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결전의 날이 밝았다…미리 본 월드컵 응원 풍경

다같이 외쳐라 “대~한민국”…LA시간 17일 오후 3시 ‘늙은 북극곰’ 사냥

월드컵응원

# 6월 17일 정오, LA한인타운에서 통닭이 가장 맛있다는 ‘황태자’의 매니저 제이미씨는 출근 준비를 하느라 분주하다. 평소에는 오후 4시에 문을 열지만 오후 3시부터 열리는 러시아와의 1차전을 황태자에서 보겠다고 예약한 손님들을 위해 영업시간을 1시간 앞당겼다. 경기 전 30분 전부터 가게문을 열고 손님들을 맞이하려면 아침부터 서둘러야 한다. 통닭 투고 예약도 꽤 많이 들어왔다. 치맥을 즐기며 한국이 득점 기회를 잡을 때마다 응원의 목소리는 점점 더 커진다. 밀려드는 주문을 소화해내느라 텔레비전 모니터에 눈길을 줄 틈도 없지만 대한민국의 승리를 바라는 마음은 마찬가지다.

# 열혈 스포츠 팬이자 부동산 에이전트인 사라 황 씨는 점심 식사를 마치자마자 친구들과 함께 LA 라이브로 향했다. 처음에는 윌셔길에 마련된 응원장소로 갈 생각이었지만 스포츠바 ‘탐스 어반’에서 시원한 맥주를 마시며 경기를 지켜보기로 했다. 지난 13일에도 NHL LA 킹스가 뉴욕 레인저스를 4승1패로 물리치고 최근 3년 사이 두 번째 스탠리 컵을 차지하는 장면을 이 곳에서 지켜봤기 때문에 전혀 낯설지 않다. 대부분 붉은색 물결이지만 한켠에는 러시아를 응원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보인다. 땅덩어리나 인구는 러시아가 더 크고 많겠지만 적어도 이곳에서만큼은 대한민국을 응원하는 목소리가 최소 100배는 되는 것 같다. 금강산도 식후경인 것처럼 힘찬 응원을 위해 샌드위치를 하나도 남김없이 해치운다.

# 대한민국의 첫 번째 경기가 열리는 17일이 밝아오자 샐러리맨 제임스 리(40·가명)씨의 마음은 분주하기만 하다. 러시아와의 경기가 끝나고 나면 오후 5시. 사실상 업무를 더 이상 할 수 없는 시간어서 반나절만에 하루 일과를 차질없이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러시아전 경기 결과를 놓고 친구나 동료들과 20달러씩 걸고 내기를 걸었다. 심정적으로는 당연히 한국을 응원하지만 러시아가 1골 차로 이기는 쪽에 베팅했다. 러시아가 이기면 돈을 따서 좋고, 한국이 이기면 20달러쯤 날리는 것은 상관 없기 때문이다.

2014 브라질월드컵 경기을 보기 위해 축구팬들이 고민에 빠졌다. 이번 월드컵 경기 대부분이 미 서부시간으로 일과 시간에 열리는 만큼 회사원들은 한국 대표팀 응원을 펼치기 위한 다양한 묘안을 쏟아내고 있다.

근무 시간 조절이 가능한 사람들은 큰 걱정이 없지만 일반 직장인들은 최대한 업무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회사 근처 식당이나 호프집 등을 물색해 응원을 할 계획이다. 회사원 박모(28) 씨는 “4년 동안 옷장 속에 곱게 보관해 놨던 붉은색 티셔츠를 가지고 나왔다. 대표팀 경기 응원은 붉은색 셔츠를 입고 해야 더욱 흥이 난다”고 말했다.

센스 만점인 사장님들도 직원들과 함께 응원을 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어차피 사무실에 앉아 있어봐야 일이 손에 잡힐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보험회사를 운영하는 정모(55) 사장은 “아예 응원 티셔츠를 입고 캐주얼한 차림으로 출근하라고 지시했다. 모두가 한 마음으로 응원한다면 분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지난 1986년부터 8회 연속 월드컵 무대를 밟는 신기원을 이룩한 대한민국. 안방에서 열린 2002년 대회에서 4강 신화를 이뤘고, 지난 2010년 남아공에서는 ‘원정 16강’의 쾌거를 달성했다. 대회 초반부터 전문가들의 예상을 비웃는 수 많은 명승부가 펼쳐지고 있는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태극 전사들이 또 한 번 돌풍의 핵심이 되기를 LA에 거주하는 100만 한인들이 한 마음으로 똘똘 뭉쳤다.

손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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