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끊는 ‘보드카의 나라’…우크라 사태ㆍ음주규제 폭탄에 러시아 주류산업 직격탄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술의 나라’ ‘보드카의 나라’ 등 러시아를 가리키던 익숙한 수식어들이 이제 옛말이 되고 있다. 강력한 음주 규제책이 잇달아 도입된데다 우크라이나 사태까지 겹쳐 터지면서 술을 찾는 이들이 눈에 띄게 줄었기 때문이다.

▶“애주가 보기 힘들어” =러시아 양조협회(URB)에 따르면 지난해 러시아인이 한 해 동안 마신 맥주량은 일인당 평균 70ℓ로 추정된다. 이는 2007년 개인 연평균 소비량(81ℓ)보다 11% 감소한 것이다.

이 같은 감소세는 올해도 계속될 전망이다. 러시아 컨설팅업체 아르노토프는 올 연말 맥주 시장 규모가 2008년에 비해 25∼30% 위축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처럼 맥주 소비량이 줄어들고 있는 것은 러시아 정부가 최근 음주 규제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부터 러시아에선 면적 50㎡ 미만의 일반 상점은 맥주를 팔 수 없다. 심야시간(오후 11시∼오전 8시) 판매도 제한된다.

연초에 열렸던 소치 동계올림픽에서도 엄격한 규제안이 시행됐다. 지난해 러시아 정부가 연방법으로 스포츠 경기장 안에서 주류 판매를 금지한 데 이어, 올 1월엔 소치 시당국도 올림픽 경기장 인근 50m 안에선 주류를 팔 수 없도록 한 조례를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앞서 러시아 정부는 2010년 맥주에 붙이는 관세를 3배 인상했으며, 오는 2015년엔 이를 6배까지 올릴 예정이다. 또 2012년에는 텔레비전, 인터넷, 대중교통 등에서 주류 광고가 전면 금지됐다. 지난해부터는 종이매체를 통한 광고도 불가능하다.

▶러시아서 맥 못추는 맥주기업 =러시아 정부에 철퇴를 맞은 주류기업들은 그야말로 울상이다.

세계 최대 맥주기업 안호이저부시 인베브(AB 인베브)는 고심 끝에 생산시설 축소에 나섰다.

AB 인베브는 지난달 25일(현지시간) “향후 18개월 안에 페름 공장을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2012년 쿠르스크, 지난해 노보체르카스크에서 잇달아 공장 문을 닫은 데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AB 인베브는 2008년 이래 러시아 맥주 시장 규모가 25% 곤두박질해 침체에 빠져들고 있는 가운데 주류세 인상 등 각종 법적 규제가 발목을 잡았다면서 공장 폐쇄 배경을 설명했다.

실제 지난해 AB 인베브가 러시아에서 거둔 판매액은 2012년보다 13.6% 급감한 바 있다.

로이터 통신은 이에 대해 경기 불황, 인플레이션, 루블화 가치 하락 등으로 러시아인들의 소비 심리가 가라앉은데다, 크림 지역 병합으로 인해 발동된 서방의 경제 제재가 본격화됨에 따라 향후 주류 시장이 더욱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뿐만 아니라 러시아 맥주시장 선두를 달리고 있는 덴마크 맥주기업 칼스버그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러시아 시장에서 칼스버그의 수익은 7% 감소했다. 덩달아 동유럽에서 거둔 4분기 순익도 11% 줄어들었다.

그밖에 하이네켄은 지난해 현지 자회사를 통해 양조장 한 곳을 매각했으며, 올해 또다른 양조장 처분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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