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구 칼 뽑은 여야 혁신위…당론 진통 최대 변수

[헤럴드경제= 정태일 기자] 여야 혁신위원회가 선거구를 획정하는 담당 기구를 국회에서 외부로 독립시키기로 했다. 국회의원이 선거구에 관여하는 구조가 기득권이라고 보고 이를 내려놓자는 취지다. 하지만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선거구를 대대적으로 새로 짜야하는 시점이어서 개별 의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지역구 재편에 대한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려 혁신위 추진방안에 대한 찬반 여론이 고조될 것으로 전망된다.

새누리당 보수혁신위원회는 3일 여의도 당사에서 회의를 갖고 선거구획정위원회를 외부 기관에 이관시키는 것을 주요 혁신과제로 채택하기로 했다. 익명을 요구한 보수혁신위 핵심 관계자는 “이날 논의 의제는 선거구획정위”라며 “아직 회의 결과가 최종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큰 틀에서는 선거구획정위를 국회에서 외부로 돌리는 것으로 결론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당 안팎에서는 새누리당이 선거구 획정 권한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맡기는 방안에 대해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선관위도 환영 입장을 밝혔다. 문병길 선관위 대변인은 “여야가 합의해 선관위가 선거구를 정할 수 있는 권한을 준다면 적극 수용할 수 있다”며 “선관위 산하에 별도 독립의결기구로서 선거구획정위를 두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보수혁신위는 또 원천적으로 국회가 선거구 획정에 관여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도 추진할 방침이다. 현행 공직선거법 상 국회의장이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과 협의해 학계ㆍ법조계ㆍ언론계ㆍ시민단체 및 선거관리위원회가 추천하는 자 중에서 위원 11명을 위촉한다. 여기에 ‘국회가 획정안을 존중해 의결’한다고 나와 있어 사실상 수정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지난 19대 총선 때도 선거구획정위가 선거구 7개를 분할하고 12개는 통합하라고 했지만, 여야는 이 방안을 무시하고 3개를 늘리고 2개를 통폐합 했을 뿐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정치혁신실천위원회도 일찌감치 선거구획정위를 국회에서 독립시키기로 결론냈다. 이를 통해 향후 구성될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 선거구획정위 독립방안을 주요 과제로 제출할 계획이다.

문제는 지역구 내 인구수에 따라 의원들의 입장이 극과 극을 달린다는 것이다. 인구수가 넘쳐 영향력이 확대될 수도권 지역구의 의원들은 혁신위에 선거구획정위 독립 필요성을 적극 제기하고 있다. 외부에서 선거구를 정한다면 헌재 결정안을 충실히 따를 것이란 예측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반면 인구수가 부족해 지역구 통합 위기에 처한 의원들은 반발이 극심하다. 전남 무안ㆍ신안군의 새정치민주연합 이윤석 의원은 “외부에 선거구를 맡기는 것은 또 다른 탁상행정”이라며 “지역문제를 가장 잘 아는 생활정치인을 배제하면 도농 격차가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영남권의 새누리당 한 의원도 “예산 따내기 등 민감한 문제를 외부에서 얼마나 이해하고 선거구를 짜겠나”며 우려를 표했다.

이 같은 반응에 여야 혁신위 모두 선거구획정위 독립을 당론으로 결정하는 것에 대해 조심스러워하고 있다. ‘당론’이란 표현을 꺼냈다가 자칫하면 내부 갈등으로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야당 혁신위 관계자는 “농어촌 지역 의원들 반대가 심해 당론으로 포장할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여당 혁신위 관계자도 “의총에서 일부 의원들의 적극적 반대가 따를 수 있다”고 말했다.

killpass@heraldcorp.com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