다. 

[사진=윤병찬기자 [email protected]]

“한국은 공급국과 수요국 간 제로섬(zero-sum) 경쟁이 벌어지는 이 시장을 윈윈(win-win) 게임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그는 말한다. 다른 자원과 달리 거래와 금융이 집중된 가스 거래 허브도 없는 상황을 보다 협력적 관계로 전환시켜야 가격이 낮아지고 그래야 시장 자체가 커진다는 것.

비단 경제적 이유만은 아니다. 댜오위다오(釣魚島·일본명 센카쿠열도) 분쟁에서 보듯이 에너지 경쟁은 안보경쟁으로 이어지기 쉽다. 동북아 정세에 민감한 한국은 동북아 5개국 협의를 우리 주도로 지역 다자 체제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그는 “논의를 진행하다보면 파이프라인의 안전에 영향을 주는 지역 정세도 자연스럽게 논의하게 될 것”이라며 “이번 협의가 동북아평화협력구상이 구체화되는 계기가 되길 희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원호연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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