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OP이 내 목숨을 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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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이 나를 살렸어요” 염증성 유방암 4기 진단을 받았으나 거의 완치단계에 이르렀다는 캐서린 코케네스씨가 밝은 미소를 보이며 동방신기 브로마이드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K-POP은 나에게 누구보다 특별한 의미가 있어요. 내 암을 치료해 줬거든요.”

K-POP이 암을 치료했다니 도대체 무슨 말일까. 이 믿겨지지 않은 특별한 사연을 갖고 있는 주인공은 LA 북쪽 밸리에 살고 있는 세 자녀의 엄마 캐서린 코케네스(Katherine Kokenes)씨. 40대 중반의 하와이안 싱글맘이다.

캐서린씨가 처음 K-POP을 접하게 된 건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본 대중가요인 제이팝(J-Pop)을 즐기던 캐서린씨는 우연히 친구로부터 당시만해도 가장 뜨거운 인기를 끌고 있던 ‘동방신기’ 콘서트 실황이 담긴 동영상을 보라는 얘기를 들었다. 유튜브를 뒤져 동방신기의 공연 동영상을 찾아본 캐서린씨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다섯명의 멤버들이 펼쳐보이는 노래와 춤은 화려하면서도 박력이 넘쳤다. 하와이에서 나고 자라면서 유난히 춤을 좋아했던 캐서린씨는 단숨에 동방신기의 팬이 되고 말았다.

K-POP에 급속도로 관심을 갖게 되었던 것은 말할 것도 없다. K-POP 콘서트가 열린다는 소식이 들리면 미국내 도시들은 물론이고 한국 일본까지 날아갔다.

한창 K-POP과 동방신기에 빠져들어 있던 2011년 늦가을 어느날이었다. 일본에서 열리는 동방신기 콘서트를 예매하고 여행갈 생각에 부풀어 있던 참에 청천벽력이 떨어졌다. 염증성 유방암 4기라는 진단이 내려진 것이다. 염증성 유방암은 희귀한 병으로, 치료법이나 치료약이 개발되지 않아 보통 3기판정을 받으면 시한부 생명으로 간주된다고 한다. 비행기를 타는 것은 물론 하던 일도 그만 두고 집에서 절대 요양해야 한다는 의사의 권고가 있었다.

캐서린씨는 고민 끝에 예정했던 일본 여행을 감행했다. 암은 암이고, 동방신기의 콘서트를 포기할 수는 없었다.무엇보다 아들과 딸들이 엄마가 그토록 좋아하는 동방신기 콘서트 투어를 갑자기 포기한 이유를 궁금해할 게 뻔했다.그리되면 엄마가 암에 걸린 사실을 알게 될 터였다. 그건 캐서린씨가 원하는 바가 아니었다. 엄마의 병 때문에 아이들이 각자의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슬픔에 빠지는 건 보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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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씨의 방은 동방신기를 비롯, K-POP 콘서트를 다니며 수집한 각종 기념품들로 가득 차 있다.

암 선고를 받고도 일본 여행을 다녀온 캐서린씨는 일단 치료를 받기로 했다. 아직 결혼도 하지 않은 젊은 아들 딸들을 더 돌보려면 암과 싸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결국 아이들에게 엄마의 상태를 알리고 치료에 나섰다. 항암 화학요법과 방사선 치료를 병행하면서 2013년에는 수술도 받았다. 수술 후에는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의사의 말이 있을 만큼 상태가 심각했다.

하지만 캐서린씨는 치료와 수술을 받는 동안에도 잠시도 K-POP을 놓지 않았다. K-POP의 리듬과 코리안 아이돌 그룹 멤버들의 신나는 율동이야말로 고통스러운 항암치료 과정에서 유일하게 힘을 주고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 오랜 친구같은 그 무엇이었다. 세 아이들도 그런 엄마 곁에서 날마다 함께 기도해주고, 함께 K-POP을 즐겼다.

그녀는 동방신기 콘서트만 35차례 이상 구경했다. 한국, 일본, 뉴욕, 그리고 중국을 포함한 8차례의 동방신기 글로벌 패키지(해외 팬들을 상대로 호텔 숙박권과 10가지가 넘는 동방신기 기념품을 주는 콘서트)를 구입해 여행을 다녔다. 티셔츠, 배너, 수건, 달력, 데뷔 10주년 기념 기차모양 기념품, T모양의 형광봉 등 지금 캐서린씨의 방은 온통 동방신기 관련 기념품으로 가득 차 있다. 어느덧 그녀는 미국내 동방신기 팬클럽의 회장이 됐고, 멤버들로부터 “마미(엄마)”라는 호칭으로 불린다.

놀라운 일은 캐서린씨의 몸에서 나타났다. 방사선 치료와 수술 이후 별다른 추가 치료를 받지 않고 오로지 K-POP 콘서트를 즐기는 데 열정을 쏟았던 캐서린씨의 유방암이 거의 완치단계로 접어든 것이다. 의사들은 “정말 미스터리”라며 “왜? 어떻게?”라는 질문을 캐서린씨에게 던진다고 한다.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이 가장 중요하고요. 말도 안된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K-POP콘서트의 현장에서 전해지는 열기와 함성, 그리고 좋아하는 가수의 공연을 보며 느끼는 행복감때문에 암을 이겨낼 수 있었다고 믿어요”

캐서린씨의 분명하고 단호한 답변이다.

“한국어를 이해할 수는 없지만 많은 코리안 아이돌 가수들의 콘서트에서 온 몸으로 퍼져오는 긍정적인 에너지가 나를 절로 기쁘게 만들었어요.”

캐서린씨는 한글자막이 없어 접할 수 없는 한국드라마가 많아 LA 코리아타운 윌셔가에 위치한 한국문화원에서 한국어 클래스를 수강하기도 했다.

그녀의 얼굴에서 행복이 가득한 10대 소녀같은 해맑은 미소가 퍼진다. K-POP이 일으킨 기적이다.

“감정과 정신, 영혼의 건강이 중요해요. K POP은 사람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끼치고 있지요. 그들의 음악은 사람을 살려내요. K POP을 하는 가수들도 그런 사실을 알기를 바라지요.”

김나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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