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대현의 클릭 지구촌] 쿠바를 가다-국립묘지&구시가지

●국립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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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의 국립묘지 크리스토발 콜론 (Cristobal Colon Cemetary)의 정문

우리는 한때 국립묘지로 사용되다 이젠 일반에게도 개방 됐다는 크리스토발 콜론 (Cristobal Colon Cemetary)을 구경하러 갑니다. 여기서 ‘콜론’은 ‘콜럼버스’를 의미한다고 하네요.

그러니 풀면 ‘크리스토퍼 콜럼버스 공원묘지’ 정도로 이해 됩니다. 정문은 스페인 건축가 칼릭스토 로이라, 각종 조각은 쿠바 예술가 호세 바얄따 싸베드라의 작품이라고 합니다.

이 곳은 1987년 국가사적으로 지정 되었습니다. 이 공원묘지가 유명한 건 경내에 각종 조각과 빼어난 건축물들이 즐비해서 그렇습니다.

그냥 묘지가 아니라 무슨 조각공원 같은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 곳은 이탈리아 제노바의 스타글리에노(Staglieno),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몬주익(Montjuic)과 함께 세계 3대 묘지로 꼽힌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묘지는 한국식 봉분도 아니고 미국식으로 지면 아래에 묘를 쓰는 방식도 아니고 석관을 땅위에 돌출시키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피라미드 형식의 묘도 눈에 뜨입니다. 이 묘원은 면적이 75헥타아르로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데 직사각형 묘원은 마치 로마의 군사기지를 닮았다고 합니다.

쿠바 독립영웅들이 많이 묻혀있고 또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에서 노래했던 이브라힘 페레르도 누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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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묘지는 빼어난 조각과 건축물이 많아 조각공원같은 느낌이다.

한낮이 되니 볕이 따갑고 덥기까지 합니다. 썬 블락을 바른게 다행이란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아직 점심 시간은 일러서 우리는 다음 행선지인 알멘다레스 (Almendares) 수목원으로 차를 몰아 나갑니다. 김교수와 연수온 학생들을 아치교 위에 두고 사진을 찍어 줍니다. 이 수목원은 600 헥타아르 면적에 수만종의 꽃과 나무들이 자연 상태로 길러지고 있습니다. 시내에서는 25km정도 떨어져 있습니다. 여길 들렀다가 날씨가 너무 더워 학생을 포함한 일행들은 숙소로 돌아가 휴식을 취하기로 합니다.

우리 교수팀은 햇반과 신라면, 깻잎, 김치 통조림 등으로 점심을 하고 낮잠을 자며 휴식을 취합니다.저녁엔 각자 원하는대로 쇼를 보기로 결정했습니다. ‘파리지엥’ , ‘부에나 비스타 소셜클럽’의 쿠바 재즈와 노래, 일종의 캉캉쇼인 ‘트로피카나’ 중 원하는 것을 택해 보기로 합니다.

●아바나 구시가지(Old Town)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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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에라 마에스트라 터미날 앞에 위치한 샌프란시스코 광장. 유네스코가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오후 4시 50분경 숙소를 나서 대사관 지구와 말레꽁을 지나 구시가지로 다시 출발을 합니다. 이 곳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습니다. 씨에라 마에스트라 터미날 앞에 위치한 샌프란시스코 광장에 도착을 했는데 바람이 거세게붑니다. 마침 도착을 해보니 유나이티드 버디 베어 ‘United Buddy Bears’, 그러니까 ‘하나가 된 친구 곰’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습니다. 아마 전 세계를 돌면서 인류가 하나가 되는 화합의 장을 만들려는 노력같아 보였는데 2006년엔 우리나라에서도 전시회를 했었습니다. 맨 오른쪽이 우리나라에서 출품한 작품이고 그 왼쪽이 북한에서 출품한 것 입니다.

무슨 축제의 날은 아닌 것 같은데 광대들이 도심지를 행진하며 흥겨움을 선사합니다.

산 크리스토발 (CATEDRAL DE SAN CRISTOBAL) 대성당은 1748년 착공해 1777년 완공 되고 1789년 대성당으로 승격 되었다고 합니다.

