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기의 생선 이야기] 양미리(까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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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11월이면 강원도내 항구와 포구는 온통 축제로 불을 밝힌다. 속초, 양양,동해,주문진에서 벌이는 도루묵 ,양미리 축제는 설악의 오색단풍에 이어 검푸른 겨울바다의 풍치와 함께 계절의 맛을 찾는 관광객들로 넘쳐나는데 필자 또한 그맘 때만 되면 설레는 마음을 달래느라 밤잠을 설친다. 계절의 맛과 함께 상인들의 사기를 북돋우고 수산물 판매증진을 위한 축제가 지역 단체들의 우후죽순의 축제 남발로 그 의미를 잃을 까 걱정인데 특히 행사 시기가 늦은 윤달에 겹쳐 수산물 수확이 늦어져서 11월 축제시기에는 도루묵 ,양미리가 알도 덜 차고 수확양도 적어 모처럼 찾은 관광객들에게 큰 아쉬움이 됐던 모양이다. 필자 또한 미주 수입 시기를 맞추기 위해 수시로 산지 상황을 체크하는데 9월에 윤달이 있어 꽃게,은갈치,도루묵,양미리 외에 각종 해조류 수입이 한달여씩 늦어져서 고객들에게 이를 설명하느라 애를 먹은 기억이 난다.

한국 해양수산부는 새해 첫 어식백세 수산물로 골다공증 예방에 탁월한 양미리와 철분과 칼슘,요오드와 같은 무기염류가 풍부하고 비타민 함량이 풍부한 식물성 고단백 식품인 매생이를 선정해서 발표했는데, 매월 제철 수산물을 선정해서 정보를 제공하고 수산물 소비로 이어져 어업인 소득 향상에 기여하기 위한 홍보 활동이다.

양미리는 까나리과의 바다물고기로 한국,일본 사할린,오호츠크해 등에 분포하며 몸길이는 15~20cm 정도의 한류성 생선으로 늦가을부터 한겨울까지 동해안에서 많이 잡힌다. 특히 고성,속초 근처에서 잡히는 양미리는 씨알이 굵은데다 육지가 가까와 속초에서는 갓잡은 양미리를 동해안에서 체취하는 곰피나 묵은지에 싸서 회를 먹는데 속초에서만 맛볼 수 있는 별미다.

양미리는 ‘양’ 과 ‘미리’의 합성어로 양(洋)은 바다, 미리는 용처럼 생긴 미꾸라지를 가르킨다. 동해안의 양미리와 서해의 까나리는 같은 종류의 생선으로 서해안에서는 봄에 어린 까나리를 잡아 젓갈을 담그며 동해안에선 겨울에 다 자란 양미리를 잡아 굽거나 조림, 찌개로 먹는다.양미리는 동 트기전에 먹이를 잡아먹기 위해 모래에서 물 위로 한번씩 튀어 오르는 습성이 있는데 어부들이 미리 바닥에 깔아 놓은 그물에 그대로 꽂힌 것을 어촌의 아낙네들이 그물에서 상처나지 않게 따내는 일이 중요하다.

까나리 하면 요즘 예능프로에 복불복, 까나리액젓 마시는 모습이 자주 등장을 하는데 까나리액젓은 뼈가 덜 여문 봄철 까나리를 천일염과 함께 10~15개월 숙성시킨 후 맑은 국물만 떠낸 것으로 비린내가 적고 맛이 깔끔한 데다 끝맛이 살짝 달다. 요즘은 멸치에 밀려 식탁에서 찾아보기 어렵지만 말린 까나리를 이용한 ‘까나리볶음’은 밑반찬으로 서민들의 식탁에서 빠지지 않았으며 특히 까나리는 멸치보다 비늘이 적어 비린내가 나지않고 단맛과 구수한 향이 강하다. 영양학적으로 볼 때 까나리에는 등푸른생선 특유의 불포화지방산 함량이 멸치에 비해 3배에 가까우며,고등어,전갱이,전어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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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포화지방산에 함유된 EPA 성분은 동맥경화를 예방하고 혈관을 확장하며 혈압을 낮춰주는 효능을 지녔으며 특히 EPA성분은 뇌세포의 작용을 원활하게 하는 데 도움을 주어 편두통 완화에도 기여한다는 연구결과가 여러차례 발표됐다. 까나리,양미리에는 어린이 성장발육을 돕고 ,중년층의 골다공증을 예방하는 칼슘성분도 멸치 못지않게 풍부하며 철 성분은 멸치보다 3배나 많으며 칼륨도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다.

비타민 성분도 바다물고기 중에는 비교적 많이 함유하고 있는데 비타민 A는 눈의 피로를 해소시켜 주며 야맹증을 예방하고,비타민B1,B2,니아신 등의 비타민 성분이 인체의 면역기능을 강화해 준다는 것은 이미 밝혀진 정설이다.김치를 담글 때 시원한 맛과 신선도를 오래도록 유지하기 위해 가미하는 까나리액젓 역시 몸에 유익한 성분을 많이 지녔는데 아르기닌,글루탐산,로이신,알라닌,말린,타우린 등 까나리가 지닌 아미노산은 액젓으로 발효과정을 거치는 동안 몸에 흡수되기 좋은 유리아미노산 형태로 변한다고 한다,이르기닌 성분은 신진대사를 촉진하고 ,타우린 성분은 간 해독을 돕는다.

양미리는 꾸덕꾸덕 말려서 조림,튀김,또는 찌개에 넣어 먹어도 맛이 있지만 굵은 소금 숭숭 뿌려 숯불이나 연탄불에 구워 먹는 맛이 최고인데 암컷을 구워 알을 먹는 것도 좋지만 수컷에 있는 하얀 내장 (애)를 먹어야 양미리의 제 맛을 느낄 수 있다.

마음은 겨울바다와 어우러지는 주문진포구의 양미리구이로 떠나고 있지만 아쉬운대로 갓잡아 들여온 햇 양미리한두름, 석쇠에 구워 막걸리 한사발로 뜨거운 가슴을 식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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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기/한남체인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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