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범죄 처벌, 벌금액 상향ㆍ작업활동금지 등 맞춤 제재 필요”

[헤럴드경제=김재현 기자]지난 2012년 폭발사고를 일으켜 12명의 사상자를 낸 한 접착업체. 대표는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고 관리감독을 못한 법인은 벌금 500만원을 내라는 선고에 그쳤다. 지난 2013년 시세조종을 통해 270억여원의 이익을 본 혐의로 기소된 그린손해보험 역시 법인이 문 벌금은 2000만원에 불과했다. 대형 기업범죄가 일어나도 법인에 대한 처벌은 솜방망이에 그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경제, 식품위생, 산업안전, 환경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기업범죄가 일어나고 있지만 기업 자체에 대한 제재수단은 벌금형 뿐이고, 그 마저도 금액이 너무 약해 범죄를 예방할 수 없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유죄판결공시, 원상회복명령 등 새로운 제재조치를 도입하고 벌금은 상향해야 한다는 결론이다.

2일 대검찰청이 발간한 ‘형사법의 신동향 여름호’에 김성환 동국대학교 비교법문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이 낸 ‘기업범죄의 유형에 따른 맞춤식 제재방안에 관한 연구’는 이같은 점을 지적하고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에 따르면 현재 기업범죄에 대해서는 특별법과 행정형법에 양벌죄 형태로 벌금형이 규정돼 있는 것이 고작이다. 기업 대표 등이 포함된 기업관련 범죄의 경우 대표 뿐 아니라 법인에게도 벌금형을 부과한다는 것이다. 또 기업이 거둔 범죄수익에 대해서는 몰수나 추징도 가능하다.

하지만 특허법, 디자인보호법, 실용신안법, 상표법 등 일부 범죄를 제외하면 기업에 병과되는 벌금은 자연인을 기준으로 설정된 벌금을 상한으로 부과할 수 있게 돼 있다. 범죄로 얻는 이익에 비해 벌금액이 너무 적어 기업들의 범죄를 막기 어렵다는 의미다. 몰수나 추징 역시 영업비밀 등 무형적 이익에 대해서는 몰수나 추징이 안돼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 기업 입장에선 더 큰 이익이 될 수 있다는 게 김 연구원의 지적이다.

미국의 경우 기업범죄에 대해 최대 7250만 달러(733억2650만원)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으며 원상회복명령(원래 상태로 돌려놓도록 지시), 개선명령(범죄 피해에 대한 복구는 물론이요 장래 피해가능성에 대해서도 책임지고 구제), 기업에 대한 보호관찰, 사회봉사명령 등 다양한 제재 조치가 가능하다.

프랑스의 경우 기업범죄에 자연인의 벌금형의 5배에 달하는 벌금형을 부과할 수 있으며, 법인해산명령, 5년이하 작업활동 금지명령, 사법감시 명령, 범죄행위에 이용된 영업소 폐쇄, 공공계약에서의 배제, 기업자금공모 금지, 언론ㆍ출판물에 유죄판결 공시명령 등의 제재조치가 가능하다.

일본도 법인에 대한 벌금은 자연인의 20배 내지 100배까지 가중해 부과하는 입법례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김 연구위원은 한국 역시 벌금 뿐 아니라 유죄판결 공시제도, 영업정지 명령, 원상회복ㆍ개선명령, 법인해산, 자금공모 금지, 상장폐지 등의 다양한 제재조치를 병과할 수 있도록 형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영업비밀등 무형적 이익에 대한 이익ㆍ가치몰수제도를 도입하고 법인에 대한 벌금형 금액을 상향시켜 제재의 실효성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HOOC 주요 기사]
[DATA LAB] 중국 vs 일본, 군사력 누가 강할까?
[WEEKEND] 로봇이 사람 잡겠네…인류 최대적?

madpen@heraldcorp.com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