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빔밥으로 맺은 ‘한국식’ 의리…카니와 폴라의 한식사랑

타인종끼리 비빔밥으로 맺은 ‘한국식’ 의리를 자랑하고 있어 화제다.폴라 헐스트와 카니 보울스는 막역한 친구사이다.

인종도 직업도 나이도 사는 곳도 모두 다른 두 사람을 친구로 만들어 준 것은 다름아닌 ‘한국음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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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계 카니(왼쪽)와 네덜란드계 폴라는 한식 요리강좌에서 만나 비빔밥을 배우며 친구가 됐다.

“30년 지기 한국인 친구가 있는데 친구 엄마가 만들어 준 한국음식을 먹은 적이 있다. 요리가 직업인 나로서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어느 나라의 음식보다 맛있었다. 한식을 배우기 위해 클래스를 수소문해서 등록했고 그곳에서 폴라를 만났다”

필리핀 커뮤니티에서 꽤 유명한 캐더링 전문 쉐프인 카니의 설명이다.

네덜란드 이민 1세로 네 명의 손주들을 둔 폴라는 아시아 문화에 심취되었다가 한식 클래스까지 찾아 가게 됐다.

“인도네시아가 네덜란드의 식민지였기 때문에 네덜란드인들에게 아시안 문화와 음식이 낯설지 않다. 한국음식은 내가 맛본 아시안 음식 중에 단연 최고다. 다양한 식재료와 조리방법 등도 훌륭하고 무엇보다 건강에 좋다. 가족과 친구들에게 한국음식을 만들어주면 다들 좋아한다”

베테랑 주부 7단인 폴라의 취미는 요리와 베이킹, 정원 가꾸기도 수준급이다. 그녀의 정원에는 오렌지와 사과 등의 유실수와 베이즐, 쪽파 등 식재료가 풍성하다.

카니가 가장 좋아하는 한국음식은 ‘김치’. 그녀는 가끔 한국의 김치를 응용해 케더링 메뉴로도 선보이고 있는데 필리핀 사람들에게 인기가 높다고 전한다.

폴라는 육식을 즐기는 유럽인답게 최고의 한국음식으로 불고기와 삼겹살을 뽑았다. 하지만 오늘 이들이 선보일 한식은 화합과 조화의 상징, 비빔밥이다.

“갖가지 야채가 들어가는 비빔밥은 최고의 웰빙식이다. 재료 하나하나를 다듬고 개별적으로 요리를 하는 과정이 매우 정성스럽고 고급스럽다. 미세스 오바마도 비빔밥을 좋아한다던데! (웃음)”

“미세스 오바마는 김치도 만들어 먹는다고 들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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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커뮤니티에서 캐더링 사업을 하는 카니는 비빔밥 만들기가 시작되자 데치고 볶는 일을 맡았다.

친구들의 기분좋은 수다가 이어지는 가운데 갑자기 등장하는 뚝배기.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무엇이냐 물었더니 정확하게 ‘돌솥’이라고 대답한다.

그렇다. 두 사람이 만드는 비빔밥은 현미 돌솥비빔밥. 네덜란드 주부의 부엌에 돌솥이 있다는 것도 놀랍거니와 이들이 돌솥 비빔밥의 별미, 그 구수한 누룽지의 맛을 알고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 짝이 없다.

폴라와 카니는 ‘크리스피 라이스~ 소우 굿’이라며 감탄사를 연발한다.

“오늘 비빔밥에 들어갈 재료는 고기, 호박, 당근, 버섯, 시금치, 숙주다. 고기와 버섯을 제외하고 나머지 재료는 볶지 않고 데쳐서 양념을 하기로 했다. 기름에 볶는 것보다 데치는 것이 건강에 좋고 씹는 맛도 좋다”

재료를 채 써는 것은 폴라, 데치고 볶은 것을 카니 담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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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업주부인 폴라는 아시안문화에 익숙하다. 비빔밥 재료를 썰고 다듬는 일을 맡았다.

본격적인 요리가 시작되자 폴라의 집은 순식간에 ‘한국의 잔칫집’ 분위기가 된다.

불고기 양념을 한 고기가 구워지고 시금치와 숙주나물을 데쳐 무치기 시작하자 고소한 참기름 냄새가 온 집에 퍼진다.

다른 한쪽에서는 전기밥솥에 밥이 끓기 시작한다. 역시 건강을 위해 브라운 라이스, 현미를 택했다.

커다란 뚝배기 돌솥에 갓 지은 현미밥을 담아 다시 불에 올리고 그 위에 준비해 놓은 재료를 보기 좋게 올린다. 계란후라이로 마지막을 장식하는 것이 포인트. 돌솥에 누룽지가 만들어 지는지 고소한 냄새가 솔솔 풍겨오기 시작한다.

폴라가 돌솥을 준비하는 동안 카니는 계란국와 오이무침을 준비했다.

멸치 맛이 나는 일본식 스프 베이스에 계란을 풀어 넣고 파를 썰어 넣으니 간편하고 근사한 계란국이 완성된다. 붉은 할라피뇨를 다져 넣고 식초, 설탕, 소금, 파, 마늘, 깨소금으로 버무린 오이무침은 샐러드 같은 느낌이 강하다.

어느덧 근사한 런치테이블이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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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 때문에 친구가 된 카니와 폴라는 한인 주부들과 사랑방모임을 만들어 더 많은 교류를 하고 싶어한다.

음식은 한식이지만 테이블 셋팅은 미국식이다. 메인요리 돌솥 비빔밥과 샐러드용 오이무침을 각자의 개인접시에 덜어 먹으니 커다란 돌솥 하나씩을 코 앞에 놓고 먹을 때보다 확실히 우아하다. 비빔밥의 재발견이랄까.

카니가 만든 비빔 고추장도 일품이다. 설탕과 참기름, 그리고 약간의 식초가 들어갔다고 설명한다.

비빔밥을 먹으며 자연스럽게 ‘한식의 세계화’에 대한 토론이 이어졌다.

한식 클래스까지 찾아 들을 정도로 한식에 적극적인 이들에게도 한국마켓, 한국식당은 여전히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한국마켓에 가면 난생 처음 접하는 재료, 양념, 제품들이 많다. 하지만 누구 하나 무슨 재료인지,어떻게 요리해야 하는지 설명해주는 사람이 없더라. 요리클래스도 우리가 들을 수 있는 강좌가 거의 없다. 영어를 구사하면서 요리를 가르쳐 줄 수 있는 클래스가 절실하다. 우리가 이 정도면 다른 주부들은 어떻겠나”

한국음식에 대한 애정이 넘쳐나는 카니와 폴라는 한국주부들이 이웃에 사는 타인종 주부들과 친구가 되어 자연스럽게 한식을 알리는 것도 아주 좋은 방법중의 하나라고 입을 모았다. 폴라의 30년 지기 한국친구가 이 모든 것의 시작이었던 것처럼 말이다.

“우리 친구들과 한인 주부들이 함께 모이는 주부 모임을 만들어 볼까? 함께 차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각 나라의 전통음식도 만들어 먹고 우리는 한인 주부들에게 영어도 가르쳐 주고…재미있을 거 같지 않나?!!”

하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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