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블루’ 를 품다

적도 한가운데 흩뿌려진 보석같은 섬…18시간 비행후 누리는 럭셔리 휴식
자연이 만든 거대한 아쿠아리움…형형색색 산호군락엔 경외감마저…
먹고, 자고,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와이파이 즐기다간 절경 놓칠수도

[몰디브 글ㆍ사진=김아미 기자] ‘The Holly Quran’.

아부다비를 경유해 몰디브로 가는 에띠하드항공(Etihad Airways) EY873편에서 가장 큰 즐거움 중 하나는 ‘코란(Quranㆍ이슬람교의 경전)’을 듣는 일이었다.

인천공항을 출발해 아부다비를 거쳐 몰디브 말레 공항까지 환승 대기(3시간)를 포함한 총 비행시간은 18시간. ‘지상낙원’이란 역시 만나기 쉽지 않았다. 이륙과 함께 헤드폰을 끼고 새우잠을 청했다. 천국으로 가는 이코노미석 3개가 내리 빈 것은 행운이었다.

기내 라디오 1번 채널 ‘The Holly Quran’에서 흘러나오는 뜻 모를 코란은 한번도 닿아본 적 없는 이슬람의 나라 몰디브로 마음을 먼저 이끌었다. 음악인듯, 시(詩)인듯 아름답게 공명하는 코란의 음율에 달팽이관은 물론 영혼마저 정화되는 느낌이었다. 

스카이 블루, 코발트 블루, 터키 블루…. 몰디브의 색깔은 온통 블루다. 저 멀리 하얀 면사포를 쓴 신부가 그림같은 몰디브 바다를 배경으로 웨딩 사진을 찍고 있다. 벨라사루(Velassaru) 리조트의 인피니트 풀에서 바라본 몰디브 풍경을 ‘ 소니A5000’ 카메라로 담았다.

▶인도양의 보석 몰디브…인생에 단 한번 호사스러운 휴식=행복을 사는데 얼마가 필요할까.

소주 한 병의 행복에는 1000원이 필요하고, 1945년산 샤토 무똥 로칠드 한 병의 행복에는 7000만원이 필요하다. 1만원짜리 천가방의 행복이 있는가 하면 1300만원짜리 에르메스 켈리백의 행복도 있다.

신혼부부가 몰디브에서 4박 5일의 단 꿈을 사는 데는 평균 1000만원 안팎의 비용(항공료 포함)이 든다.

몰디브는 가기 쉬운 곳은 아니다. 비행 시간도 길지만 비용 또한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먼저 비행시간을 보면 스리랑카 콜롬보를 경유하는 대한항공 직항이 아니라면, 싱가포르를 경유하는 싱가포르 항공, 쿠알라룸푸르를 경유하는 말레이시아항공 등은 대부분 경유지에서 4시간 이상을 체류해야 한다.

또 비용면을 보자면 직장인(커플 기준)이 여름 휴가를 보내기엔 에르메스 백 한 개 값을 치러야 하는 매우 부담스러운 곳이다. 그래서일까? 일생에 단 한번뿐인 (혹은 단 한번이기를 희망하는) 소중한 허니문을 몰디브에서 보내는 커플이 많다.

센타라 라스푸시(Centara Rasfushi) 리조트 비치에서 한 커플이 스노클링을 즐기고 있다.

적도 한 가운데 흩뿌려진 사파이어처럼 아름다운 이 섬들은 죽기전에 가봐야 하는 여행지 리스트에 늘 포함되는 곳이다. 하지만 이 아름다운 섬들이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급격한 기후변화로 해수면이 상승해 100년 후, 빠르면 50년후 사라져버릴지도 모른다는 사실은 지금이 아니면 영영 가보지 못할 지상낙원으로 우리의 발길을 재촉하고 있기도 하다.

마침 마냥 비싸고 호화스러운 휴양지로만 알려졌던 몰디브를 잘만 하면 저렴한 가격(1인 4박5일 워터빌라 기준 100~200만원선)으로도 ‘누릴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리조트를 잘 고르는 것이다.

사실 몰디브 여행의 8할은 리조트에서의 휴식이다. 1000개가 넘는 섬으로 이루어진 몰디브는 한 섬에 한 개씩 약 140여개의 리조트가 들어서 있다. “몰디브는 섬에 가둬놓고 사육하는 곳”이라는 우스개소리가 있을 정도로 리조트에서의 휴식이 몰디브 여행의 전부라고 할 수 있다. 개인 풀이 딸려 있는 워터빌라부터 숲속에 자리잡은 비치빌라까지 예산에 맞춰 선택하면 되는데 사실 한 리조트 내에 가격대가 각기 다른 빌라들이라도 그다지 큰 차이가 느껴지지는 않는다. 그 이유는 결국 몰디브라는 섬, 그 눈부시게 ‘럭셔리’한 천혜의 자연이 모두의 것이기 때문이다. 

