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기의 생선 이야기] 미꾸라지

미꾸라지

나이를 한살 더 먹어서 그런지 요즘 부쩍 눈물이 많아진 듯해 걱정이다. TV 드라마를 보다가 감정이 복받쳐 눈물이 주르르 흐르는걸 혹시라도 마눌이 보고 놀릴까봐 돌아 앉아서 몰래 훌쩍이곤 하니…. ‘가족끼리 왜 이래’라는 주말 드라마에 출연하는 유동근의 명품 연기를 보며 아버지가 무엇인지를 다시 배우는 듯 하다.

요즘 극장가를 뜨겁게 달구는 ‘국제시장’ 또한 주인공 덕수를 통하여 우리 모두의 아버지 이야기를 시대의 아픔과 함께 엮어나감으로써 어머니라는 위대한 이름의 그늘에 묻혀 숨죽이며 살아온 아버지들을 조명해주며 아울러 이 시대의 아버지들이 가야할 길을 일러주는 듯 하다.

필자 또한 6남매의 둘째로 동 시대를 살아 오며 6.25 피난 길의 험난함과 혼란속에서 누나를 잃고, 미군 지프가 지나가면 “헬로”를 외치며 뛰던 그시절이 떠올라 영화가 상영되는 내내 흐르는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 운 좋아 초콜릿이라도 하나 얻어들고 들어 오면 “네놈이 거지새끼냐” 하며 싸릿가지 열가락이 다 헤지도록 매를 맞곤 해서 그 당시엔 아버지가 웨 그리 야속하기만 했는지…. 한 겨울 꽁꽁 얼어붙는 추운 날이면 어린 우리 형제를 앞세우고 논두렁으로 나가서 논배미 웅덩이의 두꺼운 얼음을 깨고 물과 흙을 퍼내면 흙 속에 묻혀 있던 미꾸라지,붕어새끼들을 장갑도 없는 맨손으로 흙을 뒤져 골라 담느라 손은 갈라져 터지고 발이 시려워 얼마나 울고 또 울었는지….

아내와 자식들에게 한번도 이쁘다,사랑한다, 좋다는 말 한마디 안하신 아버지…. 그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병원에서 마지막 모습을 보며 아들의 가슴에 맺혀 있던 서운함과 미움을 다 용서하며 밤이 새도록 통곡을 했었는데, 긴 세월이 지난 지금 내가 아버지가 되어 나를 돌아보며 과연 아버지 세대의 가슴 속 깊은 마음을 한번이라도 이해하려 했었나 하는 회한이 몰아치는 것은 나이를 한살 더 먹어 철이 든 것은 아닐까….날씨가 춥고 얼음이 꽁꽁 어는 이맘 때가 되면 꼭 생각나는 것이 눈물,콧물과 함께 먹던 ‘아버지표’ 미꾸라지 추어탕이다.

미꾸라지는 잉어과에 속하는 민물고기로 미끄러운 성질 때문에 미꾸라지로 불리며 미꾸리라 부르기도 하는데 이는 별종으로 몸이 가늘고 둥글다. 동의보감에는 추어(鰍魚)라 하고 한글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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