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대路 멋대路] 해 뜬 달동네, 감천문화마을

[헤럴드경제=정찬수 기자] 겨울철 나들이는 애매합니다. 스마트폰으로 장소를 물색해도 야외가 대부분이고, 괜찮은 실내 명소들은 복잡할까 두렵습니다. 월요일 출근길의 부담감으로 먼 곳을 목적지로 삼기도 애매합니다. 이럴 땐 따뜻한 ‘남쪽 나라’가 떠오르죠. KTX로 따뜻하게 이동할 수 있고, 도착한 뒤 걷다 보면 외투를 벗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번 ‘맛대路 멋대路’의 목적지는 부산 감천문화마을입니다.


기자는 작년에 부산 출장을 두 번 다녀왔습니다. 단 한 번도 부산을 방문한 경험이 없기 때문에, 사진으로만 보던 감천문화마을은 상상 속미지의 여행지였습니다. 출장 시간을 쪼개 빠르게 지하철 노선을 파악하고 토성역으로 향했습니다. 토성역에서 내리면 자연스럽게 감천문화마을로 이어집니다. 이 곳을 찾는 젊은이들이 많기 때문에 역부터 인파를 따라 버스에 몸을 실으면 쉽게 도착할 수 있습니다.


생각보다 관광객의 수는 많았습니다. 말 그대로 발 디딜 틈조차 없는 인파 속에서 한 숨을 돌리기 위해선 빠르게 정상에서 카메라의 셔터를 누른뒤 발길 닿지 않는 곳으로 이동하는 것이 최선이었습니다. 하지만 골목을 누비기엔 길이 협소하고 분위기에 취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보는 풍경이 다르면 생각도 달라진다’는 말의 의미를 새삼 곱씹어 봤습니다.


다시 발길을 돌려 사진을 찍기 좋은 버스정류장 쪽으로 향했습니다. 버스정류장의 바로 아래, 또는 길 초입에 위치한 전망대는 최적의 촬영지입니다. 10월의 풍광 덕에 근사한 결과물을 얻었습니다. 전망대에 오른다면 부산 앞바다까지 뷰파인더에 담을 수 있습니다.


문화마을로 지정하면서 집들에 형형색색의 옷을 입히고 걷기 좋은 길로 조성됐지만, 먹을거리와 즐길거리는 부족했습니다. 문을 연 일부 가게들은 사람들로 넘쳐 들어가기도 조심스럽습니다. 오래 전 달동네의 푸근한 느낌을 즐기며 산책을 하기에도 험난한 경사로 숨이 가파집니다. 젊은 패기가 아니라면 정상 부근에서 눈과 마음을 정화하고 다음 여행지로 이동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도 있습니다.


올해 5월엔 내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민박시설이 들어선다고 합니다. 체험형 주택은 1960~1970년대 피란민의 생활상을 재현하는 테마로 지어집니다. 민박시설과 함께 경관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즐길거리가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봄이 되면 다시 여유롭게 돌아볼 생각입니다. 출장길에 들른 탓에 만족감보다는 피곤함으로 기억되기 때문입니다.


andy@heraldcorp.com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