무푸시(Moofushi) 리조트의 밤이 조명으로 물들고 있다. 밤이 되면 신혼부부들은 레스토랑에 나와 각종 산해진미를 와인과 곁들이며 사랑의 밀어를 나눈다.

▶세상의 모든 블루, 라군에서 즐기는 스노클링(Snorkeling)= 네이비블루, 로열 블루, 마린 블루, 스카이 블루, 코발트 블루, 터키 블루…. 셀 수도 없이 많은 블루 컬러가 몰디브의 라군(Lagoonㆍ섬을 둘러싸고 있는 산호벽과 섬 사이의 수심이 얕은 바다)을 둘러싸고 있다.

수상 비행기(Sea plane)를 타고 섬과 섬을 이동하면서 내려다보이는 환상적인 블루의 향연은 급격한 수심의 차이가 빚은 한 폭의 추상(抽象) 회화였다.

몰디브 현지 가이드가 “한국 사람들은 물을 겉만 보고 서양 사람들은 물을 속까지 본다”며 물속에 들어갈 것을 종용(?)했다. 날씨만 좋으면 수심 15m까지 보인다는 몰디브 라군 주변에 배를 띄우고 스노클링 장비를 장착했다. 첨벙, 물 속으로 ‘투항’했다.

두 차례 숨이 멎는 듯 했다. 한번은 발이 땅에 닿지 않는 인도양 깊은 바다속을 구명 조끼 하나 입고 들어갔다는 사실, 물에 대한 근원적인 공포 때문이었고, 다른 한번은 바닷물에 완전히 투항한 후 몸이 안정을 되찾을 즈음 물 속으로 잠수해 바라본 라군의 비현실적인 아름다움 때문이었다.

자연이 만든 거대한 아쿠아리움, 형형색색 고운 빛깔의 산호군락이 비스듬하게 띠를 형성하고 있는 가운데 그림책에서나 볼 법한 열대어들이 순식간에 모였다 흩어지기를 반복했다. 산호군락 한 가운데 절벽처럼 뚝 떨어지는 수심 깊은 곳은 잉크빛으로 짙어지면서 어둡고도 고요했다. 경외감이 드는 아름다움이었다.

우스개소리 하나 더. 몰디브에서 스노클링을 하다보면 종종 베이비샤크를 만나게 된다. 상어에 물리면 어떻게 하느냐고 지레 겁을 냈다. 리조트 관계자들이 약속이나 한듯 한결같은 대답을 했다. “몰디브 상어는 사람을 물지 않아요. 그들은 채식주의자니까요.”

벨라사루(Velassaru) 리조트의 비치 빌라 뒷편엔 야외 자쿠지(Jacuzzi)가 설치돼 있다.

▶먹고 자고 노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 스노클링 외에 몰디브에서 즐길 수 있는 또 다른 ‘놀이’는 각종 이동수단을 이용하는 것이다. 수상비행기는 물론, 스피드보트, 선셋크루즈 등 다양한 이동 수단에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있다.

요트같은 스피드보트 갑판에서 맞는 시원한 바다바람, 선셋크루즈를 타고 석양을 바라보며 마시는 스파클링 와인의 달콤쌉싸름한 맛…. 그림같은 자연 풍광을 넋놓고 바라보는 일 외에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를 만끽할 수 있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휴양지에서의 최대 덕목은 ‘먹고 자고 노는 일’이다. 그런데 휴양지 리조트에서 먹고 자고 놀면서 아무 것도 하지 않을 자유를 방해하는 것이 있다. 바로 스마트폰이다. 몰디브 리조트에서는 와이파이가 ‘쓸데없이’ 잘 터진다. 각 빌라마다 와이파이가 되는 것은 물론, 어떤 리조트는 섬 전체에서 와이파이가 터진다. 특히 한국인 관광객이 많은 리조트에서는 귀에 익은 소리들이 종종 들려 온다. “까똑~까똑~.”

몰디브의 자연에 제대로 동화하기 위해서는 스마트폰은 집에 두고 오는 편이 낫다. 그렇지 않으면 수시로 메일을 확인하고, “까똑”에 응답하고,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을 SNS에 올리느라 바로 내 눈 앞에서 펼쳐지는 인도양의 오렌지빛 석양을 놓치는 일이 생길지도 모를 일이다.

[HOOC 주요 기사]
[DATA LAB] 명품가방의 ‘굴욕’…“걸렸다 하면 너냐”
[WEEKEND] ‘법 구멍’ 속으로 도망하면 못잡는다?

amigo@heraldcorp.com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