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균 득실’ 가운입고 다니는 의사들…‘위생 불감증’ 심각

[헤럴드경제=배두헌ㆍ이세진 기자] “가운을 얼마나 자주 세탁해야 한다든지 같은 청결에 대한 규정은 따로 없어요. 특별한 균이 나오는 환자를 볼 땐 보호복을 입는거고, 밖에 나가서 균 묻혀 오는 걸로는 문제가 안 될 것 같은데…”

의사들의 가운 위생에 대한 서울아산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김모 교수의 말이다. 문제 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건 김 교수 뿐만이 아니다. 많은 전공의들이 “바쁜데 어떻게 일일이 벗고 다니냐”는 반응이다.

위생 관리가 어디보다도 철저해야할 병원 의료진들의 위생불감증이 여전한 가운데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의료진이 진료복을 입고 외출을 하고 있다. 김명섭 기자 msiron@heraldcorp.com

복장에 대한 의사들의 ‘위생 불감증’이 여전히 심각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19일 본지 기자가 둘러본 서울시내 주요 대형 병원에서는 가운을 입은 의사들이 거리낌 없이 병원 외부에 나오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가운을 입은 채 식당에서 식사를 하거나 담배를 피우는 모습도 여전했다. 규모가 큰 대학병원들조차 이를 규제할 관리 규정을 갖추지 않은 곳이 적지 않았다.


의사들의 가운이 병원균에 오염돼 있어 감염 위험이 있다는 지적은 이전부터 제기돼 왔다. 지난 2009년 김재석 한림대학교 진담검사의학과 교수의 ‘전공의 가운과 넥타이의 원내감염 세균 오염’ 연구에서는 의사들이 착용한 가운 28개와 넥타이 14개의 세균 오염 여부를 조사한 결과 모두 ‘슈퍼박테리아’로 불리는 메티실린 내성 포도상구균(MRCNS)이 검출되기도 했다.

특히 일부 가운과 넥타이에서는 이보다 더 치명적인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알균(MRSA)이 나왔다. 만성질환자나 면역력이 저하된 환자가 이에 노출되면 폐렴이나 패혈증 같은 심각한 병에 걸릴 위험이 있다.


김 교수는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바쁘다는 핑계로 환자한테 주사 바늘 넣을 때도 가운을 그대로 입고 하는 의사들이 아직 더러 있다”며 “가운을 충분히 지급해주는 등 자주 세탁해서 갈아입을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줘야한다”고 지적했다.

지방의 한 종합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홍모(26ㆍ여) 씨는 “의사들이 가운을 잘 갈아 입지 않는다. 특히 인턴이나 레지던트들은 정말 흰 가운에 때가 탈 정도로 세탁을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털어놨다.


홍 씨는 “병원에서 간호사들에게는 머리를 묶고 망을 꼭 씌우도록 시키지만 여의사들은 긴 머리를 심지어 풀어 헤치고 다니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간호사 정모(25ㆍ여) 씨는 “여의사들이 긴 머리를 묶어도 머리카락이 빠질 수 있어 비위생적이라고 느끼지만 아무도 뭐라는 사람이 없다”면서 “남자 의사들 역시 응급실이나 병실에서 시술할 때 위생모자를 안 쓰는 경우도 상당하다”고 말했다.


용동은 연세대 진단검사의학교실 교수는 “면역력이 저하된 환자들은 의사의 가운에 있는 병균에 의해서도 감염이 일어날 수 있다”면서 “이런 복장 관리는 의사들이 자율적으로 해야하는 부분인데, 노력을 하고 있다지만 100% 잘 되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고백했다.


한편 영국 보건 당국은 지난 2008년 “긴팔 소매가 환자에게 박테리아 등 병원균을 옮기는 통로가 된다”며 의사가 입는 가운을 소맷부리가 없는 반소매 가운으로 바꾼 바 있다.


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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