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는 왜 브릴리언트(brilliant)를 강조할까?

[헤럴드경제=서상범 기자]현대차가 2005년 대내외적으로 ‘브랜드 경영’을 선포한 지 10년이 흘렀다. 그간 전세계 자동차 업체 중 유례없는 양적인 고속 성장을 해온 현대차가 브랜드에 집중을 하겠다는 의미였다.

그 배경에는 높아진 품질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다. 현대차는 당시까지 패스트팔로워(FAST FOLLOWER) 전략을 취하며 양적 판매에 집중했었다. 하지만 상품 품질의 지속적 개선과 글로벌 경쟁력 향상이라는 대내적인 자신감을 기반으로 브랜드 가치를 강화해 품질에 걸맞는 제 값을 받기 위한 시동을 건 것이다.

현대차 브랜드 슬로건 개발 프로젝트 추진 과정(제공=현대차)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인 ‘브릴리언트’ 콘셉트 도출과정(제공=현대차)


지난 2011년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현대차의 브랜드 슬로건과 캠페인을 발표하는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성과는 확연하다. 2005년 세계적인 브랜드 컨설팅 업체 인터브랜드의 글로벌 100대 브랜드에 첫 진입한 후 지난해 글로벌 40위, 자동차 회사로는 7위를 기록하는 등 BMW, 벤츠 등 프리미엄 회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이와 같은 현대차의 브랜드 전략을 주도하고 있는 브랜드 전략팀 관계자는 “지난 10년이 글로벌 자동차 회사로서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리는 ‘속도전’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2005년 이전에는 가격 대비 합리적인 차라는 대중적 이미지에 집중했었다”며 “그러나 이후 글로벌 위상에 걸맞는 ‘브랜드의 깊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깊이 있는 브랜드를 위한 대표적인 전략이 ‘문화에 대한 집착’이다.

현대차는 지난 2013년 11월부터 10년간 국립현대미술관을 후원하기로 했고, 지난해에는 영국 테이트모던미술관과 11년 동안 장기후원 협약을 맺었다.

이달 초에는 미국 서부의 최대 미술관인 LA카운티미술관(LACMA)와 10년간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미술과 과학기술의 융합을 추구하는 ‘아트 테크놀로지’ 프로젝트, 한국미술사 연구를 후원하고 있다.

자동차 회사가 왜 이렇게 문화에 대한 후원에 몰두하는가라는 물음에 현대차 측은 “문화를 자동차를 팔기 위한 직접적 수단이 아닌 “현대차가 문화에 대한 깊은 고민을 통해 문화발전에 기여하고 있는 회사라는 것을 고객들과 업계에 알리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단순히 차를 잘 만드는 회사가 아닌 현대차의 제품을 사용하는 이들이 회사의 문화적 활동과 자신을 동일시하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를 김원중 인터브랜드 수석컨설턴트는 “일종의 후광효과를 심어주는 것”이라며 “애플의 고객들이 아이폰 자체의 기계적 성능보다는 애플이라는 브랜드의 ‘스마트’함을 구매 요소로 생각하는 것과 같이 기업의 가치있는 브랜드 활동이 그 기업의 제품을 구매하는 고객의 성향, 가치를 보여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의 브랜드 방향성과 캠페인에서도 이러한 현대차의 의지는 투영된다.

유재선 현대차 브랜드전략팀 과장은 현대차는 내부 브랜드 방향성으로 ‘모던 프리미엄’(Modern Premium)’과 브랜드 캠페인으로 ‘리브 브릴리언트(live brilliant)’를 제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내부 구성원들이 지향하는 ‘모던 프리미엄’은 고객이 기대하는 것 이상의 새로운 경험과 가치를 더 많은 고객들에게 제공한다는 의미, 즉 대중적인 차지만 현대자동차만의 프리미엄한 경험과 가치를 고객들에게 전달하겠다는 의미다.

한편 ‘리브 브릴리언트’에 대해서는 “고객의 삶을 나타내는 ‘리브’와 ‘눈부신’, ‘찬란한’을 의미하는 ‘브릴리언트’를 조합해. 현대차를 구매하거나 구매하고자는 고객들이 현대차를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 자신의 삶을 더욱 빛나고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존재로 여기길 바란다는 의미가 담겨있다”고 유 과장은 설명했다.

특히 이는 즉 단순한 똑똑함인 ’스마트(Smart) 이상의 가치를 말하는 것이고, 이를 위해 제품의 품질은 물론, 앞서 말한 문화적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 브랜딩이 포함된다는 것이다.

김원중 수석 컨설턴트는 이에 대해 “브랜드 전략에 있어서 내부 구성원들과의 합의, 또는 목표점인 ‘방향성’과 대외적으로 전달하고자는 캠페인의 조화가 중요한데, 현대차의 경우 이 부분에 있어 다른 유수의 글로벌 기업들에 손색없는 평가를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대차와 같은 오래된 기업의 경우 소비자에게 브랜드에 대한 잔향(殘香)이 클 수 밖에 없다”며 “그동안 값싼 좋은차라는 이미지를 합리적 가격에 좋은 품질을 가진 차라는 포지션으로 끌어올린 것에 대해 높게 평가한다”고 덧붙였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대차는 무조건적인 명품, 닿을 수 없는 프리미엄 브랜드라는 이미지보다는 브릴리언트하고 문화적 소양이 깊은 브랜드로 향후 방향성을 설정해 나갈 것”이라며 “이를 궁극적으로 보여주는 제품이 바로 ‘제네시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제네시스의 경우 세계 어떤 프리미엄 차와도 견줄 수 있는 품질과 성능을 가졌지만 합리적인 가격으로 접근하고 있다”며 “이것이 현대차가 설정한 ‘모던 프리미엄’이라는 가치”라고 설명했다.

한편 현대차는 해외 소비자에 대한 브랜드 재고는 물론, 상대적으로 소외받았다고 느껴온 국내 소비자들에 대한 브랜드 가치 향상에도 집중할 전망이다.

현대차 측은 “브랜드 가치에 대해 고민하고 문화적 활동을 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소비자에게 사랑받기 위해서”라며 “일방향적인 브랜드 가치의 전달이 아닌, 소비자가 원하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살아움직이는 브랜드 전략을 계속해 구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tig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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