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송어에 담긴 주민들의 세 가지 애환과 감회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몸 길이 50~60㎝나 되는 송어(cherry salmon, masou salmon)는 연어목 연어과의 회귀성 어류라고 사전에 나와있다. 지역에 따라 고들메기, 반어, 열목어, 쪼고리 등으로 불리며, 자갈 있는 청정 계곡에서 자란다.

세 살에 접어들면서 바다에 갔던 어른 송어는 바다에서 3년 가량 살다가 산란기가 되면 암컷과 수컷이 함께 강으로 올라온다. 부화한 알은 2년 동안 강에서 살다가 9∼10월에 바다로 내려가고 3∼4년이 지나 강으로 돌아와 산란 후 모두 죽는다. 펭귄과 매미 같은 숭고한 모정이 느껴진다.

하지만 송어의 기나긴 여정 곳곳이 개발되거나 오염되면서 서식지가 급격히 줄었다. 우리나라 자연 송어 개체수가 급감한 것도 반백년을 헤아린다.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 오대천 일대에서 오는 2월 8일까지의 일정으로 진행되고 있는 ‘평창송어축제’에는 주민들의 애환과 감회가 녹아있다.

1960년대부터 찾아보기 힘들었던 송어는 1965년 인공양식 성공으로 다시 개체가 급증했다. 미8군과 평창군민들이 평창 현지에서 송어 인공양식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올해는 평창에서 국내 첫 송어인공부화와 양식이 성공한지 50주년 되는 해이다. 군민들에게는 평창의 새로운 특산물을 다시 만났으니 감회가 새롭다.

양식한 송어가 잘 자라는지, 머나먼 동해바다까지 잘 다녀오는지 국민들 사이에 한동안 잊혀진다. 송어가 다시 평창군민의 희망이 된 것은 2007년 겨울이었다. 산악 절경과 고찰 외에 남녀노소 모두의 즐길 거리가 부족했던 평창이 동계올림픽 개최 또한 난망했던 2006년 큰 시련을 당한다. 


막대한 폭우와 강한 바람으로 홍수와 산사태가 동시에 발생, 진부면 시가지가 전부 물에 잠기는 등 평창군 상당수 지역이 거의 초토화되다시피 하는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한왕기 진부면장은 “전체 면민의 70%가 산사태와 폭우로 쓸려온 토사와 유목, 바위 때문에 전답과 가옥이 대부분 파손되는 큰 아픔을 겪었다”면서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될 만큼 큰 상처를 입고 있을때 송어가 지역경제에 다시 활력을 넣었다”고 회고했다.


주민들은 1년 내내 피해복구작업을 벌인 뒤 2007년 ‘제1회 평창송어축제’를 통해 국민들의 발길을 평창으로 다시 이었다고 한다.

평창군민들의 지역에 대한 자부심은 올림픽 유치경쟁을 벌였던 유럽의 잘스부르크나 캐나다의 벤쿠버 못지 않다. 대관령, 선자령, 목장, 메밀밭, 오대산, 상원사와 월정사, 동의보감 3대약수로 영월 동강으로 이어지는 ‘우통수’, 스키장 등 관광레저 자원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특히 평창군민이 미군과 함께 복원시킨 송어는 고랭지의 느린 성장속도 덕에 살이 쫀득쫀득하고 찰지며 고소한 맛을 내는 대한민국 최고 품질이라는 자부심까지 안기고 있다.


최교순 평창송어축제위원회 위원장은 “평창 송어에 얽힌 스토리가 국민의 마음을 훈훈하게 한다”면서 “2018년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평창에서 송어낚시와 눈과 얼음이 어우러진 겨울축제의 묘미를 만끽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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