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화분 속 작은 생태계…‘테라리움’의 미학

[헤럴드경제=황유진 기자]테라리움이란 라틴어의 terra(땅)와 arium(용기ㆍ방)의 합성어로 밀폐된 유리 용기 속에 가공한 흙이나 구슬등의 장식 소품을 넣고 식물을 가꾸는 것을 뜻한다.

19세기 중엽 밀폐된 유리용기 안에서 식물이 별도의 수분과 양분, 공기의 공급이 없어도 잘 자란다는 것을 발견한 영국 런던의 의사 너새니얼 워드에 의해 시작돼 전 세계에 전파됐다.

특히 도시 생활을 하면서도 테라리움을 활용해 쉽고 편리하게 실내 정원을 꾸밀 수 있어 그린 인테리어 시대에 더욱 각광을 받고 있다.

온라인 의류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37ㆍ여) 씨 역시 ‘테라리움’의 매력에 흠뻑 빠져있다. 


미세먼지와 실내 공기오염이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김 씨는 공기 정화에도 도움이 되고, 사무실도 아름답게 꾸밀 수 있는 테라리움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는 “컴퓨터 작업이 많고 의류를 관리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먼지가 많이 발생한다”면서 “실내 곳곳에 예쁜 용기에 담긴 식물을 두면 인테리어 효과도 좋고 공기도 좋아지니 일석이조”라고 설명했다.

▶테라리움은 어떤 종류가 있나=테라리움은 유리 용기의 뚜껑이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크게 밀폐식과 용기 일부가개방돼 있는 개방식으로 종류가 크게 나눠진다.

밀폐식의 경우 내부 습도가 높기 때문에 습기에 잘 견디는 식물이 유리하다. 대신, 너무 습하면 곰팡이가 생길 우려가 있어 주의해야 한다.

가정에서는 주로 개방형 용기를 많이 사용한다. 개방식 테라리움은 식물이 말라 죽지 않도록 물 주기에 각별한 신경을 써야 한다. 육안으로 봐서 흙색이 검은색이 되면 가장자리부터 물을 천천히 주면 된다.

투명 용기 안에 식물을 심어 키우는 테라리움은 흔히 ‘보틀 가든’이라고 불리는 데 주로 이끼나 고사리와 함께 난이나 꽃 등을 넣어 아름답게 꾸밀 수 있다.

▶테라리움 대표 식물과 키우는 방법은?=성공적인 테라리움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적절한 식물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식물이 유리용기 속에서 광합성을 통해 신선한 공기를 만들어 내고, 증발된 수분은 다시 흙으로 흡수되는 순환작용을 통해 스스로 자라야 관리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테라리움 식물로는 틸란드시아가 있다. 공기정화 식물로 유명해 일명 ‘먼지 먹는 식물’로 불리는 틸란드시아는 흙에 심지 않아도 된다. 공기 중 수분과 먼지 속 미립자를 자양분으로 먹고 자라기 때문이다. 직사광선을 피해 통풍이 잘 되는 곳에 두면 특별한 관리 없이도 잘 자란다. 물을 준 후 축축한 상태로 두면 썩을 수 있어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분무기로 물을 살짝 뿌려주면 된다.

스투키는 산세비에리아과의 식물로 미항공우주국(NASA)에서 공기 정화 식물 1위로 선정할 정도로 공기 정화 능력이 탁월하다. 전자파 차단 효과가 있어 아이들 방에 두면 좋다. 해가 안 드는 곳에 있어도 잘 자라고 물은 한 달에 한 번만 주면 돼 겨울철 집에서 키우기 적당하다.

묘이고사리는 공기 오염 물질 중 포름알데히드를 제거하는 효과가 있다. 햇볕이 들지 않는 음지에서 잘 자라므로 욕실이나 침실 등에 두고 키우기 좋다.

겨울에 꽃을 피우는 시클라멘은 공기 정화 기능이 뛰어나다. 따뜻한 곳에 두면 꽃이 시들기 때문에 베란다나 현관 등 해가 안 드는 서늘한 곳에 두면 잘 자란다.

겨울철 실내 분위기를 살리기에 좋은 백묘국도 좋다. 국화의 잎에 하얀 눈이 덮여 있는 모양을 하고 있어서 백묘국 또는 설국이라고 불리는데 겨울 느낌이 나기 때문에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 다만, 추위에 약해 꼭 실내에 둬야 한다.

▶누구나 시도할 수 있는 테라리움 노하우=적당한 식물을 선택했다면 테라리움을 꾸리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전문가들이 조언하는 몇 단계를 거치면 실내에 둘 수 있는 예쁜 테라리움을 만들 수 있다.

우선 마음에 드는 용기를 택해 맨 아래에 자갈을 3cm 두께로 깐다. 이 자갈은 물을 저장하는 배수층 역할을 한다. 그 위에는 수분 양의 조절과 살균에 도움이 되는 원예용 숯을 1.5cm 정도 넣는다. 그 다음에 흙을 덮고 식물을 심는데, 흙의 두께는 식물과 용기의 크기에 따라 달라진다. 원예용 배양토나 소독한 흙을 식물의 뿌리를 충분히 덮을 정도로 덮으면 된다.

마지막으로 흙을 살짝 적실 정도의 물을 준 후 뚜껑을 덮으면 밀폐형 테라리움을 완성할 수 있다. 병 속의 공기가 아주 습하거나, 물방울이 병에 맺혀 내부가 잘 보이지 않으면 뚜껑을 열어 여분의 물기를 날려주는 등 처음 며칠 동안만 관리하면 이 후에는 스스로 잘 자라게 된다.

이 과정에서 색깔모래를 층층이 깔아 주면 자신만의 개성있는 테라리움도 가능하다. 또 유리 용기를 택할 때 독특한 디자인이나 어항 등을 활용하면 인테리어 효과도 충분히 낼 수 있다. 요즘에는 화원을 직접 찾아가지 않아도 홈가드닝 제품을 판매하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각각의 재료와 자세한 매뉴얼이 들어 있는 ‘테라리움 키트’를 판매하기도 해 편리하게 테라리움을 시도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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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jgo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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