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대현의 클릭 지구촌] 쿠바여행기-헤밍웨이 박물관

헤밍웨이 박물관

15 쿠바 아바나 꼬히마르 헤밍웨이 박물관 (5)-001
소설가 어네스트 헤밍웨이가 20여년 동안 살았던 집.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우리는 ‘노인과 바다’라는 소설로 유명한 헤밍웨이가 살던 집을 찾아 나서기로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그 소설을 읽고 별다른 큰 감동을 받지는 못했지만 쿠바에 온 김에 그이가 살았었다는 집을 찾아가 보기로 한겁니다. 지금은 헤밍웨이 박물관으로 변했는데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고 합니다. 아바나 중심가에서 약 15km 떨어진 산프란시스코 데 파울로라는 마을에 위치해 있습니다. 헤밍웨이는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라는 소설을 써 큰 돈을 벌어 이 건물을 미화 4만 달러를 주고 구입해 1939년부터 약 20년간 이 집에서 살았습니다.

실내에는 그가 아프리카에서 사냥해온 사자 머리가 박제된 채 남아 있습니다. 어떤 방에는 헤밍웨이가 전장을 누빌 때 입은 종군기자복이 아직도 보관돼 있습니다.

1939년부터 죽기 한해 전인 1960년까지 헤밍웨이는 이 집에서 살았습니다. 그는 피델 카스트로와도 친분이 있었던 듯 합니다. 본 건물 옆에 있는 4층 높이의 집필실에는 두 사람이 낚시 대회에서 찍은 사진이 걸려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쿠바 혁명이 성공한 다음해인 1960년 헤밍웨이는 쿠바에서 추방됩니다. 부르조아의 상징처럼 여겨진 헤밍웨이가 혁명 정신에 맞지않다고 판단해 벌어진 일일까요? 본 건물 옆의 집필실 빌딩에서 헤밍웨이는 미국 여배우 에바 가드너가 언덕 아래 수영장에서 수영하는 모습을 긴 천체망원경을 통해 훔쳐보기도 했다고 합니다. 수영장 옆엔 그가 타던 요트 ‘필라:PILAR’가 복원돼 전시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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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밍웨이 박물관의 집필실 탁자에 놓여 있는 박제된 사자 머리는 헤밍웨이가 아프리카에서 사냥한 사자라고 한다.

이곳에 살 때 헤밍웨이는 컨버터블을 포함해 차를 7대나 굴렸다고 합니다. 그러니 그런 귀족 취향 이미지가 카스트로에겐 부담이 됐을지도 모릅니다. 헤밍웨이 사후 그의 둘째 부인이 이 건물을 쿠바 정부에 기증해 지금의 박물관이 되었습니다. 초입에 있는 게스트 하우스가 초등학교식 창문을 한 게 눈에 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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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밍웨이 자택의 게스트 하우스.

꼬히마르 해변

우리는 이어 ‘노인과 바다’의 소재가 된 꼬히마르(Cojimar) 해변을 찾아 헤밍웨이가 낚시를 나가기 전 즐겨 들렀다는 카페 라 테라사(Las Terrazas)에 들러봅니다. 여기까지 와 헤밍웨이가 즐겨 마셨다는 ‘다이끼리(Daiquiri)’라는 칵테일 맛을 안볼 수가 없지요. 럼주에 레몬, 라임, 얼음 슬러시를 섞은 음료 입니다. 헤밍웨이에게 건배를 외치며 한잔씩 합니다. 한잔에 3 쎄우쎄. 미화 3.50달러 정도하는 겁니다.

20 쿠바 COJIMAR 헤밍웨이가 즐겨찾던 바 TERRAZA (1)-002
헤밍웨이가 낚시를 나가기 전 들러서 럼 칵테일 한잔씩 마셨다는 파메 라 테라사.

오후 5시45분쯤 되니 석양이 멋지게 깃듭니다. 왼편이 헤밍웨이 공원이고 오른편으로는 스페인 사람들이 세운 방어기지가 보입니다.

21 쿠바 COJIMAR 헤밍웨이가 즐겨찾던 바 TERRAZA (4)-001
카페 라 테라사의 바텐더가 헤밍웨이가 즐겼던 럼칵테일 다이끼리를 만들고 있다.럼주와 레몬 라임 얼음슬러시를 섞는다.

공원안 구조물 속의 헤밍웨이 흉상은 그의 사후 그와 오랜 친구였던 어부 푸엔테스가 이곳 어부들과 함께 그를 기리기 위해 그들이 타던 고기잡이 배의 스크류를 녹여 만들었다고 합니다. 푸엔테스는 ‘노인과 바다’의 주인공 산티아고의 모델 인물입니다. 이곳 꼬히마르는 수많은 쿠바인들이 미국땅 플로리다로 밀항을 시작하는 곳이기도 하다는데 선착장엔 배가 보이질 않습니다. 방어기지에도 올라가 봅니다. 붉은 별 아래 혁명의 대부 호세 마르티 두상이 놓여져 있습니다. 이 요새는 1649년 스페인 식민지시절 아바나 방어를 위해 만들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헤밍웨이의 흔적이 깃든 곳에 와보니 헤밍웨이는 배를 타고 고기를 잡으러 먼 바다로 나가 아직 돌아오지 않은 것같다는 착각에 빠지게 됩니다.

그는 죽은 게 아니고 아직도 쿠바에 살아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쿠바는 죽은 두사람 아니 세사람의 인물로 먹고 사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 입니다.

체 게바라, 어네스트 헤밍웨이, 호세 마르티가 그들 입니다. 저녁 6시가 넘어 우리는 헤밍웨이 공원을 출발해 다시 아바나 시내 중심가로 나갑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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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대현/여행가·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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