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기 생선 이야기-과메기

과메기

필자에겐 은퇴하면 꼭 하고싶은 꿈이 있는데 우리네가 자주 찾던 인천의 소래포구를 시작으로 하여 서해안, 남해안의 작은 포구들을 베낭하나 둘러메고 때론 걷고 버스를 타며 포항의 감포,구룡포를 거쳐 강원도의 북단 화진포까지 크고 작은 해안 포구를 찾아 그곳에 담겨진 맛과 애환을 글과 사진으로 담아보고 싶은 소망이다. 지금도 시간만 나면 고국으로 달려가 해안가 작은 어촌에서 비릿한 바다냄새에 빠지기를 즐기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잊지 못하는 곳이 구룡포가 아닌가 한다. 삼십대 초반부터 구룡포에 있는 수산물 가공공장을 인수하여 감포, 구룡포, 호미곳을 잇는 해안길에 젊음을 바쳤으니 어찌 잊을 수가…

당시에는 구룡포와 감포항에는 오징어와 꽁치의 풍어로 활기가 넘쳤으며 해안가에는 유명한 수산물 가공공장들이 들어서는 등 호황을 이루었다. 지난해 이맘 때 다시 찾은 구룡포는 도로가 넓고 깨끗한 모습이었지만 30여년전의 추억을 기대했던 포구는 흔적조차 없는 해안도시로 바뀌고 혹시나 해서 찾은 호미곳 가는 길마저 잘 포장된 넓은 도로로 탈바꿈했으니 나그네의 색바랜 추억을 어디서 찾을까.

필자가 미주에 과메기를 소개하기 시작한 것이 벌써 7년이 됐는데 이젠 올해 과메기는 언제 들어오냐는 문의가 쇄도하니 정말 기쁘다. 요즘은 보관이 잘 돼서 연중 먹을 수 있지만 그래도 해풍에 말려 갓 들어오는 햇 과메기 맛에 어찌 비교 하겠는가. 추억의 구룡포를 잊을 수 없는 추억의 과메기가 첫 출하를 해서 들어 오기에 오늘은 과메기로 우리 독자님들을 찾아볼까 한다.

지난 18일 첫 출하를 시작한 구룡포 과메기는 찬바람이 부는 내년 2월 말까지 생산을 하는데 해마다 수요가 늘어 지난해보다 10% 가 늘어난 6천여톤을 생산할 예정이다. 구룡포, 장기, 호미곳 등 특구 지역에 약 450 여 생산업체가 전국 생산량의 90% 를 생산해 750여억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이에 더불어 TV 홈쇼핑, 과메기 전문음식점과 곁들이는 생미역과 김, 마늘, 고추, 쪽파 등의 소비와 물류비 등 과메기 하나로 해마다 약 3천억원의 경제적 효과가 생긴다니 참 대단한 힘이다.

포항시에서는 산업으로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연구센터를 짓고 과메기 역사와 생산과정을 보여주는 영상센터 건립을 준비하고 있으며 품질좋은 과메기를 생산하기 위해 원료를 공동구매로 전환했으며 가공공장 및 냉동공장을 건립하는 등 품질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과메기라는 명칭은 청어의 눈을 꼬챙이로 꿰어 말렸다는 관목에서 유래하는데 목을 구룡포 방언에서 관목이 관메기로 불리우다 요즘의 과메기로 굳어졌다고 한다. 원래 과메기는 청어를 말려서 만들었는데 청어 수확량이 줄어 들며 1960년 대 부터 꽁치 과메기가 유통되었다. 청어는 맛이 담백하고 달착지근한 감칠맛을 내며 꽁치는 고소하고 부드러우며 촉촉한 맛을 내고 있다.

꽁치는 청어에 비해 크기가 작고 육질이 좋아 3~4일만 말리면 되는데 청어는 6~7일 정도 말려야 하는 등 건조과정이 약간 까다로우며 작업과정에서 인건비가 많이 들기에 꽁치에 비해 가격이 비싼 편이다. 그런데 요즘 꽁치는 어획량이 줄고 청어는 어획량이 해마다 늘어 청어 과메기가 다시 생산되기 시작했다. 구룡포 꽁치 과메기에 대항해 영덕군에서는 영덕청어 과메기영어조합법인을 세워 청어 과메기를 지역 특산물로 키우고 있다.

꽁치는 원양산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 반해 청어는 거의 전량이 국내산이기에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지만 과메기 특유의 고소하고 쫀득한 맛은 꽁치 과메기가 더 좋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포항대학 오승희박사의 연구 논문에 의하면 과메기의 영양성분은 주로 지방과 단백질, 핵산, 무기질, 비타민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들 중 가장 두드러진 성분은 지방질인데 특히 고도 불포화 지방산인 EDP와 DHA함량이 매우 높다.

꽁치에 관련된 각종 연구들을 살펴보면 성인 남자의 식사에 꽁치를 요리하여 첨가하였을 때 혈청 콜레스테롤이 감소하고 혈청내 EDP와 DHA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생꽁치보다 과메기로 하였을 경우 어린이 성장과 피부미용에 좋다는 DHA와 오메가 3의 양이 상당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과메기에는 단백질 성분중 아스파라긴산이 엄청나게 많이 들어 있는데 이스파라긴산은 숙취를 해독시키는 성분이다. 과메기의 구수한 맛을 내는 글루타민산과 밥을 주식으로 하는 우리 국민에게 꼭 필요한 필수아미노산인 트레오닌, 리진 등이 다량 함유되어 있으며 어린이 성장에 필수적인 알기닌과 메치오닌도 다른 식품에 비해 많다.

과메기에는 핵산 물질이 많은데 핵산은 노화현상과 체력저하, 뼈의약화, 뇌의쇠퇴, 피부노화 등을 막아준다. 무기질 중 성장기 어린이에 필수적이고 중년기남자와 갱년기여성들의 뼈를 튼튼하게 해주는 칼슘이 쇠고기의 12배나 함유되어 있다 한다.

과메기는 구이, 찜, 조림, 튀김 등 다양한 요리로 먹을 수 있지만 뭐니뭐니 해도 껍질 살짝 벗겨낸 기름진 속살에 쪽파, 마늘, 청량고추 곁들여 싱그러운 생미역이나 김에 둘둘 말아 초고추장 듬뿍 찍어 먹는 맛은 우리가 죽기 전에 꼭 먹어야 할 음식 중 으뜸이 아닐까 한다. 필자의 가슴 가득히 남아있는 구룡포의 맛과 향기가 듬뿍 실린 햇 과메기가 들어 온다니 첫날밤의 새색시인양 가슴이 설렌다.

필자는 지난 며칠을 지독한 몸살로 시달렸는데 가볍게 생각했던 감기기운에 혼쭐이 난 듯 하다. 우리 사랑하는 헤럴드경제 독자님들 독감 예방주사 꼭 맞으시고 다가오는 겨울을 단단히 준비하시기를 바란다.
한남체인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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