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 브라질BBQ의 최고식당 ‘레이도가도’의 한인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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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통 브라질리안 바베큐레스토랑 ‘레이도가도’는 샌데이고 다운타운 브로드웨이와 4가가 만나는 곳에 위치하고 있다.

#Reviews from Yelp

“이 식당에 가려고 해마다 몇번씩이나 샌디에고로 간다”(카로 K. ·LA)

“여기보다 더 좋은 브라질 레스토랑은 없다”(페이지 N.·샌디에고)

“굉장히 훌륭한데다 부족한 게 없다”(레슬리 E.·플로리다 스프링힐)

“맨처음 여기 왔을 때 내가 죽어서 고기의 천국에 와 있는 줄 알았다”(로저 E.·애리조나 살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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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기 지배인이 생일을 맞은 손님을 위해 소뿔나팔을 불고 있다.

# 소뿔 나팔소리가 있는 풍경

부드럽고 달콤하기까지한 바닷바람이 레스토랑 페리오를 통해 살랑살랑 들어와 절로 상큼해진다.3피트는 넘어 보이는 꼬챙이에 꽂힌 치맛살 쇠고기가 한조각 잘려져 접시에 놓이니 괜시리 행복해지는 이 기분은 뭘까.

“저쪽 테이블 손님 중 한분이 생일이라네요. 잠깐 제가 뭘 좀 하고 올게요”

천하장사 씨름꾼같은 체구의 총지배인 스티브 기 매니저가 고기 메뉴 고르는 걸 도와주다가 자리를 비운다. 잠시 후 그가 구불 구불한 소뿔을 들고 생일을 맞이했다는 손님의 테이블 옆에 섰다. 기 매니저가 6~7피트 길이의 소뿔을 입에 대더니 양볼에 바람을 담아 나팔을 분다. “부우~웅~!”

멀리서 들리는 뱃고동 소리같다. 지평선조차 보이지 않는 광활한 브라질 초원에서 방목하는 수십만마리의 소떼를 몰 때 쓰는 소뿔나팔이었다. 1만2천 스퀘어피트의 레스토랑 구석구석으로 퍼지는 기 매니저의 소뿔 나팔 소리에 분주하게 오가던 종업원들 가운데 10여명이 생일을 맞은 테이블 옆으로 모인다. 이윽고 “해피버스데이 투 유”로 시작하는 생일축하노래가 합창되고 앙증맞은 치즈케익에 촛불이 꽂혀 서비스되고 있다.

유럽의 어느 도시같은 분위기가 물씬거리는 샌디에고 다운타운 브로드웨이와 4가가 만나는 곳. 거기에 자리잡고 있는  브라질리안 바베큐(츄라스카리아) 레스토랑 ‘레이 도 가도(Rei Do Gado)’에서 일상적으로 볼 수 있는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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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도가도의 창업주인 기복연 사장(오른쪽)과 아들 스티브 기 매니저.

# 문 닫을 시간에도 샐러드바를 가득 채우는 정성

‘레이 도 가도’는 ‘소떼의 왕(The King of the Herd)’이라는 뜻의 포르투갈어. 고기를 무한정 포식할 수 있는 브라질 바베큐의 올유캔잇(AYCE) 레스토랑에 썩 잘 어울리는 이름이다. 1990년대 브라질에서 엄청난 시청률을 기록했던 ‘국민 드라마’의 제목이기도 하다는 게 기 매니저의 귀띔이다.

가족마다 10만 마리가 넘는 소떼를 가진 대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였다고 한다. 그 드라마가 1997년까지 방영됐고, 기 매니저의 부친 기복연사장이 샌디에고에 브라질 바베큐 레스토랑을 차린 게 1999년. 샌디에고 지역의 2만여 브라질 커뮤니티를 감안해 상호를 유명 드라마 제목에서 따온 것은 나름대로 유용한 마케팅이었을 법하다.

샌디에고 다운타운은 5~6년전까지만해도 온갖 종류의 레스토랑이 즐비했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 불어닥친 불황의 여파를 견디지 못하고 그 많던 레스토랑들이 문을 닫고 바나 클럽으로 업종이 바뀌는 추세다.

그 척박한 환경에서 도리어 공간을 넓혀가며 15년째 굳게 뿌리내리고 있는 ‘레이 도 가도’가 한인 이민가정의 패밀리 비즈니스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남가주 한인사회에서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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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러드바는 수시로 신선한 재료로 가득 채워진다

“우리 때문에 샌디에고 다운타운에만 또 다른 브라질 바베큐 식당이 5~6곳이 생겼지만 문 열고 닫고 하더니 두어 곳 밖에 남지 않았지요. 그들은 우리를 이겨야 한다고만 생각하고 온갖 악소문도 퍼뜨리기도 했지만 결국 우리 한국사람들에게 못 당하죠. 우린 경쟁업소를 이기려고 하지 않고 같이 살아가자는 마음으로 대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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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매니저의 부친 기복연 사장은 한국에서도 요식업계에서 알아주는 인물이었다.

