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랩] 세리 넘은 박인비…한국선수 메이저 최다승 신기록 쓰다

박세리가 화려하다면 박인비는 뭉근하다.

하얀 맨발을 드러낸 해저드샷같은 드라마는 드물지만, 상대가 제풀에 무릎을 꿇게 만드는 철옹성같은 느낌을 준다. ‘침묵의 암살자’ 박인비는 늘 그래왔듯이, 갤러리가 탄성을 내지르고 경쟁자의 심장이 내려앉게 만드는 대신, 조용히 우승컵을 품었다. 마땅히 가져갈 내 걸 가져간다는 듯이…. 내로라하는 경쟁자들이 혼신의 힘을 다했지만, 박인비는 축지법이라도 쓰는냥 거리를 좁혀주지 않았다.

박인비가 15일(한국시간) 열린 미 LPGA투어 메이저대회 KPMG 위민스 챔피언십에서 19언더파를 기록하며 대회 3연패를 이뤘다. LPGA투어 사상 패티 버그(미국)와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에 이어 3번째다. 


박인비는 메이저 우승을 보태면서 통산 메이저 6승째를 달성해, 한국여자골프의 선구자인 박세리(5승)를 넘어섰다. 의미있는 장면이다. 박세리는 데뷔 이래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갔기 때문에 일거수 일투족이 기록이었고 뉴스였으며 이정표였다. 또한 그 뒤를 따랐던 수많은 선수들도 박세리와 함께 한국골프의 힘을 과시했지만, 그를 넘어서지는 못했다.

하지만 박인비가 우직한 소걸음 처럼 한발 한발 나아가면서 어느새 메이저우승 기록에서 박세리를 추월했다. 물론 이것이 박세리가 쌓은 업적의 가치를 깎아내리지는 못할 것이다. 그래도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였던 박세리의 자리에 조금씩 다가가고, 그가 이룬 업적을 넘어서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는 것은 박인비의 존재감을 잘 보여준다.

박인비는 LPGA 투어 통산 15승으로, 박세리(25승)의 승수에 한발 더 다가섰다. 15승에 메이저 6승은, 2010년 전후 LPGA를 평정했던 청야니(대만ㆍ15승, 메이저 5승)를 능가하는 성적이다. 또한 통산 상금 역시 1137만3484달러로 LPGA 역대 선수중 8위에 올라있다. 7위인 폴라 크리머와 차이가 크지 않으며, 6위 박세리에도 다가섰다.

지금의 페이스라면 2007년 명예의 전당에 오른 박세리에 이어 한국선수로는 2번째로 이름을 올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 명예의 전당에 오르려면 투어에서 10년이상 활동하고, 40세 이상 혹은 은퇴한지 5년이상된 선수중 15승 이상(혹은 메이저 2승 이상) 거둔 선수여야한다. 박인비는 이미 조건을 채웠고, 나이만 자격을 갖추면 된다. 규정이 바뀌어 투표를 거치지만 이는 요식행위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 

김성진 기자/withyj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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