콜럼버스는 아시다시피 스페인 이사벨 여왕의 후원을 받아 지금의 카리브해인 쿠바, 아이티, 트리니다드 토바고등 서인도 항로를 발견해 유럽인들의 중남미 진출에 결정적 역할을 한 인물 입니다. 이탈리아 탐험가였던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유해가 1796년 이 성당에 안치되었다가 1898년 쿠바독립전쟁 후 스페인으로 옮겨졌다고 합니다.

이 올드 타운에서 가장 유명한 보데기따 델 메디오 (La Bodeguita Del Medio) 까페에 들러보니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 있습니다. 아래 위층 벽엔 헤밍웨이, 내킹 콜 등 유명 인사들의 싸인이 가득합니다. 이 카페에 가기 전 길거리 모퉁이에서 이름없는 화가가 그린 쿠바 올드타운 그림을 25쎄우세에 한점 구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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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광장에서 열린 유나이티드 버디베어 축제.맨 오른쪽 한글이 적힌 곰인형은 한국에서 출품한 것이다.

카페에서 밖으로 나오니 웬 쿠바인이 엄청난 크기의 시가를 물고 우리를 환영해 줍니다. 김 교수가 나란히 사진을 찍었습니다.

이곳 올드타운엔 낡은 가옥이 참 많이 있습니다. 이런 집을 고치고 새로 짓고 하는게 여간 시간이 많이 걸리는게 아니라고 합니다. 물질적 인센티브가 주어지지 않고 개인 회사가 영리를 목적으로 사업을 하는게 아니라 그런가요 ? 이런 일도 공무원들이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습니다.

열심히 일해봐야 개인적으로 이득이 되는게 없으니 그저 정해진 시간만 때우면 된다는그런 태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구 국회의사당 건물이 3년 째 비계를 설치하고 공사중인 게 그 예라고 이해하면 될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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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한 김교수와 쿠바의 명물 시가를 한대 피워물고 있는 필자(오른쪽)

또 한가지, 급여가 적으니 물자를 빼 돌려 암시장에 내다 팔아 부수입을 올려서 그럴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늘 자재 부족이 이어지고 그래서 공기가 지연되는게 비일비재 할지도모릅니다. 국가통제경제의 문제점이 여실히 드러나는걸 우리는 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걷다 지쳐 유로파 카페에 들러 맥주를 마시며 휴식시간을 가졌습니다. 쿠바에 온김에 시가(Cigar) 맛을 보자고 해 친구와 함께 피워 봅니다. 그런데 그동안은 정신이 없어 그랬는지 모르지만 이 식당에 와서야 우리는 웨이터와 웨이트리스들이 무뚝뚝하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사근사근 하지가 않고 무척 사무적으로 느껴집니다. 이 사람들은 ‘서비스’ 마인드가 없다는게 느껴집니다. 정부에서 배정해 주는 일자리니 복무의 개념으로 일하고 시간만 때우면 된다는 그런 태도라고 합니다. 어쩐지….

우리는 여기서 맥주와 칵테일을 맛보고 나왔습니다. 밖의 골목길을 걷는데 한인 여행객 10여명이 골목을 지나가는게 보입니다. 다시 대성당 광장으로 나와 카페 델 오레엔떼 (Restaurant Cafe Del Oriente)라는 무척 고급스러운 식당에 들어가 우리는 감격스럽게 ‘쇠고기’ 요리를 시켜 저녁을 했습니다. 피아노 선율이 흐르고 화장실은 서울의 일류호텔 뺨칠 정도로 깨끗하고 청결합니다.

우리가 시킨 메뉴는 쏠로미요 레스 쏘브레 파스타 께브라다 라는 스테이크인데 19쎄우쎄이니 미화로 20달러가 조금 넘는 가격입니다. 맥주까지 시켜 먹고 네명이 98쎄우쎄 (미화 약 100 달러)를 지불했습니다. 최고급 식당에다 하물며 쿠바에서는 구경하기 힘든 쇠고기인데 가격이 비교적 싸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시킨 음식이 45분이 지났는데도 나오질 않습니다. 저녁 공연을 보러가야 하기에 마음은 급한데 하릴없이 시간은 지나고 초조해집니다.

드디어 음식이 나오고 감격스런 마음으로 입에 넣은 스테이크는 질긴 건 아닌데 투박하다고 해야하나 터프하다고 해야하나 근육질 부위 조금 질긴 식감이 느껴집니다. 입에 넣고 질근질근 씹어야 했습니다.

13 가을 서울 (4)-001

손대현/사진작가·여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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