‘명동 함흥냉면’ ‘명동 왕갈비’ ‘처가집’ ‘도봉공원’ 등 한식 고깃집과 중식당 ‘서원’ 등을 운영하다가 1980년대 초반 브라질로 이민, 현지에서도 식당과 클럽 등을 차려 외식 서비스업에서 잔뼈가 굵어 노하우가 깊숙하다.

“아버님은 남들이 소홀하게 여기는 걸 중시하지요. 식재료를 고를 때 말할 수 없이 까다롭고 꼼꼼하세요.”

몇년전부터 레스토랑의 전반을 총괄하고 있는 기 매니저는 부친으로부터 무엇보다 손님들에게 재료를 아끼지 말라는 가르침을 철칙으로 삼는다고 한다.

“이런 일이 있었어요. 식당 문 닫을 시간을 5분 남기고 손님 두분이 들어오셨지요. 샐러드바가 거의 비어 있던 참이었는데 아버님을 40여종의 샐러드바를 다시 전면적으로 신선한 새 재료로 가득 채우시더군요. 그 손님들이 얼마나 좋아했겠어요.그런 세세한 부분들이 입소문으로 퍼져 오늘날 우리 레스토랑의 경쟁력이 된 셈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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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기 매니저가 캘리포니아 레스토랑 협회가 레이도가도에게 수여한 ‘최우수 전통음식식당’의 골드메달리언 상패를 가리키고 있다.

  #손님도 종업원도 모두가 가족

기 매니저는 부친의 그같은 ‘디테일에 대한 정성’을 ‘고집’이라고 표현했다. 고기를 납품하는 홀세일러도 15년째 거래관계를 바꾸지 않는다고 한다. 다른 업체가 아무리 가격을 낮춰서 거래 제안을 하더라도 좋은 품질의 고기를 납품해주는 단골 거래처 외에는 거들떠 보지 않는 ‘고집’을 세운다는 것이다.

샌디에고에서 고기 도매상으로 100년 역사를 가진 ‘센트럴’과 프라임등급의 소고기를 전량 해외로 수출하면서도 오직 ‘레이 도 가도’에만 일부를 납품해주는 ‘스털링 세이버’가 그 거래처들이다. 이 도매상들로부터 하루 400파운드 분량, 한달이면 1만 파운드 가 넘는 양의 고기를 30일 동안 숙성시킨 뒤 납품받아 손님들 식탁에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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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기 매니저가 꼬챙이 꽂은 고기를 썰어 손님에게 서비스하고 있다.

샐러드바를 채우는 야채와 해산물은 12년째 한식구처럼 지내는 한인 ‘신씨’가 날마다 새벽장을 돌아다니며 최상의 선도를 갖춘 재료만을 공급한다. 그래서인지 ‘레이 도 가도’에 대한 소비자들의 평가에는 샐러드바에 대한 찬사가 빠지지 않고 있다. 거래처와 식재료에 대한 ‘고집’은 브라질인이 절반을 차지하는 70여명에 이르는 종업원들 대부분과 10년 이상 함께 일하는 가족같은 연대의식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쯤되면 요즘 한국에서 김보성이라는 영화배우가 유행어로 만들어놓은 ‘의리’가 기 매니저와 부친 기 사장의 ‘고집’과 통하지 않을까 싶다. 얼마전 캘리포니아 레스토랑협회(CRA)는 전통음식 부문에서 최고의 레스토랑으로 공인하는 ‘골드 메달리언’ 상을 ‘레이 도 가도’에 수여했다.

“1300여명이 모인 협회의 디너파티에 참석했다가 전혀 예상도 못했는데 우리 레스토랑 이름이 불리는 순간 정말 기절하는 줄 알았어요. 나도 모르게 환호성을 지르며 뛰어나가 상을 받았지요.”

기 매니저 가족의 운영철학이 남가주 최고의 브라질리안 레스토랑으로 인정받게 만든 셈이다. LA나 다른 지역의 한인동포들이 샌디에고에 들를 기회에 ‘레이 도 가도’를 찾으면 마치 오랜 친구집을 방문한 듯한 느낌을 받을 것이다. 레스토랑 운영을 나눠 맡고 있는 기복연 사장과 스티브 기 지배인, 그리고 리셉션데스크에서 한국어로 안내해주는 기 지배인의 부인이 넉넉한 인심과 구수한 입담으로 브라질 바베큐에 관한 온갖 이야기를 들려줄 것이기 때문이다. 원하면 김치도 서비스된다니 말이다.

거래처도, 종업원도,손님도 두루 가족처럼 대하는 기씨 패밀리인만큼 한국인 동포들에게야 오죽하겠는가.

<샌디에고/이명애기자>

레이 도 가도

▲주소: 939 4th Ave, San Diego, CA 92101  ▲전화 : (619) 702-8464

▲가격: 점심 $19~$29, 저녁 $45~$48 (부페식 샐러드바·20종의 소고기,돼지고기,양고기,닭고기 무제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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